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의 뇌물 수수, 성추문, 꼼수 개혁안 등 여러 추문이 연달아 불거지면서 검찰이 창설 이래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11월28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정문 앞 조형물 ‘서 있는 눈’에 검찰청 건물이 일그러져 보인다.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시민사회·학계 ‘두 후보 검찰개혁안’ 평가
* 검찰총장 임명
박, 유명무실 후보추천위 현실 반영 안돼
문 ‘총장직 개방’ 중립성·객관성 담보 신선 * 검찰권한 분산
다른 부서 ‘중수부 역할’ 대행땐 의미 없어
재정신청 대상 확대로 ‘기소권 통제’ 효과 ‘검경 수사권 조정’ 원론 못 벗어나…국민참여기구 설치를 ■ 정치적 중립성 확보 박 후보가 2일 제시한 검찰총장 등 인사 관련 공약은 현실과 동떨어졌다는 평가가 많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찰총장을 후보추천위원회가 추천한 인물 중에 임명하겠다거나 검찰인사위원회가 검사장 승진 및 보직인사 심사를 하겠다는 박 후보의 안은 현실을 직시하지 못한 공약”이라고 비판했다. 한 교수는 “현행 후보추천위나 검찰인사위 모두 법조인 중심으로 구성돼 유명무실하며 국회 청문회 역시 피상적인 절차에 불과하다. 위원회나 청문회의 구성과 권한에 대한 근원적인 개혁이 있지 않은 한 무의미하다”고 지적했다. 문 후보의 공약은 검찰권의 근본적인 수정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이광철 변호사는 “대통령의 검찰총장 임명권을 국민에게 반납하고 시민단체 등 외부인사들이 과반수 이상 참여한 검찰총장후보추천위를 제안한 문 후보의 안은 중립성과 객관성이 담보된다는 측면에서 바람직한 대안”이라고 평가했다. 이창수 새사회연대 대표는 “대통령이 법무부 장관을 통해서 후보추천위를 장악하는 현 구조를 해소했다는 점에서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검사장급 인사 때 검찰인사위 내부의 인사청문회를 도입하는 것도 정치적인 인사 외압을 배제할 수 있는 신선한 제안”이라고 평했다. ■ 중수부 폐지 박 후보는 기존 태도를 바꿔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폐지안을 새로 포함시켰으나, 이에 대한 평가는 냉정했다. 박주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사무처장은 “대검이 직접 수사를 하지 않겠다는 내용이지만, 다른 부서나 지검의 특수부가 같은 역할을 한다면 중수부 폐지 여부가 큰 의미가 없다. 이보다는 검찰 권한 자체를 통제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도입이 배제된 상황에서 중수부 폐지만으로는 검찰총장의 ‘하명 수사’를 차단하기에 역부족이라는 의미다. 이창수 새사회연대 대표는 “박 후보의 공약대로라면 지검 특수부가 검찰총장의 하명 사건을 수사하면서 또다른 권력으로 자리할 가능성이 크다. 공수처 도입을 반대하는 입장에서 이런 정치적 수사와 기소는 여전히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이 대표는 “중수부 폐지와 함께 공수처 설치를 통해 주요 인사와 사건을 수사하도록 함으로써 강력한 검찰 권한의 축소와 분산을 의도했다”며 문 후보의 공약을 긍정적으로 봤다. 공수처가 또다른 권력기관이 되지 않도록 권한남용 방지와 중립성 보장 방안이 더 구체화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 검찰 기소권 통제 검찰시민위원회의 권한을 강화해 중요 사건의 구속영장 청구 및 기소 여부를 심의하도록 하겠다는 박 후보의 공약 역시 ‘현실 인식 부족’이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한상희 교수는 “2010년 도입한 현행 검찰시민위원회는 권고적 효력만 있을 뿐 유명무실하며, 따라서 이를 강화한다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재정신청 대상 범위를 전체 고소·고발 사건으로 확대하고, 중대 범죄 사건을 제외하고는 검찰의 항소권을 제한하는 문 후보의 공약은 검찰이 독점한 기소권을 통제할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으로 후한 평가를 얻었다. 한상희 교수는 “검찰의 항소권 제한은 ‘하급심 강화’라는 사법개혁의 주요 과제의 해결책이기도 하다. 검찰의 부당한 불기소뿐만 아니라 무리한 기소를 통제할 수 있는 검찰심사회 같은 시민참여형 통제장치도 함께 고려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 조직 내부의 민주성 확보 두 후보 모두 청와대나 법무부로부터 검찰의 독립을 강화하려 노력했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인정은 받았다. 하지만 외부로부터의 독립에서 한발 더 나아가 검찰 내부의 비민주적 조직문화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도 나왔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두 후보 모두 정치권력으로부터의 입김을 차단하려 노력했지만 검찰권력 자체가 비대화하는 걸 막는 방안은 내지 못한 것 같다. 검찰의 3대 권한인 수사권·공소권·형집행권을 어떻게 민주적으로 통제할 수 있느냐가 관건일 텐데 형집행권에 대한 대안을 두 후보 모두 빠뜨렸다”고 평가했다. 경건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엄격한 상명하복을 특징으로 하는 검찰의 조직문화를 개선하기 위한 구체적인 조처가 뒤따라야 한다”고 설명했다. ■ “국민사법개혁위 설치를” 86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민주적 사법개혁 실현을 위한 연석회의’는 이날 두 후보의 검찰 개혁안 발표 직후 성명을 내어 “추진 시기와 방법, 주체, 국민의 참여방안 등이 구체적이지 않아 실효성에 의문이 든다. 정치권은 대선 이후를 약속하기보다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통해 검찰개혁의 진정성을 보여줘야 한다”며 국민과 시민사회 등이 참여한 ‘국민사법개혁위원회’(가칭)를 설치해 즉시 검찰개혁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박현철 최유빈 김규남 기자 fkcool@hani.co.kr
박, 유명무실 후보추천위 현실 반영 안돼
문 ‘총장직 개방’ 중립성·객관성 담보 신선 * 검찰권한 분산
다른 부서 ‘중수부 역할’ 대행땐 의미 없어
재정신청 대상 확대로 ‘기소권 통제’ 효과 ‘검경 수사권 조정’ 원론 못 벗어나…국민참여기구 설치를 ■ 정치적 중립성 확보 박 후보가 2일 제시한 검찰총장 등 인사 관련 공약은 현실과 동떨어졌다는 평가가 많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찰총장을 후보추천위원회가 추천한 인물 중에 임명하겠다거나 검찰인사위원회가 검사장 승진 및 보직인사 심사를 하겠다는 박 후보의 안은 현실을 직시하지 못한 공약”이라고 비판했다. 한 교수는 “현행 후보추천위나 검찰인사위 모두 법조인 중심으로 구성돼 유명무실하며 국회 청문회 역시 피상적인 절차에 불과하다. 위원회나 청문회의 구성과 권한에 대한 근원적인 개혁이 있지 않은 한 무의미하다”고 지적했다. 문 후보의 공약은 검찰권의 근본적인 수정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이광철 변호사는 “대통령의 검찰총장 임명권을 국민에게 반납하고 시민단체 등 외부인사들이 과반수 이상 참여한 검찰총장후보추천위를 제안한 문 후보의 안은 중립성과 객관성이 담보된다는 측면에서 바람직한 대안”이라고 평가했다. 이창수 새사회연대 대표는 “대통령이 법무부 장관을 통해서 후보추천위를 장악하는 현 구조를 해소했다는 점에서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검사장급 인사 때 검찰인사위 내부의 인사청문회를 도입하는 것도 정치적인 인사 외압을 배제할 수 있는 신선한 제안”이라고 평했다. ■ 중수부 폐지 박 후보는 기존 태도를 바꿔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폐지안을 새로 포함시켰으나, 이에 대한 평가는 냉정했다. 박주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사무처장은 “대검이 직접 수사를 하지 않겠다는 내용이지만, 다른 부서나 지검의 특수부가 같은 역할을 한다면 중수부 폐지 여부가 큰 의미가 없다. 이보다는 검찰 권한 자체를 통제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도입이 배제된 상황에서 중수부 폐지만으로는 검찰총장의 ‘하명 수사’를 차단하기에 역부족이라는 의미다. 이창수 새사회연대 대표는 “박 후보의 공약대로라면 지검 특수부가 검찰총장의 하명 사건을 수사하면서 또다른 권력으로 자리할 가능성이 크다. 공수처 도입을 반대하는 입장에서 이런 정치적 수사와 기소는 여전히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이 대표는 “중수부 폐지와 함께 공수처 설치를 통해 주요 인사와 사건을 수사하도록 함으로써 강력한 검찰 권한의 축소와 분산을 의도했다”며 문 후보의 공약을 긍정적으로 봤다. 공수처가 또다른 권력기관이 되지 않도록 권한남용 방지와 중립성 보장 방안이 더 구체화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 검찰 기소권 통제 검찰시민위원회의 권한을 강화해 중요 사건의 구속영장 청구 및 기소 여부를 심의하도록 하겠다는 박 후보의 공약 역시 ‘현실 인식 부족’이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한상희 교수는 “2010년 도입한 현행 검찰시민위원회는 권고적 효력만 있을 뿐 유명무실하며, 따라서 이를 강화한다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재정신청 대상 범위를 전체 고소·고발 사건으로 확대하고, 중대 범죄 사건을 제외하고는 검찰의 항소권을 제한하는 문 후보의 공약은 검찰이 독점한 기소권을 통제할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으로 후한 평가를 얻었다. 한상희 교수는 “검찰의 항소권 제한은 ‘하급심 강화’라는 사법개혁의 주요 과제의 해결책이기도 하다. 검찰의 부당한 불기소뿐만 아니라 무리한 기소를 통제할 수 있는 검찰심사회 같은 시민참여형 통제장치도 함께 고려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 조직 내부의 민주성 확보 두 후보 모두 청와대나 법무부로부터 검찰의 독립을 강화하려 노력했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인정은 받았다. 하지만 외부로부터의 독립에서 한발 더 나아가 검찰 내부의 비민주적 조직문화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도 나왔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두 후보 모두 정치권력으로부터의 입김을 차단하려 노력했지만 검찰권력 자체가 비대화하는 걸 막는 방안은 내지 못한 것 같다. 검찰의 3대 권한인 수사권·공소권·형집행권을 어떻게 민주적으로 통제할 수 있느냐가 관건일 텐데 형집행권에 대한 대안을 두 후보 모두 빠뜨렸다”고 평가했다. 경건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엄격한 상명하복을 특징으로 하는 검찰의 조직문화를 개선하기 위한 구체적인 조처가 뒤따라야 한다”고 설명했다. ■ “국민사법개혁위 설치를” 86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민주적 사법개혁 실현을 위한 연석회의’는 이날 두 후보의 검찰 개혁안 발표 직후 성명을 내어 “추진 시기와 방법, 주체, 국민의 참여방안 등이 구체적이지 않아 실효성에 의문이 든다. 정치권은 대선 이후를 약속하기보다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통해 검찰개혁의 진정성을 보여줘야 한다”며 국민과 시민사회 등이 참여한 ‘국민사법개혁위원회’(가칭)를 설치해 즉시 검찰개혁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박현철 최유빈 김규남 기자 fk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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