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경영하고 있는 업체 직원 아들이 신부전증으로 고생하자 자신의 신장을 기증하는 ㈜성실아이종합건설 사장 김병보(왼쪽)씨가 이식수술에 앞서 신장 기증을 받는 손영준씨를 격려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부전증 앓는 직원 아들에 한쪽 기증
“하늘이 맺어준 인연이지요. 아들 하나 더 생겼습니다!” 교회 전문 건설회사를 운영하는 김병보(47)씨는 자신의 회사에서 현장 소장으로 일하는 손기배(56)씨의 얼굴이 올해 들어 부쩍 어두워진 것이 자꾸 마음에 걸렸다. 김씨의 회사가 지방에서 1년여 동안 건설한 교회 공사를 마무리하고 서울로 올라오던 3월, 김씨는 손 소장으로부터 그의 아들(영준·27)이 신부전증으로 위독하다는 얘기를 들었다. 김씨는 힘든 공사를 끝낸 손 소장에게 보답이라도 하듯 “장기이식 검사를 받아 보겠다”며 선뜻 나섰다. 김씨는 “정직하고 열심히 일하시는 분이 아들 때문에 힘들어하는 걸 보니 마음 아팠다”며 그날로 병원으로 가 장기이식을 위한 검사를 신청했다. 3주 뒤 서울아산병원에서 받은 조직검사에서 ‘적합’ 판정을 받았다. 의사로부터 친척이 아니냐는 의심을 받을 정도로 ‘잘 맞아떨어졌다.’ 김씨는 11일 오전 서울아산병원에서 자신의 신장 한 쪽을 영준씨에게 주는 수술을 받는다. 입사한 지 2년밖에 안 되는 직원의 자식을 위해 피붙이도 하기 힘든 일을 하는 그의 마음은 어떤 것일까? “돕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받은 검사가 ‘수술 적합’으로 나오자 그는 잠시 머뭇거렸다고 한다. 그러나 초췌한 영준씨의 얼굴과 손 소장 부부의 꼭 잡은 손을 보고 마음을 다잡았다. 손 소장의 등을 두드리며 “걱정 말라”고 말하던 그는 그때까지도 가족에게 수술 사실을 숨겼다. 손영준씨는 “아버지한테서 회사 사장님이 신장을 주기로 했다는 말을 듣고 처음에는 믿지 않았다”며 “앞으로 또 한 분의 아버지로 생각하며 살겠다”고 말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김연주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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