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60돌인데 할머니들은 스러져가고…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광복 60돌인데 할머니들은 스러져가고…
“하나 둘 쓰러져가는 할머니들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가 늘 고민스럽습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고통스런 삶을 기록하고 일본 정부로부터 사과와 보상을 받아내기 위해 함께 싸우며 때로는 벗이 돼 주는 ‘정신대 할머니와 함께 하는 시민모임’의 박정희(30) 사무국장은 늘 이런 심리적 압박감에 시달린다. 할머니들의 처지가 너무 참담하지만 시민모임의 현실적 여건은 극히 미약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고 박 국장을 비롯한 활동가들의 뇌리를 짓누르는 것은 시간이 지나면서 위안부 출신 할머니들이 한을 풀지 못한 채 숨을 거두고 있는 현실이다. 일본정부의 철면피한 태도, 한국정부의 무관심, 그리고 국민들의 식어가는 관심… 광복60주년이라지만 피해자 할머니들의 슬픈 과거와 절망적 현실에는 조금도 변화가 없다. 그래서 시민모임 활동가들의 어려움은 가중된다. 대구시 중구 서문로 1가에 사무실을 둔 ‘정신대 할머니와 함께 하는 시민모임’(www.1945815.or.kr)은 대구여성회가 꾸린 ‘정신대 문제 대책위원회’를 모태로 교수와 학생, 변호사, 의사, 회사원 등이 모여 1997년 12월 정식으로 출범했다. 대구 곽병원 곽동협 원장이 대표를 맡고 있으며 8명의 운영위원, 자원봉사자와 후원 회원 등을 합쳐 150여명이 참가하고 있다. 시민모임의 활동가들은 높은 현실적 장벽 앞에서 무력함을 느낀다고 어려움을 토로한다. 고령에다 건상상태도 대부분 좋지 않은 상태에 있는 위안부 출신 할머니들을 보살피기에는 제약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점차 식고 있는 국민적 관심도 시민모임의 활동가들에게는 힘을 빼는 요인이다.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을 돕는 단체로는 서울의 한국정신대 문제 대책협의회와 한국정신대연구소, 경기도 광주 ‘나눔의 집’ 등이 있고 지방에서는 대구 시민모임을 포함 부산, 광주 등에서 시민단체 5곳이 활동 중이다. 대구 시민모임은 8년 동안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찾아내고 관련법 제정 추진, 증언 기록, 국제 연대 사업 등 다양한 활동을 벌여왔다. 캄보디아로 연행된 위안부 출신 ‘훈’ 할머니의 생존 사실이 50년 만에 알려졌을 때 시민모임은 훈 할머니의 귀향과 국적 회복을 추진했다. 1998년에는 중국 지린성 훈춘시에 살고 있던 북한 국적의 대구 출신 조윤옥 할머니가 현지에서 50여년 만에 한국의 가족과 상봉할 수 있도록 주선하기도 했다. 시민모임은 지난해부터 할머니들의 일대기 기록에 나서 훈 할머니 일대기를 이미 엮어 냈으며 올해는 일본군 위안부 출신임을 국내에서 두 번째로 밝혔던 문옥주 할머니의 일본어판 일대기를 한국어로 번역해 펴냈다. 내년에는 조윤옥 할머니의 자서전을 펴낼 계획이다. 이밖에 할머니들한테 무료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명절, 생일, 나들이 때마다 할머니들을 찾기도 한다.
현재 국내에서는 위안부 할머니 110여명이 생존해 있고 이 가운데 대구와 경북지역에서는 이용수(77)씨와 심달연(79)씨 등 15명이 살고 있다. 그러나 올해 들어서 대구·경북에서만 김분선 할머니 등 5명이 세상을 떠났다. 박정희 사무국장은 “‘내 속은 아무도 모른다카이’라며 혼자 묻어둔 고통과 슬픔을 표현했던 김순악 할머니의 말씀이 늘 잊혀지지 않는다”며 “벌써 70대 후반을 넘어선 할머니들이 생전에 일본정부한테 사과와 보상을 받아내야 할 텐데 시간이 많지 않다”며 안타까워했다. (053)257-1431. 대구/구대선 기자 sunny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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