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개정 막히자 ‘우회로’ 선택
헌법상 영장주의 위배 소지
“경찰관 한명의 판단에 좌우
인권침해 위험성 크다” 비판
헌법상 영장주의 위배 소지
“경찰관 한명의 판단에 좌우
인권침해 위험성 크다” 비판
경찰이 영장 없이도 타인의 주거지에 강제 진입할 수 있는 내용을 담은 ‘위급상황시 가택출입·확인 등 지침’을 시행한다고 16일 밝혔다. 지난 9월 정기국회에서 관련 내용이 담긴 경찰관직무집행법(경집법) 개정을 추진하다 법무부와 학계 등의 반발로 무산되자 일종의 ‘우회로’를 택한 셈인데, 여전히 영장주의에 위배되고 인권침해의 소지가 크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경찰청 쇄신기획단이 만든 이번 지침은 △살인·강도·강간 등 용의자에게 부과될 형벌의 경중 △용의자의 무기 소지 가능성 △신속하게 진입하지 않을 경우 피해자가 위험에 직면할 가능성 △용의자가 현장에 존재한다고 믿을 만한 강한 근거의 여부 등을 고려해 가택 진입 여부를 판단하도록 했다.
경찰은 “수원 여성 납치·살해사건(오원춘 사건) 이후 현장 직원들이 (가택출입·확인에 대한) 구체적 대처 지침이 없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고, 표준화된 경찰권의 행사를 통해 국민 사생활을 보호하기 위해 이번 지침을 마련했다. 가택 출입 이후엔 출입 사실을 출입대장에 기록하고, 확인서와 안내문을 통해 국민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불가피한 경찰권 행사였음을 알리는 등 절차적 통제도 엄격히 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번 지침은 법률이 아닌 경찰 내부 지침만으로 헌법이 규정한 영장주의를 위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지난 9월의 법률 개정 시도보다 문제가 더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현행 경집법 7조는 ‘인명·신체·재산에 대한 위해가 절박할 때 필요한 한도 내에서 타인의 토지·건물 등에 출입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경찰청은 지난 9월 정기국회에 ‘출입할 수 있다’는 조항을 ‘출입해 사람·물건 등을 조사할 수 있다’로 바꾼 개정안을 제출했다가 영장주의에 반하고 경찰권 남용 등이 우려된다는 반발에 부딪혀 무산된 바 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박주민 사무처장은 “인권침해를 방지하기 위해 우리 헌법은 검찰이 청구하고 법원이 발부한 영장에 의해서만 압수·체포·수색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경찰의 이번 지침은 이 과정들을 경찰관 한 명의 판단에 맡기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오원춘 사건은 경찰이 112 신고 내용을 오판하고 초기 대응을 제대로 하지 못해 발생한 것인데, 경찰은 마치 법령이 미비해서 생긴 일인 것처럼 인권침해 위험성이 큰 제도의 도입을 시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현철 기자 fk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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