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아무개(77·여)씨가 한강에서 숨진 채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된 것은 지난 6월29일. 이날 오전 서울 반포대교 위에서 정씨를 봤다는 목격자가 나타나면서 그의 죽음은 처지를 비관한 ‘흔한’ 자살로 처리되는 듯 했다. 그러나 정씨가 서울 강남지역 고급 아파트에 사는 60억원대 재산가라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경찰의 수사는 원점으로 돌아갔다. 게다가 “정씨의 큰 딸이 정씨의 통장에서 거액을 인출했다”는 제보까지 날아 들면서 경찰은 타살 쪽으로 의심을 뒀다.
경찰은 정씨가 숨지던 날 새벽, 한 통의 전화를 받고 집을 나섰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또 제보 내용대로 정씨의 큰 딸이 정씨가 숨진 뒤 1억6000만원을 정씨 통장에서 빼낸 것으로 드러나면서 ‘타살’ 심증은 굳어져 갔다.
그러나 새벽에 온 의문의 전화가 정씨가 부른 콜택시 기사의 전화였다는 것과 ‘죽고 싶다’는 정씨의 심경이 담긴 일기장이 발견되면서 상황은 다시 반전됐다.
경찰 조사결과 정씨의 남편은 10년 전 집을 나가 다른 여자와 살림을 차렸다. 아들과 두 딸은 정씨의 재산을 둘러싸고 조용할 날이 없었다. 큰 딸을 의심한 제보 역시 정씨의 아들이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상황에서 정씨는 우울증을 보이기도 했다.
서울 용산경찰서는 한 달여만인 9일 이 사건을 자살로 종결 처리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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