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신(41)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고법 “핵심은 사진 아닌 의견”
인터넷 게시물 사전 검열의 부당성을 지적하는 글과 함께 남성 성기 사진을 블로그에 올렸던 박경신(41)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 게시물은 학술적 가치가 있어 음란물로 볼 수 없다고 법원이 판단한 것이다.
서울고법 형사5부(재판장 김기정)는 18일 블로그에 남성 성기 사진을 갈무리해 올린 혐의(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로 1심에서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았던 박 교수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박 교수의 게시물을 △사진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심의규정 △심의위의 음란물 심의에 대한 비판 의견 등 3부분으로 구분한 뒤 “발기된 남성의 성기 사진이 게시물 내에서 차지하는 분량이 많고 시각적으로 돋보이긴 하지만, 박 교수 게시물의 핵심 내용은 사진이 아닌 의견 부분으로 판단된다”며 “이 게시물은 표현의 자유에 관한 학술적 내용을 담은 것으로 사상적·학술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판결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판단 대상의 사진을 그대로 게재해 소개하는 것이 불가피했냐는 점에 대해서는 이론의 여지가 있지만, 사진을 게시하면서 성적인 설명이나 평가 부여를 하지 않았으므로 게시물이 전적·지배적으로 성적 흥미를 위한 것으로 단정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박 교수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심의위원으로 활동하면서, 논쟁이 될 만한 게시물을 자신의 블로그 ‘검열자의 일기’에 올려 누리꾼들과 의견을 나눠왔다. 그러던 중 박 교수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음란물로 분류한 성기 사진이 담긴 블로그 화면을 갈무리해 자신의 블로그에 올리자, 검찰은 박 교수를 지난 2월 불구속 기소했다. 1심 재판을 맡은 서울서부지법은 지난 7월 “게시물에 의해 야기되는 성적 자극을 완화시킬 만한 문화·사상·교육적 가치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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