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금 지원키로 했던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수용인원 적다” 며 난색
12살짜리 몽골 소녀 나란토야는 4월 고향인 울란바토르로 돌아갔다. 서울 성수공단에서 일하던 엄마가 정부의 불법체류 노동자 단속에 걸려 강제출국된 지 한 달 만이었다. 브로커 아저씨의 가족으로 올려 입국했던 나란토야는 엄마랑 함께 비행기를 탈 수 없었다.
엄마·아빠와 함께 경기도 곤지암에서 살았던 게둘궁(14)도 마찬가지였다. 엄마가 어느날 단속에 걸려 강제 추방당하고 난 뒤 아빠가 지방으로 돈을 벌러 가 혼자가 돼버렸다. 지난달 몽골로 돌아가기 전까지 그는 혼자 살며 식사를 해결했다.
서울 광진구 광장동 재한몽골학교(교장 보르마)는 올해만 해도 재학생 42명 가운데 5명이 부모 중 한 명과 헤어졌다고 밝혔다. 부모가 몽골로 돌아간 뒤 혼자 남겨진 아이는 친척 집을 떠돌거나 학교 선생님 집에서 잠시 얹혀살며 돌아갈 날을 기다려야 한다.
엄마·아빠랑 함께 사는 아이들도 고충이 많다. 몽골 어린이를 위한 학교는 이곳뿐이어서 성남·김포·의정부 등에서도 아이를 보내기 때문이다. 경기도에 사는 10여명은 아침 6시30분에 집을 나서야 9시까지 등교할 수 있다. 이달 말 졸업하는 오랑치멕(17·여)은 여주에서 다니기가 너무 힘들어 학교 앞에 고시원을 얻었다. 공장에서 일하는 부모님에게 고시원 숙식비 월 30만원은 매우 큰돈이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이런 사정으로 재한몽골학교는 ‘기숙사 설립’이 전교생의 꿈이자 목표였다. 6월 재한몽골학교가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외국인노동자 자녀 보육사업’에 기숙사 설립 계획안을 공모해 채택됐을 때만 해도 6년의 숙원이 이뤄지는 듯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선 기숙사를 위한 주택 전세금 6천만원과 사감교사 인건비 등 운영비 3천여만원을 지원해주기로 했다. 하지만 이후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기숙사 수용 인원이 애초 사업계획서에 적어 낸 20명보다 적다며 전세 대신 월세 60만원을 매달 주기로 계획을 바꿨다. 이미 재한몽골학교가 40평 규모의 단독주택을 전세금 1억2천만원으로 계약을 한 뒤였다.
이강애 교감은 “힘에 부치더라도 6천만원을 융자받고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서 주기로 했던 전세금 6천만원을 합하면 아이들이 집다운 집에서 살 수 있을 것 같았다”며 “의사소통이 잘 안 된 것은 안타깝지만 아이들을 위해 도움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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