부대 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전출을 요구하던 의경이 아파트에서 뛰어 내려 목숨을 끊었다.
지난 5일 오후 5시10분께 서울 성동구 옥수동 ㅅ아파트 12층에서 서울지방경찰청 제1기동대 소속 나아무개(20) 일경이 뛰어내려 그 자리에서 숨졌다. 나 일경은 전날 서울 여의도에서 밤샘근무를 한 뒤 이날 오후 중대원 60여명과 함께 부대 근처에 있는 목욕탕으로 이른바 ‘중대 목욕외출’을 나갔다가 사라진 뒤 숨진 채 발견됐다.
지난해 12월 입대한 뒤 올 2월 집회 진압과 관리를 주 임무로 하는 제1기동대에 배치된 나 일경은, 지난 6월 훈련 도중 목소리가 작다는 이유로 상급자로부터 구타를 당한 사실이 드러나 지난달 31일 다른 중대로 전출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또 지난달 초에는 정기외박을 나갔다가 3일 동안 귀대하지 않았고, 최근 “부대 생활이 힘들다. 죽고 싶다”는 말을 자주 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경찰은 구타가 경미하고 부대 미귀대 원인도 스트레스와 여자친구 문제 때문인 것으로 파악하고 별다른 조처를 취하지 않았다.
경찰은 “나 일경이 구타 사실을 알린 뒤 교통업무 등 좀 더 편한 곳으로 전출을 요구했지만 구타 때문에 자살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며 “평소 강도가 센 훈련에서 동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등 부대 생활에 적응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나 일경은 목숨을 끊기 전 피시방에서 인터넷으로 ‘의경 휴직·전출’과 관련한 내용을 검색하기도 했다. 그러나 유족들은 “화장실 등에서 7차례나 구타를 당했다는 말을 들었다”며 “경찰이 상습적으로 일어나는 구타를 은폐하려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