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원폭피해2세환우회 한정순(53) 회장
피해2세환우회 한정순 회장, 다큐 ‘잔인한 내림-유전’서 증언
한국원폭피해2세환우회 한정순(53·사진) 회장의 첫 아들은 뇌병변 장애를 갖고 태어났다. 그 자신도 서른살 무렵 허벅지의 뼈가 녹아가는 대퇴부무혈성괴사증 판정을 받고 인공관절 수술을 받았다. 남편은 아들이 11살 되던 해 결국 이혼을 요구했다. “지몸 성치 않은 것도 모자라서 자식까지 성치 않게 만들어놓고, 시집 와서 한 게 뭐가 있노.” 남편의 마지막 말을 그는 아직도 기억한다.
최근 개봉한 원폭 2세들의 삶을 추적한 다큐멘터리 <잔인한 내림-유전>(감독 김환태)에서 한 회장은 주인공으로 등장해 가슴 아픈 가족사를 증언했다. 원폭 피해자 및 2·3세를 위한 지원사업을 해 온 국제구호단체 위드아시아가 13일 조계사에서 마련한 다큐 상영회에서 그를 만났다.
한 회장은 피폭 2세다. 경남 합천 출신인 그의 부모는 일본 히로시마로 이주해 농사를 지으며 살다 45년 8월6일 미군이 터트린 원자폭탄에 노출됐다. 그때 임신 6개월이었던 어머니는 겨우 목숨을 구했지만, 그뒤 태어난 아들은 돌을 넘기지 못하고 죽었다. 살아 남은 2남4녀도 한 회장처럼 모두 후유증을 앓고 있다.
현재 국내 생존해 있는 피폭 1세대는 2600여명이며, 이들의 후손 1만여명 가운데 2300여명이 피폭 후유증으로 의심되는 선천성 질환을 앓고 있다. 환우회에는 1300여명이 가입해 있다.
“다들 장애를 갖고 있거나 병을 앓느라 직업을 갖지 못했어요. 그러니 어렵게 살죠.” 그도 틈틈이 간병일을 해서 생활비를 번다. 17대와 18대 국회 때 원폭 2세들의 생계비와 의료비 지원을 위한 특별법이 발의되긴 했으나 회기 만료와 함께 모두 자동폐기됐다.
“정부는 피폭 후유증의 유전 여부나 피해자 실태조사조차 하지 않은 채 무조건 아니라고만 해요. 일본 후쿠시마 원전 피폭도 나중에 어떻게 나타날지 몰라요. 그런데 우리 정부는 원전을 계속 짓겠다니 답답합니다.”
다큐 ‘잔인한 내림’은 단체 신청을 받아 순회상영할 예정이다. 합천평화의집 서울사무국(02-744-8007) 또는 다큐이야기(02-926-6369)로 신청하면 된다.
글·사진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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