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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스마트폰 절도단’ 꾸린 택시기사들

등록 2012-11-05 20:32수정 2012-11-05 21:37

경찰, 1명 구속·8명 불구속 입건
밤늦게 만취 승객만 태워 ‘슬쩍’
단가표엔 “갤럭시3는 40만원…”
중국 등 해외 밀수출업자에 넘겨
택시기사 조아무개(52)씨는 2012년 10월30일 밤 11시께 경기도 시흥시의 한 유흥가 앞에서 술 취한 승객을 기다렸다. 마침 회사 회식을 마친 정아무개(34)씨가 조씨의 택시를 잡았다. 조씨는 히터를 세게 틀었다. 아니나 다를까, 정씨는 곧 깊은 잠에 빠졌다. 조씨는 잠든 정씨에게서 최신형 아이폰을 훔친 뒤 장물을 숨기기 위해 미리 준비한 바지 속 주머니에 감췄다. 조씨는 정씨를 목적지인 서울 마포구 공덕동의 한 아파트 앞에 내려줬다. 잠에서 깬 정씨는 한참 동안 휴대전화를 찾았지만 결국 빈손으로 집에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만취한 승객을 골라 태운 뒤 스마트폰을 훔쳐 팔아온 택시기사들이 무더기로 검거됐다. 서울 광진경찰서는 5일 스마트폰 등 3100만원어치의 금품을 승객들로부터 훔친 혐의(절도 등)로 택시기사 9명을 붙잡아 윤아무개(48)씨를 구속하고 조씨 등 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 수사 결과를 종합하면, 이들은 밤늦은 시각 만취한 손님만 골라 태워 히터를 세게 틀어 잠들게 한 뒤 고가의 스마트폰을 주로 훔친 혐의를 받고 있다. 구속된 윤씨는 이런 수법을 써 조직적으로 스마트폰을 훔쳐 내다팔 목적으로 지난 2월 택시기사들을 모아 친목회까지 만들었다.

휴대전화 밀수출 조직은 현장수거책, 중간수집책, 밀수출업자 등 피라미드 형태로 이뤄져 있다. 현장수거책은 택시기사 등으로부터 모은 장물 휴대전화를 퀵서비스나 택배를 통해 중간수집책에게 전달한다. 14년째 서울에서 택시를 몰고 있는 서아무개씨는 <한겨레>와 한 전화통화에서 “밤늦게 시내를 다니다 보면 주로 편도 2차로의 좁은 도로 옆에서 휴대전화를 밝게 켜고 신호를 보내는 사람들이 있다”며 “손님인 줄 알고 차를 세우면 ‘휴대전화 있느냐?’고 묻는데, 이들이 바로 현장수거책”이라고 말했다.

중간수집책은 현장수거책한테서 넘겨받은 휴대전화를 다시 밀수출업자에게 넘긴다. 이들은 이른바 ‘대포폰’을 통해서만 연락하며 서로 신분을 감추는 등 철저한 점조직 형태로 움직였다. 중간수집책들은 현장수거책과 연락이 5~10분 이상 끊기면 바로 모습을 감췄다.

경찰은 이번에 붙잡힌 택시기사들이 직접 스마트폰을 훔쳐 현장수거책들에게 팔거나 중간수집책 노릇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택시기사들은 적게는 5만원에서 비싸게는 30만~40만원을 받고 스마트폰 등 휴대전화를 팔아넘긴 것으로 조사됐다. 윤씨 등 검거된 택시기사들의 휴대전화 속에서 발견된 ‘단가표’를 보면 갤럭시탭은 11만5000원, 갤럭시3는 40만원, 프라다폰은 11만5000원, 옵티머스2는 22만원 등에 거래됐다. 경찰은 “아이폰4의 경우 30만원, 아이폰 4에스는 40만원 선에서 거래된다”고 설명했다.

광진경찰서는 지난 8월 훔치거나 주운 휴대전화 63억원어치를 중국 등 외국으로 빼돌린 혐의(장물 취득 등)로 붙잡힌 스마트폰 밀수출업자 이아무개(31)씨 등 12명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택시기사들의 꼬리를 잡았다. 광진경찰서 관계자는 “전문적으로 스마트폰을 노리는 택시기사가 서울에만 500여명에 이른다는 진술을 확보했다”며 “분실된 휴대전화의 90% 이상은 중국 등 외국으로 팔려나간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전병헌 민주통합당 의원실의 자료를 보면 ‘휴대전화 순분실건수’가 지난해 100만건이 넘었다.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의 자료를 보면, 분실 휴대전화가 주인을 찾는 경우는 2010년 4.8%, 2011년 4.5%, 올해 7월까지는 3.5%로 줄었다. 해마다 90만개 이상의 휴대전화가 ‘지하 시장’에서 사고팔리고 있는 셈이다. 경찰 관계자는 “고가 스마트폰 밀수출 시장은 연 수천억원 규모로 형성돼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환봉 이정국 기자 bon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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