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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안마사 ‘어엿한’ 직장인 삶 열렸지만…

등록 2012-11-18 20:55수정 2012-11-18 21:19

기업이 ‘헬스키퍼’ 시각장애인 채용
밤근무 안마소 대신 낮일 가능해져
가족도 챙기고 직업 자부심도 생겨

대부분 비정규직·박봉은 해결 과제
“정부가 장애인 고용 뒷받침해줘야”
시각장애인 안마사 김정열(41·여)씨는 지난 9월, 1993년 서울맹학교 실습 때부터 20년 동안 안마사로 일했던 호텔을 그만뒀다. 초등학생과 중학생인 두 아들이 저녁시간에 방치되는 것을 더는 두고 볼 수 없었다. 호텔이 성업하는 주말에 근무하고 평일에 쉬다 보니 아이들과 살 비빌 시간도 많지 않았다. “저녁 7시에 출근해 새벽 4시에 퇴근했어요. 안마시술소에서 일하는 어떤 시각장애인들은 어쩔 수 없이 애들을 시설로 보내기도 하지요.”

그랬던 김씨의 삶이 바뀌었다. 오전 9시에 출근해 오후 6시에 퇴근하며 주5일 근무를 한다. 한달 전부터 식품업체 ㅂ사의 ‘헬스키퍼’(사내 안마사)로 일하고 있다. 평범한 엄마의 삶이 가능해졌다. 사회의 일원이라는 느낌도 새로 갖게 됐다. “수입은 절반으로 줄었지만 애들이 좋아하니까 전부 보상이 되는 것 같아요. ‘안마받고 나니 열심히 일할 힘이 생긴다’고 말하는 직원들을 보면 정말 보람을 느끼죠.”

헬스키퍼는 장애인고용촉진공단이 2006년께부터 도입한 직종으로, 당시 몇몇 기업이 사원 복지를 위해 채용을 시작했다. 사내에 안마시설을 갖추고 점심·휴식시간 등을 이용해 지친 사원들에게 안마 서비스를 제공한다.

국내 시각장애인들은 맹학교 시절부터 안마를 배운다. 상당수는 주로 밤에 일하는 안마시술소에 취업한다. 일부 안마시술소는 불법 성매매도 겸하고 있다. 시각장애인은 그저 안마만 할 뿐이지만, 성매매 업소를 단속할 때마다 그들 역시 불안에 떨었다.

그들에게 헬스키퍼는 새롭게 떠오르는 대안적 일자리다. 헬스키퍼를 도입하는 기업들이 조금씩 늘면서 현재 안마사 자격증을 갖고 있는 시각장애인 1만여명 가운데 200명 정도가 헬스키퍼로 일하는 것으로 대한안마사협회는 추산한다.

어느 공기업에서 헬스키퍼로 일한 지 3년째인 서아무개(39)씨도 직업적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예전에 일했던 안마시술소에선 손님들이 ‘야’, ‘너’라고 불렀어요. 여기선 ‘선생님’이라고 불러요. 내가 쓸모없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이젠 안 들어요.” 얼마 전 서씨가 일하는 회사 사원들은 사내 최고 복지제도로 헬스키퍼를 꼽았다. 서씨의 자부심도 덩달아 높아졌다.

북유럽 등 선진국에서 헬스키퍼가 기업 복지제도로 보편화했다. 사원들에게 질 높은 휴식 서비스를 제공하는 동시에 장애인 고용도 실천하는 방안으로 평가받는다. 국내에선 삼성카드, 효성, 웅진코웨이, 케이티(KT) 등 주로 대기업들이 헬스키퍼를 도입했다. 지난 9월부터 헬스키퍼 3명을 채용한 에스케이엠앤시(SK M&C) 홍보팀 관계자는 “11월 말까지 예약률이 90%에 이를 정도로 사원들의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다만 대부분의 헬스키퍼는 비정규직이다. 정규직으로 채용된 김씨와 서씨는 운이 좋은 축에 든다. 대한안마사협회 김석건 실장은 “경력 20년인데도 월 150만원 받는 계약직에 머물러 있는 헬스키퍼가 더 많다. 기업에만 맡겨놓지 말고 정부가 장애인 고용 정책의 하나로 제도적 뒷받침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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