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판] 커버스토리/ 부산일보를 가다
“똥하고 언론하고는 피해야 해.”
최필립 정수장학회 이사장이 지난 8일 이진숙 <문화방송>(MBC) 기획홍보본부장 등에게 한 말이다. 언론을 ‘똥’과 동격으로 취급하는 최 이사장의 언론관은 <부산일보>에 대한 증오에서 싹트기 시작했다. 정수장학회는 문화방송 지분 30%와 부산일보 지분 100%를 갖고 있다.
최 이사장이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의 뒤를 이어 정수장학회를 맡은 건 2005년이다. 그리고 4년 뒤인 2009년 2월24일 부산일보는 지령 2만호 발행일을 맞았고, 각계 인사 300여명을 초청한 가운데 신문사 대강당에서 기념식을 열었다. 박 후보도 이 자리에 모습을 드러냈다. 최 이사장은 그때 박 후보에 대한 부산일보 노동조합의 태도를 또렷이 기억하고 있었다.
“그때 부산일보 사장으로부터 박 후보를 좀 초청하고 싶다는 연락이 왔어. 박 후보에게 가서 말을 했더니 ‘내가 가면 또 부산일보와 직접 관련돼 있다고 할 거 아닙니까’ 그러기에, ‘부산일보 실·국장 회의에서 박 후보가 와야 한다고 결정했답니다’ 그랬거든. 그렇게 해서 내려갔는데, 노조에서 그걸 못 들어온다고 난리를 피워. 신문사 지령 2만호 기념식인데, 이게 말이 되느냐 이거야.”(1월4일 오후 3시 한겨레 인터뷰)
당시 부산일보 노조 집행부는 기념식이 열린 대강당 입구에 일렬로 서서 침묵시위를 벌였다. 박 후보가 재단법인 정수장학회에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보고, 그를 상대로 부산일보의 독립을 요구한 것이다. 물리적 충돌은 빚어지지 않았지만, 박 후보가 정수장학회 이사장으로 있던 2004년 17대 총선 당시와 견줘본다면 격세지감을 느낄 법한 장면이었다. 박 후보는 그때 한나라당 대표를 맡아 직접 선거를 지휘했다. 부산민주언론시민연합은 부산일보의 17대 총선 보도에 대해 “‘박근혜 띄우기’로 대표되는 편향성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최 이사장은 지령 2만호 기념식 이후 사사건건 부산일보 구성원들과 부딪쳤다. 논란은 늘 박근혜 후보에 대한 부산일보의 태도에서 비롯했다. 지난해 11월30일 경영진이 신문 제작 중단 명령을 내린 ‘부산일보 사태’가 대표적이었다. 사태 전후 부산일보는 정수장학회의 사회환원 문제를 다루며 ‘박근혜 책임론’을 집중적으로 짚었다.
최 이사장은 그로부터 한달여 뒤인 1월4일 <한겨레> 인터뷰에서 “부산일보는 편집권이 독립돼 있어서 될 수가 없다”고, 1월31일 인터뷰에서는 “작년 말부터 부산일보는 노조 대변지가 됐다”고 말했다. 또 그는 노조 등 부산일보 구성원이 재단으로부터의 독립을 요구하는 배경에 대해서는 “12월 대선을 앞두고 ‘박근혜 후보를 끌어들여 공격하면 손들 것 아니냐’ 하는 건데, 끝까지 굴복할 수 없다”고 말했다.
최 이사장이 내린 결론은 ‘최필립-이진숙’ 대화록에 나오는 것처럼 ‘노조 때문에 민주당 기관지인지 진보당 기관지로 돼 있는’ 부산일보라면, 차라리 ‘기업의 빽으로 쓴다’는 기업인들에게 넘기는 게 낫다는 것이었다. 최 이사장은 19일 ‘정수장학회의 언론사 지분 매각 발표’를 통해 이런 결정을 전격 공개할 계획이었다.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관련 영상] 최성진 기자가 전망한 최필립 이사장의 향후행보(김뉴타 194회)
<한겨레 인기기사>
■ [단독] 이시형씨 “큰아버지에 현금 6억 빌려 큰 가방에 넣어와”
■ 김만복 “내가 회담록 작성…NLL 포기, 땅따먹기 발언 없었다”
■ 정문헌 폭로 진위 떠나 봤어도 불법 누설도 불법
■ 악명높은 ‘하얀방’에 끌려가는 사람이 늘어난다
■ 채팅앱으로 꾀어 원조교제 시도한 인면수심 ‘배운 남자들’
■ ‘회피 연아’ 동영상 게시자, 네이버에 승소
■ 송이 따던 이명박 대통령 8촌 친척 나흘 째 실종

■ [단독] 이시형씨 “큰아버지에 현금 6억 빌려 큰 가방에 넣어와”
■ 김만복 “내가 회담록 작성…NLL 포기, 땅따먹기 발언 없었다”
■ 정문헌 폭로 진위 떠나 봤어도 불법 누설도 불법
■ 악명높은 ‘하얀방’에 끌려가는 사람이 늘어난다
■ 채팅앱으로 꾀어 원조교제 시도한 인면수심 ‘배운 남자들’
■ ‘회피 연아’ 동영상 게시자, 네이버에 승소
■ 송이 따던 이명박 대통령 8촌 친척 나흘 째 실종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