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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또 대구서…수능 하루앞 삼수생 투신자살

등록 2012-11-08 20:14

집 가까운 고층아파트서 뛰어내려
점퍼주머니에 요절시인 시구 남겨
“명문대 점수 안나와 스트레스”
201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하루 앞두고 대구에서 성적 중압감에 시달리던 삼수생이 아파트에서 뛰어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과도한 경쟁교육과 입시 스트레스, 성적 지상주의가 또 한명의 젊은 목숨을 앗아갔다.

7일 저녁 8시께 대구시 달서구 도원동 아파트 앞 화단에 박아무개(20)씨가 떨어져 숨져 있는 것을 이 아파트 주민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아파트 18층 복도에는 박씨의 가방과 빈 맥주캔 하나가 놓여 있었다. 아파트는 박씨가 사는 곳에서 승용차로 10분쯤 떨어진 곳이다.

박씨가 입고 있던 점퍼의 주머니에서는 “…당신이 보기에는/ 매우 참담한 풍경이겠지만/ 나에게 보이는 것은/ 역시 아름다운 푸른 하늘과/ 맑고 투명한 바람뿐입니다”라고 적힌 쪽지가 나왔다. 37살에 급성 폐렴으로 요절한 일본 시인 미야자와 겐지가 지은 ‘눈으로 말하다’라는 제목의 시로, 일본 만화 <마왕>에서 주인공이 죽는 장면에도 등장했다.

박씨는 지난해 2월 달서구의 일반계고인 ㅇ고교를 졸업한 뒤 삼수에 도전하며 성적 중압감에 많이 시달렸다고 경찰은 밝혔다. 학원에서 성적이 상위권에 드는 박씨는 서울의 이름난 대학에 들어가려고 수능시험을 치렀지만 원하는 점수가 나오지 않아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았다고 박씨 가족들이 경찰에서 말했다. 박씨는 8일 모교에서 세번째 수능시험을 치를 예정이었으나, 전날 예비소집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극단적 선택을 하고 말았다.

박씨의 아버지(50)는 경찰에서 “아들이 한두번 인터넷 자살 사이트에 들어간 것을 본 것 같기도 하다. 평상시 원하는 성적이 나오지 않아 힘들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부터 중고생 11명이 성적이나 학교폭력 피해 등을 고민하다 잇따라 자살했던 대구에서 수능시험 전날 스무살 청년까지 스스로 목숨을 끊자, 시민들은 안타까워하고 있다.

전형권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구지부장은 “학교를 서열화하고 학생들을 좋은 대학에 보내는 것에 목을 매고 있는 교육 현실이 가장 큰 원인이지만, 대구 특유의 보수적인 교육 풍토가 이를 더 부추기는 측면이 크다. 경쟁교육을 협력교육으로 전환하지 않으면 안타까운 죽음은 계속해서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구/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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