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집 찾다가…나들이 나왔다가…
졸지에 붙잡혀 ‘공안사범’ 딱지
잦은 재판 연기로 이제야 1심 선고
7명중 6명 무죄…1명은 선고유예
검찰 항소로 “또 법정 투쟁” 허탈
졸지에 붙잡혀 ‘공안사범’ 딱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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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명중 6명 무죄…1명은 선고유예
검찰 항소로 “또 법정 투쟁” 허탈
2008년 6월29일 일요일.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와 이명박 정권 퇴진을 주장하는 시민들의 촛불시위가 갈수록 규모를 키워가고 있을 때였다. 정부는 촛불시위대에 대한 강경대응을 잇따라 천명했다. 중소기업 차장이었던 백아무개(39)씨는 코앞으로 다가온 아들의 돌잔치 장소를 물색하기 위해 아내와 함께 서울 광화문으로 나갔다. 시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기도 했던 백씨는 시위 구경을 한 뒤 지하철을 타기 위해 인도로 이동하던 중 경찰에 체포됐다. 도로를 점거하고 시위를 했다는 혐의(일반교통방해)였다.
백씨뿐만이 아니었다. 시위를 구경하다가 인파에 밀려 체포된 김아무개(72)씨, 밥 먹을 곳을 찾으러 종로를 걷던 대학원생 주아무개(29)씨, 가족과 함께 청계천 나들이를 나왔던 대학 시간강사 주아무개(43)씨 등 7명이 마포경찰서 유치장에 꼬박 45시간 동안 갇혔다. 이들에게는 ‘국가 정체성에 도전하는 시위에 참가한 공안사범’이라는 딱지가 붙었다.
경찰서를 나온 이들은 서로를 ‘감방동기’라고 부르며, 한자리에 모여 술잔을 기울였다. 범법 행위를 하지 않았다고 서로 억울함을 토로하면서 ‘절대로 벌금 내지 말고 끝까지 가보자’고 결의했다. 사건을 잊을 만할 때쯤인 2009년 5월, 이들에게 벌금 150만원에 약식기소한다는 검찰의 통보가 왔다. 이들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의 도움을 얻어 정식재판을 청구했다.
2009년 6월 재판이 시작됐다. 길지 않을 줄 알았던 재판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각자 생활을 이어가야 했던 이들이 같은 날 같은 시각 법정에 모이기란 쉽지 않았고, 당시 이들을 붙잡았던 의무경찰들이 대부분 제대하는 바람에 증인으로 참석하기가 쉽지 않은 탓에 재판이 자주 연기됐다. 또 일반교통방해죄의 위헌 여부를 다투는 데 1년 반이라는 시간이 더 들었다.
사건이 발생한 지 4년4개월, 재판을 받기 시작한 지 3년4개월이 흐른 지난달 2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4단독 박성호 판사는 이들 중 박아무개(45)씨에게만 벌금 30만원에 선고유예 판결하고, 나머지 6명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박 판사는 “이들을 체포한 경찰의 체포 당시 상황에 대한 법정진술이 일관되지 않고, 채증 동영상 등 다른 증거도 범죄를 증명하기에는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명박 정권 초에 촛불시위로 교통방해 혐의를 뒤집어쓰고 재판을 받다가 정권이 끝날 무렵에야 무죄를 선고받은 것이다. 한 정권에 걸친 기나긴 ‘법정 투쟁’ 과정을 돌이키며 이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자동차 영업사원인 유아무개(44)씨는 5일 <한겨레>와 한 전화통화에서 “벌금을 내고 끝내면 될 일이긴 했지만 벌금을 내버리면 죄를 인정하는 것 같아서 정식재판을 청구했다”며 “사람을 귀찮게 만들어서 시민들의 입에 재갈을 물리려고 한 것이 정권의 속셈 아니었을까”라고 말했다.
회사원 백씨는 당시 유치장에 갇혀 출근하지 못하는 바람에 직장 상사들과 사이가 틀어져 회사를 그만뒀다. 최고령이었던 김씨는 재판 기간 중 폐암 수술을 두번이나 받았다. ‘법정 투쟁’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검찰은 무죄 선고된 6명에 대해 지난 2일 항소했다. 대학강사 주씨는 “잊을 만하면 재판이 열려 같이 얼굴 보곤 했는데 검찰이 항소해 결국 또 만나게 됐다”며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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