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조사뒤 구속영장 청구할 듯
경찰 “핵심 피의자 빼돌리나” 반발
구속 피의자 조사땐 검찰 허락 필요
“제 식구 감싸기” 비판 목소리 빗발
경찰 “핵심 피의자 빼돌리나” 반발
구속 피의자 조사땐 검찰 허락 필요
“제 식구 감싸기” 비판 목소리 빗발
경찰과 별도로 서울고검 김아무개(51) 검사의 금품수수 혐의를 수사중인 김수창 특임검사가 수사 착수 나흘 만에 김 검사에게 출석을 통보했다. 검찰이 경찰보다 먼저 김 검사의 신병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이번 사건을 둘러싼 검찰과 경찰의 갈등이 새로운 국면으로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특임검사팀은 12일, 2008년 김 검사의 차명계좌에 6억원을 입금한 유진그룹 계열사 대표 유아무개씨와 유진그룹 유경선 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한 뒤 곧바로 김 검사에게 출석할 것을 통보했다. 11명의 검사가 투입돼 차명계좌 등 금융자료 확보와 돈을 건넨 쪽에 대한 조사까지 일사천리로 진행한 특임검사팀은 김 검사에 대한 조사를 마치는 대로 곧바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태세다.
검찰이 이렇게 신속하게 김 검사 사건을 처리할 수 있었던 것은 이미 내부 감찰을 통해 김 검사의 혐의를 상당한 수준까지 확인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이번 특임검사팀에는 대검 감찰본부 소속 검사들이 배치됐다.
특임검사팀의 ‘초고속 수사’에 대해 경찰은 즉각 ‘핵심 피의자 빼돌리기’라며 반발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이미 유진그룹이나 김 검사 사무실 등의 압수수색으로 증거까지 다 가져간 마당에 핵심 피의자까지 빼돌리는 행태”라며 “특임검사를 지명한 검찰의 속내가 드러났다”고 말했다. 또다른 경찰 관계자는 “경찰이 김 검사에게 16일까지 출석하라고 출석요구서를 보낸 상태에서 검찰이 먼저 선수를 친 것”이라며 “경찰이 사실상 ‘닭 쫓던 개’가 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특임검사팀이 김 검사를 구속시키면 경찰로선 핵심 피의자를 만날 기회마저 잃게 된다”고 말했다.
경찰은 여전히 김 검사에 대한 수사를 계속하겠다는 방침이지만, 그가 검찰에 구속되면 경찰 수사는 심각한 어려움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경찰이 구속수감된 피의자를 조사하기 위해선 구치소에서 접견 신청을 해야 하지만, 접견 승인을 하는 것은 검찰이다. 지휘 검사가 허락하지 않으면 경찰은 핵심 피의자를 만날 수조차 없다.
한편 경찰이 수사중인 사건에 뒤늦게 뛰어든 검찰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다. 12일 대검찰청 누리집(홈페이지)엔 “검사가 뭐라고, 경찰서 가서 조사받으면 자존심이 엄청 상하냐”, “경찰도 수사권을 행사해야 상호 견제와 감시가 가능하다”, “제 식구 감싸기 하려는 것으로 생각된다” 등 검찰의 ‘특권의식’을 비난하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대부분의 언론도 사설과 기사를 통해 검찰을 비판했다.
이런 분위기를 의식한 듯 검찰은 온종일 말을 아꼈다. 김수창 특임검사는 이날 오전 기자들을 피해 사무실로 출근한 뒤 전화 통화를 통해 “이제 언론 인터뷰를 하지 않겠다”며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대검찰청은 초기 언론 대응에 문제가 있었다고 판단한 듯 대검찰청 부대변인을 지낸 정순신 전주지검 남원지청장을 공보담당으로 특임검사팀에 추가로 파견했다.
이정국 박현철 기자 jg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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