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앞둔 한국인 노동자들
SOFA ‘한국노동법이 보호’ 규정
실제론 미군쪽 마음대로 처우
임금인상률, 물가상승률 절반
업무·파트타임 전환도 일방통보
SOFA ‘한국노동법이 보호’ 규정
실제론 미군쪽 마음대로 처우
임금인상률, 물가상승률 절반
업무·파트타임 전환도 일방통보
주한미군 소속 한국인 노동자 강아무개(57)씨가 원래 맡은 일은 운전기사다. 그러나 실제로는 가리는 일 없이 해왔다. 어느 날은 창고 청소에 동원됐고 어느 날은 짐 옮기는 데 불려갔다. 온종일 주머니에 모래를 퍼담은 날도 있다. “노예 부리듯 부린다”고 강씨는 말했다.
20여년 전, 강씨는 레스토랑 종업원 자리를 구해 미군부대에서 일을 시작했다. 10년 전 미군 쪽은 “운전직으로 옮기라. 싫으면 관두라”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지난 8월 강씨는 또다시 일방 통보를 받았다. “주 40시간에서 주 20시간으로 근무시간을 줄인다”는 내용이었다. 월급도 반토막 날 것이다.
“이제 나이 들어 갈 데도 없으니 어쩌겠나. 그 사람들(미군)은 항상 ‘우리 덕에 먹고 사니 내 말 들으라’는 식”이라며 강씨는 분통을 터트렸다.
1945년 해방과 함께 주한미군이 한반도에 주둔하면서, 주한미군 기지에서 일하는 한국인 노동자들이 생겨났다. 이후 지금까지도 세탁·배식·시설보수 등 허드렛일을 포함해 미군 기지 내 240여종 업무에서 1만3000여명의 한국인들이 일하고 있다.
이들은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소파) 17조에 따라 한국 노동법의 보호를 받고는 있지만, 실제로는 주한미군 쪽의 일방적 노무관리에 시달리고 있다. 미국 정부는 해외 주둔 미군 기지에서 일하는 현지 노동자들의 임금에 ‘페이캡’(Pay Cap) 정책을 적용해 왔다. 주둔 국가의 공무원 임금 상승률 및 미 연방 공무원 임금 상승률보다 더 높은 비율로 임금을 높일 수 없다는 게 뼈대다.
그런데 주한미군은 한국 공무원의 임금이 인상되는 동안에도 미 연방 정부 공무원의 임금이 지난 2년간 동결됐다는 이유로 주한미군 한국인 노동자들의 임금까지 동결시켜왔다. 최근 주한미군 쪽이 2013년 임금까지 3년 연속 동결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이들의 분노가 폭발했다.
미군 내 한국인 노동자들의 연봉은 평균 3200만원 정도다. “문제는 월급이 물가상승률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전국주한미군한국인노동조합(주한미군노조) 쪽은 주장하고 있다.
2006년 이후 6년 동안 소비자물가상승률은 23.4%다. 같은 기간 한국 내 노동자의 임금인상률은 33.8%, 한국 공무원의 임금인상률은 15.6% 정도다. 그런데 주한미군 내 한국인 노동자의 임금인상률은 11.5%다. 물가상승률의 절반 수준이다.
한국 정부가 미국 정부에 주한미군 주둔 비용으로 지불하는 방위비 분담금 가운데는 한국인 노동자의 인건비도 포함돼 있다. 소파 협정에 따라 한국인 노동자 인건비의 70%는 우리 정부의 방위비 분담금에서 지출된다. 이 분담금은 2006년 6804억원에서 2011년 8125억원으로 매년 상승했다. 논리적으로 보자면, 주한미군 한국인 노동자의 임금도 그 비율만큼 올랐어야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주한미군노조 최응식 사무국장은 “미국의 페이캡 정책이 우리 헌법과 노동관계법이 보장하는 노조의 단체교섭과 실질적 임금교섭의 권리를 빼앗고 있다. 이 제도 자체를 폐지하고 물가상승률이라도 제대로 반영하는 임금 인상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17일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출정식을 열고 총파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엄지원 최유빈 기자 umki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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