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승 스님, 김영주 목사, 박정우 신부, 이범창 천도교 종무원장, 이용원 원불교 교무 등 종교계 지도자들이 19일 오후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41일째 단식농성중인 김정우 쌍용차 지부장을 찾아 건강을 염려하며 단식을 중단하기를 권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국가에 밀려난 사람들끼리 모여
‘똑같은 상처’ 서로 위안 주고받아
시민들 관심으로 ‘집단치유’ 경험도
“마지막 기댈 곳, 철거는 안돼” 지적
‘똑같은 상처’ 서로 위안 주고받아
시민들 관심으로 ‘집단치유’ 경험도
“마지막 기댈 곳, 철거는 안돼” 지적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옆 농성촌(<한겨레> 19일치 12면)이 국가폭력에 밀려난 이들의 ‘힐링캠프’가 되고 있다. 2008년 이명박 정부 등장 이후 공권력으로부터 피해를 입었거나 국가의 보호를 받지 못해 고통당한 서민들이 농성촌에 함께 자리잡으면서 서로의 처지를 위로하는 것은 물론, 이 곳을 찾는 시민들로부터 ‘집단 치유’를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강동균(55) 제주 강정마을 회장은 “아프고 지친 사람들끼리 서로 의지하고 힘을 모으려고 농성촌을 만들었는데, 막상 얼굴을 맞대고 보니 그 처지는 조금씩 달라도 그 상처는 똑같아서 서로 위안을 주고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 곳을 찾는 시민들도 농성자들의 상처 치유에 힘을 보태고 있다.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김상구(45)씨는 “이곳에 있으면 시민들이 와서 우리와 이야기를 나누고 모금도 해주고 간식도 사다준다. 시민들의 많은 관심이 무엇보다 큰 위로가 된다”고 말했다. 김정욱(41)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대외협력부장은 “초등학생, 노인, 문화예술인, 정치인 등 이 곳을 찾는 다양한 사람을 만난다. 여기 있는 것만으로도 그동안 쌓였던 가슴의 한이 조금씩 풀리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대한문 옆 농성촌이 집단 치유의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는 데는 이유가 있다. ‘함께살자 농성촌’이란 이름 그대로, 상처받고 신음하는 서민들의 목소리를 모아 담은 공간이기 때문이다.
주로 쌍용차 해고노동자 등이 농성촌을 지키고 있지만, 제주 해군기지 건설에 반대하는 강정마을 주민이나 용산참사 유가족은 물론 골프장 건설을 반대하는 강원도 주민들, 이동권·생존권 보장을 요구하는 장애인들, 핵발전소 폐기를 촉구하는 경상도 주민들이 번갈아 농성촌을 지킨다. 이명박 정부의 전횡에 신음했던 이들이 모두 한자리에 집결하는 형세다.
이들이 한 군데 모이게 된 계기는 지난 10월5일부터 11월3일까지 시민사회단체 등이 전국의 주요 민생 현장을 탐방하면서 국가폭력에 신음하는 시민들을 직접 만난 ‘생명평화대행진’이었다. 행진은 대한문 앞 쌍용차 해고자 농성 천막에서 마무리됐다. 행진은 끝났지만 전국 곳곳의 아우성을 한 데 모아 담자는 뜻은 계속됐다.
정혜신 정신과 전문의는 “대한문 옆 농성촌은 심리적 경계에 몰린 사람들이 절박하게 교류하며 서로를 위안하고 있는 곳이다. ‘우리들’과 함께 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눈으로 확인하는 것은 이들에게 가장 큰 치유”라고 말했다.
국가폭력 희생자들을 치유해온 강용주 광주 정신건강트라우마센터장은 “국가폭력 피해자들이 가장 힘들어 하는 것은 자신의 처지에 대해 제대로 말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도 농성촌에서 이들은 말을 할 수 있고 그 말을 들어주는 시민들의 귀가 있다”고 말했다. 강 센터장은 “그들에겐 마지막 기댈 곳인 이 농성촌은 그래서 절대로 철거해선 안된다”고 덧붙였다.
진명선 정환봉 기자 tor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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