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원 지칭 ‘J는 도관 역할’ 문건도
지난 2월1일부터 11개월 동안 계속된 에스케이(SK)그룹 최태원 회장 형제의 재판에서 가장 큰 쟁점은, 계열사가 출자한 펀드자금을 선물·옵션 투자금으로 사용하는 데 최태원 회장의 지시 또는 관여가 있었는지 여부다. 변호인들은 최재원 부회장이 김준홍 베넥스인베스트먼트(베넥스) 대표로부터 돈을 일시적으로 빌린 것에 불과하고, 최 회장은 관여하지 않았으며, 펀드 출자는 정상적인 경영활동이었다고 주장해왔다.
검찰은 혐의 사실 입증을 위해 서범석 전 베넥스 공동대표의 ‘티(T·최 회장을 지칭) 프로젝트’ 관련 진술과, 최 회장의 개인 자금을 관리했던 에스케이 재무팀 직원 박아무개씨가 작성한 문건에 나오는 ‘도관’(지나가는 관)이란 표현을 바탕으로 최 회장을 압박해왔다.
지난 4월24일 재판에서 증인으로 나온 서 전 대표는 “김준홍 베넥스 대표가 최 회장을 만나고 와서 ‘에스케이텔레콤과 에스케이씨앤씨(C&C)에서 500억원 투자금이 들어오는데, 이 돈을 회장님이 지시하신 곳에 보내야 한다’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서 전 대표는 이를 ‘티(T) 프로젝트’라고 부르며, “펀드 출자금을 선지급으로 받는 것에 대해 김 대표가 ‘최 회장에게 확인을 받았으니 추진하라’고 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2008년 10월 에스케이텔레콤과 에스케이씨앤씨에서 베넥스에 출자한 자금이 최씨 형제의 선물투자 대리인인 김원홍씨에게 전달되는 과정에 최 회장이 관여했다는 정황을 드러내는 진술이다.
지난 5월8일 재판에서는 에스케이 재무팀 직원 박씨가 2009년 말 작성한 내부문건을 검찰이 공개했는데, 이 문건에는 최 회장 소유의 2968억원 가운데 2529억원이 최 부회장 계좌를 거쳐 김원홍씨 계좌로 넘어가는 과정이 담겨있다. 문건에는 ‘제이(J·최 부회장을 지칭)는 단지 도관의 역할’이라고 적혀 있는데, 이는 검찰이 주장하는 돈의 흐름과 일치해 투자의 주체가 최 부회장이 아닌 최 회장이라는 논리에 부합한다.
그러나 최 회장 쪽은 “최 회장이 펀드 자금을 보내라고 지시한 바가 없다. (‘도관’이란 표현은) 세무조사과정에서 세금을 덜 물게 하기 위한 방편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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