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사업추진위, 시민제안 선정…소공녀·국가보안법등
문화관광부 광복60돌 기념 문화사업 추진위원회가 지난 5월부터 지난달 15일까지 받은 ‘일제문화잔재 바로 알고 바로잡기’ 시민제안(<한겨레> 8월4일치 11면 참조) 가운데 ‘만경강·영산강’(조법종 우석대 교수)이 10일 으뜸상으로 뽑혔다. 또 국가보안법도 일제의 잔재로 뽑혀, 제안자에게 3등상에 해당하는 누리상이 수여됐다.
추진위는 선정 이유에서 “대동여지도에는 각각 사수강·사호강으로 나온 이들 강의 이름을 일제가 바꿨다는 사실을 드러냄으로써 지명뿐 아니라 생명의 원천인 강 이름에도 일제의 손길이 미쳤음을 처음으로 밝혔다는 데 의의가 있다”며 “강 이름과 관련해 전국에 걸친 조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버금상으로는 △‘소공녀’ ‘춘희’ ‘마적’ 등 외국 문학·음악 작품 이름을 우리말로 번역할 때 일본에서 번역한 그대로 쓴 사례 △일제의 행정단위가 우리 지명으로 쓰인 ‘본정통’, 박문중학교·박문사·소화유치원 등 고유명사에 쓰인 ‘박문’(이등박문에서 유래)과 ‘소화’(일제시대 연호) △경부 철도선 터널에 새겨진 ‘천장지구·광피사표·대천성공’ 등 일제 문구 △러·일전쟁 승리를 기념해 세운 ‘거제도 취도탑’과 ‘송진포 기념비’ 등 4건이 선정됐다.
누리상으로 선정된 39건 가운데 눈에 띄는 것으로는 국가보안법과 반상회가 있다. 일제가 독립운동을 탄압하고 민족반역세력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치안유지법이 해방 뒤 국가보안법으로 이름이 바뀌어 민족반역자들을 보호하고 뒷날 민주화운동을 탄압하는 기능을 했다는 제안이 선정됐다. 추진위는 선정 이유로 “국가보안법이 일제 식민통치를 위한 악법에 기원을 두고 있음은 분명하다”며 “1948년 이 법이 만들어질 당시에도 일제 악법의 부활이라는 비난이 압도적이었다”고 밝혔다. 1930년대 일제가 전시체제로 들어가면서 도나리구미()를 만들어 명령을 내리고 서로 감시하도록 만든 것이 광복 이후 반상회로 바뀐 만큼 주민 자율성을 강조하는 ‘사랑방 모임’ 등으로 이름을 바꿔야 한다는 제안도 채택됐다. 이밖에 건설현장·낚시·당구·미용·봉제·방송·출판·인쇄 분야에서 광범위하게 쓰이는 일본식 용어와 일산() 등 일본식 지명들도 선정됐다.
황병기 추진위 위원장은 “이번 사업은 부지불식간에 우리 생활 속에 스며있는 일제잔재를 국민의 힘으로 바로잡자는 취지에서 기획한 것”이라며 “타당성 있는 제안은 정책에 반영하도록 관계당국에 권고하는 한편 ‘일제문화잔재 지도’를 만들어 12월께 보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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