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경비, 밤새 일하고 월 78만원…도난사고 땐 월급 깎여
밤 10시 이후 ‘휴게시간’ 불구
불량학생 쫓고 분리수거하고…
사실상 하루평균 16시간 근무
휴일근무 늘어도 수당은 없어 “일자리 뺏길라 꾹 참고 일해
아파트 경비원 수준 보장해야” 서울의 한 중학교 경비노동자인 김동식(가명·72)씨의 일과는 오후 4시30분에 시작한다. 학생들의 하교시간이 김씨의 출근시간이다. 혼자 27개 교실문과 4개의 현관문, 교문과 방범셔터까지 잘 잠겼는지 확인하면 2~3시간이 훌쩍 지난다. 늦게까지 남아 있던 일부 학생들과 교사들이 모두 빠져나간 뒤 한바퀴 순찰을 더 돌고 밤 9시께 늦은 저녁을 먹는다. 밥 먹는 중에도 행정실과 연결된 휴대전화가 수시로 울린다. 과제물이나 학용품을 교실에 두고 갔으니 문을 열어달라는 학생들의 전화가 하루도 거르지 않고 온다. “시험 기간이면 하룻밤에 20명이 교실문을 열어달라고 한다”고 김씨는 말했다. 학교 담을 넘어와 화분을 깨뜨리거나 게시판을 라이터로 그을리는 불량학생들이 출몰하는 밤 10시가 되면 김씨는 다시 순찰을 돈다. 김씨가 용역업체와 맺은 계약서를 보면, 야간 사고에 대해선 김씨가 민사책임을 져야 한다. “도난사고라도 일어나면 월급에서 그만큼 깎아야 한다”고 김씨는 말했다. 도난경보기 전원을 켜고 교장실과 행정실 쓰레기 분리수거까지 마치고 나서야 김씨는 숙직실에 몸을 눕히지만 아직 끝이 아니다. 새벽 2~3시에 쓰레기 분리수거 차량이 오면 다시 일어나 교문을 열어줘야 한다. 잠을 설쳤어도 새벽 5시30분엔 일어나야 한다. 교문 앞에 쌓인 신문을 몰래 집어가는 사람들이 있다. 아침신문들을 챙기고 교문, 현관문, 교실문 등을 일일이 열고 현관 앞까지 쓸고 나면 학생들이 등교를 시작한다. 아침 8시30분, 김씨는 피곤한 몸을 이끌고 퇴근한다. 하루 16시간 일하지만 휴일은 한달에 고작 이틀이다. 그렇게 일하고 받는 김씨의 월급은 86만원이다. “우린 대한민국의 노예”라고 김씨는 말했다. 교사·학생들이 쉬는 날이 늘면 김씨가 쉬지 못하는 날이 늘어난다. 지난 추석 연휴엔 엿새 동안 홀로 빈 학교를 지켰다. 올해부터 전국 초·중·고등학교가 주 5일제를 시행하면서 김씨는 토·일요일엔 24시간 근무를 하고 있다. 월급은 그대로다. 김씨를 고용한 용역업체의 이상한 셈법 때문이다. 민주노총 전국교육기관회계직노조연합회(전회련) 학교비정규직본부 서울지부가 조사한 서울지역 학교 경비노동자들의 평균 급여는 월 78만원, 하루 평균 근무시간은 16시간에 이른다. 그러나 용역업체들은 이들의 근무시간이 8시간(오후 4시30분~밤 10시, 새벽 5시30분~아침 8시)이라고 주장한다. 나머지 시간은 휴게시간이라는 것이다. 사실상 24시간을 근무하는 토·일요일에는 휴게시간을 16시간으로 책정하고 있다. 용역업체의 주장대로 하루 8시간 근무로 계산해도 학교 경비노동자들이 받는 평균임금을 시급으로 환산하면 3250원에 불과하다. 법이 정한 올해 최저임금은 시간당 4580원이다. 이들 업체는 ‘감시·단속 근로자는 휴일근로수당의 적용에서 예외로 한다’는 근로기준법의 예외규정을 근거로 경비노동자들에게 휴일수당도 지급하지 않고 있다. 용역업체를 상대로 체불임금 청구소송을 준비중인 안아무개(71)씨는 “밤새 일할 수밖에 없는데 밤 10시부터가 휴게시간이라니 말이 되느냐”며 “교장들은 우리더러 ‘당직 선생님이 밤에는 교장’이라며 책임만 지우지, 사실 우리는 종놈”이라고 푸념했다. 전회련 학교비정규직본부 서울지부 조형수 조직국장은 “서울지역 학교 경비노동자 평균 나이가 72.3살인데, 젊은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뺏길까봐 많은 임금인상을 바라지도 못한다”고 말했다. 조 국장은 “실질적 근무시간을 근로시간에 포함하는 등 아파트 경비원 수준(월평균 132만원)으로 임금을 인상하고, 적어도 주 하루 휴일을 보장하거나 휴일근로수당을 따로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4일 발표한 ‘학생보호 및 학교안전 강화를 위한 개선방안’에서 현재 전체 학교의 32%인 3693개 학교에만 설치된 경비실을 2015년까지 86%인 9861개 학교로 늘릴 방침이라고 발표했지만, 학교 비정규직이 확대되는 문제에 대해서는 별도의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 박현철 조애진 전종휘 기자 fkcool@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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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경비원 수준 보장해야” 서울의 한 중학교 경비노동자인 김동식(가명·72)씨의 일과는 오후 4시30분에 시작한다. 학생들의 하교시간이 김씨의 출근시간이다. 혼자 27개 교실문과 4개의 현관문, 교문과 방범셔터까지 잘 잠겼는지 확인하면 2~3시간이 훌쩍 지난다. 늦게까지 남아 있던 일부 학생들과 교사들이 모두 빠져나간 뒤 한바퀴 순찰을 더 돌고 밤 9시께 늦은 저녁을 먹는다. 밥 먹는 중에도 행정실과 연결된 휴대전화가 수시로 울린다. 과제물이나 학용품을 교실에 두고 갔으니 문을 열어달라는 학생들의 전화가 하루도 거르지 않고 온다. “시험 기간이면 하룻밤에 20명이 교실문을 열어달라고 한다”고 김씨는 말했다. 학교 담을 넘어와 화분을 깨뜨리거나 게시판을 라이터로 그을리는 불량학생들이 출몰하는 밤 10시가 되면 김씨는 다시 순찰을 돈다. 김씨가 용역업체와 맺은 계약서를 보면, 야간 사고에 대해선 김씨가 민사책임을 져야 한다. “도난사고라도 일어나면 월급에서 그만큼 깎아야 한다”고 김씨는 말했다. 도난경보기 전원을 켜고 교장실과 행정실 쓰레기 분리수거까지 마치고 나서야 김씨는 숙직실에 몸을 눕히지만 아직 끝이 아니다. 새벽 2~3시에 쓰레기 분리수거 차량이 오면 다시 일어나 교문을 열어줘야 한다. 잠을 설쳤어도 새벽 5시30분엔 일어나야 한다. 교문 앞에 쌓인 신문을 몰래 집어가는 사람들이 있다. 아침신문들을 챙기고 교문, 현관문, 교실문 등을 일일이 열고 현관 앞까지 쓸고 나면 학생들이 등교를 시작한다. 아침 8시30분, 김씨는 피곤한 몸을 이끌고 퇴근한다. 하루 16시간 일하지만 휴일은 한달에 고작 이틀이다. 그렇게 일하고 받는 김씨의 월급은 86만원이다. “우린 대한민국의 노예”라고 김씨는 말했다. 교사·학생들이 쉬는 날이 늘면 김씨가 쉬지 못하는 날이 늘어난다. 지난 추석 연휴엔 엿새 동안 홀로 빈 학교를 지켰다. 올해부터 전국 초·중·고등학교가 주 5일제를 시행하면서 김씨는 토·일요일엔 24시간 근무를 하고 있다. 월급은 그대로다. 김씨를 고용한 용역업체의 이상한 셈법 때문이다. 민주노총 전국교육기관회계직노조연합회(전회련) 학교비정규직본부 서울지부가 조사한 서울지역 학교 경비노동자들의 평균 급여는 월 78만원, 하루 평균 근무시간은 16시간에 이른다. 그러나 용역업체들은 이들의 근무시간이 8시간(오후 4시30분~밤 10시, 새벽 5시30분~아침 8시)이라고 주장한다. 나머지 시간은 휴게시간이라는 것이다. 사실상 24시간을 근무하는 토·일요일에는 휴게시간을 16시간으로 책정하고 있다. 용역업체의 주장대로 하루 8시간 근무로 계산해도 학교 경비노동자들이 받는 평균임금을 시급으로 환산하면 3250원에 불과하다. 법이 정한 올해 최저임금은 시간당 4580원이다. 이들 업체는 ‘감시·단속 근로자는 휴일근로수당의 적용에서 예외로 한다’는 근로기준법의 예외규정을 근거로 경비노동자들에게 휴일수당도 지급하지 않고 있다. 용역업체를 상대로 체불임금 청구소송을 준비중인 안아무개(71)씨는 “밤새 일할 수밖에 없는데 밤 10시부터가 휴게시간이라니 말이 되느냐”며 “교장들은 우리더러 ‘당직 선생님이 밤에는 교장’이라며 책임만 지우지, 사실 우리는 종놈”이라고 푸념했다. 전회련 학교비정규직본부 서울지부 조형수 조직국장은 “서울지역 학교 경비노동자 평균 나이가 72.3살인데, 젊은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뺏길까봐 많은 임금인상을 바라지도 못한다”고 말했다. 조 국장은 “실질적 근무시간을 근로시간에 포함하는 등 아파트 경비원 수준(월평균 132만원)으로 임금을 인상하고, 적어도 주 하루 휴일을 보장하거나 휴일근로수당을 따로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4일 발표한 ‘학생보호 및 학교안전 강화를 위한 개선방안’에서 현재 전체 학교의 32%인 3693개 학교에만 설치된 경비실을 2015년까지 86%인 9861개 학교로 늘릴 방침이라고 발표했지만, 학교 비정규직이 확대되는 문제에 대해서는 별도의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 박현철 조애진 전종휘 기자 fkcool@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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