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파주시 금촌동 아파트 화재 때 유독가스를 마시고 의식불명에 빠졌던 장애 어린이(11)가 화재 발생 45일 만인 13일 끝내 숨졌다. 짧은 삶을 살면서 가장 기댈 수 있는 버팀목이었던 두 살 위 누나 박지우(13)양이 먼저 하늘나라로 떠난 지 36일 만이다.
고양시 일산백병원은 이날 오전 9시34분께 병원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던 박군이 뇌와 장기 손상 등에 따른 합병증으로 숨을 거뒀다고 밝혔다. 이들 남매는 10월29일 저녁 6시5분께 부모가 일하러 간 사이 들이닥친 화마를 미처 피하지 못하고 의식을 잃은 채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다.
당시 누나 지우양은 뇌병변장애 1급인 동생을 보호하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추정돼 안타까움을 더했다. 발달장애가 있는 지우양은 올해 초 일반 중학교에 진학할 수 있었으나, 동생과 함께 학교에 다니겠다며 통학버스로 1시간 걸리는 특수학교에 동생을 데리고 다닐 만큼 우애가 깊었다. 지우양이 어려운 집안 형편에 맞벌이를 하는 부모를 대신해 동생을 돌봐온 애틋한 사연이 알려지면서, 남매가 회생하기를 바라는 온정의 손길이 이어졌다. 하지만 지난달 7일 누나에 이어 이날 동생마저 끝내 의식을 되찾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혹시나’ 하며 실낱같은 희망을 가졌던 부모는 남매를 홀연히 떠나보낸 뒤 소리 없이 눈물을 삼켰다.
장애인 부모 단체는 “남매의 죽음은 장애아동을 위한 정부와 지자체의 돌봄 지원 체계가 부재했기 때문에 발생한 인재”라며, 장애아동 돌봄과 양육지원 서비스의 확대를 요구했다. 경기도와 파주시가 월 120시간 활동지원 서비스와 장애인 가족 양육지원사업 등을 시행하고 있지만, 예산과 대상자가 적은데다 일부 금액을 자부담해야 한다는 조건 등으로 지우네 가족에게는 ‘그림의 떡’이었다. ㈔새누리장애인부모연대 송희정 회장은 “지우네 가족의 비극은 모든 장애인 가족이 겪고 있는 문제들이 총체적으로 집약돼 나타난 것이다. 남매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정부가 제도 개선에 적극 나서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군의 빈소는 일산백병원에 마련됐으며, 15일 발인한다. 장애인단체들이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를 요구하며 농성중인 서울 종로구 광화문 농성장에는 14일부터 무기한으로 박군의 분향소가 차려진다.
파주/박경만 기자 ma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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