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달 월급 받듯 납품업체 돈 챙긴 홈쇼핑 직원들

수억원 받은 엠디 등 27명 기소
방송 대가로 수수료 받고 상납도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부장 박근범)는 17일 방송 노출을 대가로 홈쇼핑 납품업체들로부터 수억원대의 리베이트를 받은 혐의(배임수재) 등으로 ㄴ홈쇼핑 전 상품기획자(MD·엠디) 전아무개(32)씨 등 4명을 구속 기소하고, 벤더업체(홈쇼핑과 납품업자를 연결해주는 업체)와 납품업체 운영자 17명 등 모두 23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전씨는 2007년 9월부터 올해 7월까지 ㄴ홈쇼핑 엠디로 근무하면서, 건강식품업체 및 사은품업체 8곳으로부터 방송 출시나 사은품 선정을 해주는 대가로 4억7000여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또 같은 홈쇼핑업체의 전 편성팀장 박아무개(39·구속 기소)씨도 같은 수법으로 1억1000여만원을 챙긴 혐의를 사고 있다.

검찰 수사 결과, 홈쇼핑업체 관계자들은 동생 친구나 장인 회사 직원 등 친인척이 아닌 사람들의 계좌를 통해 납품·벤더업체로부터 매달 200만~600만원씩 월급 형태로 돈을 받거나, 매출액의 1~4%를 수수료 명목으로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수수료를 받은 엠디는 그중 일부를 팀장 등 윗선에 상납하고, 본부장·팀장도 업체로부터 별도로 리베이트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홈쇼핑의 엠디·편성팀장·방송본부장 등은 상품선정위원회나 편성회의를 통해 돈을 받은 업체의 상품을 방송에 내보내거나 황금시간대에 배정해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또 지인이 납품업체에 컨설팅을 해주는 것처럼 계약서를 작성하고, 매출액의 1%를 컨설팅비 명목으로 받아 챙기고, 친인척 등을 납품업체의 모니터링 요원인 것처럼 꾸며 매달 급여 명목으로 돈을 받아 챙겼다. 고급 외제 리스 차량을 받고 리스비를 업체에 대납하게 하거나, 납품업체 내부 정보를 받아 시세차익을 노리고 주식거래를 하기도 했다.

또 식품의약품안전청에 근무하던 전씨의 아버지(51·구속 기소)는 단속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1억원대의 뇌물을 상납한 식품업체들을 홈쇼핑 엠디인 아들에게 소개해, 해당 업체의 방송 출시를 돕기도 했다. 전씨 아버지 외에도 식약청 공무원 2명은 단속 대상 업체로부터 수천만원의 돈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농협 직원 이아무개(37·구속 기소)씨 등 3명은 홈쇼핑을 통해 농산물을 판매한 대금을 중간에서 가로챈 혐의(업무상 횡령)를 받고 있다.

박근범 첨단범죄수사1부장은 “홈쇼핑업체 관계자들과 식약청 공무원 등이 받아 챙긴 금액 9억2000여만원은 환수 조처했다. 앞으로 관행적으로 지속되고 있는 홈쇼핑 납품비리를 계속 수사하겠다”고 말했다.

이경미 기자 [e-m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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