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2명에 무죄 선고
“북한서 지령전달받은 증거 부족”
간첩 예비·음모 혐의 모두 벗어
“북한서 지령전달받은 증거 부족”
간첩 예비·음모 혐의 모두 벗어
이른바 ‘위치정보시스템(GPS) 간첩사건’으로 6월 구속기소된 이아무개(74)씨와 김아무개(56)씨가 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 사건은 대북무역 사업을 함께 하던 중 관계가 틀어지자 김씨가 이씨를 간첩으로 모함하면서 벌어진 일로 재판 과정에서 드러났다. 경찰과 검찰이 ‘공안몰이’를 위해 무리한 수사를 했다는 비난을 면할 수 없게 됐다.(<한겨레> 6월4일치 11면)
서울중앙지법 형사28부(재판장 김상환)는 6일 “북한으로부터 지령을 받았다고 볼 만한 증거가 부족하다”며 이씨와 김씨의 간첩 예비·음모 혐의에 대해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법원은 다만 김씨가 위조여권을 사용한 것에 대해 유죄를 인정해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법원의 무죄 선고로 이씨와 김씨는 6개월여 만에 구속 상태에서 풀려났다.
판결문과 재판 과정에서 나온 진술 등을 종합하면, 김씨와 이씨는 지난해 7월 중국 단둥에서 북한산 송이버섯 무역사업을 함께 준비하던 중 계약관계를 둘러싼 이견으로 사이가 틀어졌다. 뉴질랜드 동포인 김씨는 이후 한국에 돌아왔다가 친북성향의 재뉴질랜드동포연합회와 관련된 혐의로 수사기관에 체포됐다. 김씨가 수사기관에 “이씨가 북한 공작원을 만나 지령을 받았다”고 신고하면서 두 명 모두 간첩으로 몰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둘 사이의 신뢰관계가 손상돼 있던 상황에서 이씨가 발각됐을 경우 엄중한 형사책임이 뒤따르는 간첩행위를 김씨와 함께 예비·음모했다는 것은 선뜻 상정하기 어렵다. 공소사실을 뒷받침할 만한 유력 증거인 김씨의 진술은 합리성·객관성·일관성이 결여돼 유죄의 근거로 삼기 어렵다”고 밝혔다.
사정이 이런데도 사건 수사를 맡은 서울지방경찰청 보안수사대는 정치권에서 종북 논란이 한창이던 5월30일 “‘비전향 장기수’ 출신 대북 사업가 이씨 등이 위치정보시스템 관련 군사기밀을 북한에 넘기려 했다”고 밝혔다. 여러 보수언론은 비전향 장기수 출신에게 대북무역을 허용한 과거 정부를 비판했고, 비전향 장기수 출신들을 싸잡아 ‘언제든 간첩으로 돌아설 수 있는 인물’로 비난했다.
하지만 <한겨레> 취재 결과, 이씨는 이미 1988년 ‘사상전향서’를 쓴 ‘전향 장기수’인 것으로 드러났다. 또 경찰이 군사기밀이라고 주장했던 자료는 누구나 인터넷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팸플릿 수준에 불과한 것이었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경찰은 중국에서 이씨 등에게 군사기밀을 수집하라는 지령을 내렸다는 북한 공작원의 실체도 밝혀내지 못했다.
경찰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경찰의 어설픈 수사를 견제하는 역할을 방기한 채 무리한 ‘공안몰이’에 합세했다. 검찰은 6월22일 경찰 수사의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애초 경찰이 밝힌 ‘간첩 목적수행’(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 징역) 혐의에서 후퇴한 ‘간첩 예비·음모’(2년 이상 징역) 혐의를 적용해 기소를 밀어붙였다. 실제 간첩행위가 없었는데도 예비·음모 조항을 적용해 기소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어서 무리한 법 적용을 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환봉 박태우 기자 bon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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