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관찰 청소년들이 30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휘경동 서울보호관찰소에서 열린 <범죄소년> 시사회에서 영화를 관람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인권위 기획·제작, 내달 22일 개봉
도쿄영화제 남우주연상 등 받아
도쿄영화제 남우주연상 등 받아
10대 중반의 남자아이가 손을 들었다.
“문신이 있으면 배우 하기 어렵나요?”
강이관 영화감독은 웃으며 “결격사유가 되진 않는다”고 답했다. 다만 “배우는 다양하게 변신해야 하는데, 여러 역을 맡기가 힘들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 다른 아이가 여배우 이정현(32)씨를 극중 엄마로 둔 주인공 서영주(15)군에게 “부럽다. 우리 엄마는 잔소리가 심해서 싫다”고 말하자, 객석에서 웃음이 새나왔다.
30일 오후 서울 휘경동 서울보호관찰소 강당에서 영화 <범죄소년> 시사회가 열렸다. 국가인권위원회가 기획·제작한 이 영화는 이날 오전엔 서울소년원에서 시사회를 했다. 소년원과 보호관찰소에서 영화 시사회를 하고 배우·감독과 대화 행사를 연 것은 국내에서 처음이다. <범죄소년>은 병든 외할아버지를 돌보던 16살 소년이 엉겁결에 특수절도에 휘말려 소년원에 들어가고, 17살 어린 나이에 자신을 낳은 엄마가 13년 만에 나타나 위안을 삼지만, 다시 두 모자가 냉혹한 현실과 마주하는 과정을 담았다. 새달 22일 개봉하는 이 영화는 최근 일본 도쿄영화제 심사위원특별상·남우주연상을 받았다. 서영주군은 한국 영화 사상 최연소로 국제영화제 남우주연상을 탔다.
이날 강당에 모인 관객은 소년법상 소년원에 가기엔 경미한 절도·폭력을 저질러 보호처분을 받은 14~18살 청소년들이다. 이들은 야간 외출제한 명령을 받았을 경우, 보호관찰소에서 밤 10시~아침 6시에 집으로 자동 확인 전화를 걸어오거나, 법정에서 2년간 소년원 생활을 해야 하는 ‘10호 처분’을 받는 장면들이 나올 때 자신들의 상황과 비슷해서인지 웃음을 짓기도 했다.
“출연료를 얼마 받았느냐” “(주인공 소년이 여자친구와 나누는) 애정 장면을 진짜로 했느냐”는 질문도 있었지만, 한 여자아이는 주인공에게 “영화처럼 실제로 부모님 없이 지내고, 같이 살던 할아버지마저 돌아가신다면 어떨 것 같으냐”고 묻기도 했다. 서영주군은 “슬프고 힘들겠지만, 기댈 수 있는 엄마가 다시 나타났으니 희망을 걸어보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또다른 청소년은 관람 뒤 “왜 책임지지 못할 행동을 할까 후회했다가도 친구들과 어울리면 또 사고를 치는데, 부모님 뵐 면목이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 청소년은 시사회 뒤 나눠준 종이에 “영화가 재미있다기보다 슬펐다. 무엇이든 한 가지를 배워 미래를 설계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는 관람평을 남겼다. 영화 기획자인 인권위원회 김민아씨는 “소년원에서 시사회를 했을 땐 한 원생이 엄마·아빠란 표현 대신 ‘이 영화를 보호자들이 많이 봤으면 좋겠다’고 말해 마음이 아팠다”고 전했다.
강이관 감독은 “인권이란 상대방을 얼마나 이해하는가의 문제”라며 “우리 사회가 이 영화 속의 소년과 엄마를 얼마나 이해할 수 있는지 ‘인권 감수성’에 대해 묻는 영화”라고 설명했다.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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