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재심 결정한 4건에 즉시항고
‘억울한 옥살이’ 과거사 해결 제동
손해배상 청구·형사보상 늦춰져
학계선 “1호보다 위헌성 더 뚜렷”
‘억울한 옥살이’ 과거사 해결 제동
손해배상 청구·형사보상 늦춰져
학계선 “1호보다 위헌성 더 뚜렷”
유신정권 때의 ‘긴급조치 9호’ 위반 사건들에 대해 법원이 전향적으로 재심 개시 결정을 내리자, 검찰이 즉시항고를 하며 제동을 걸었다. 법원은 긴급조치로 인해 억울한 옥살이를 했던 피해자들에게 그동안 재심이 늦어진 데 대해 사과까지 하며 신속한 처리를 약속했는데, 검찰의 불복 신청으로 피해자들의 명예회복과 손해배상은 상당 기간 미뤄지게 됐다.
■ 검찰, ‘긴조 9호’ 재심에 첫 즉시항고 서울중앙지법 형사28부(재판장 김상환)가 지난달 24일 재심 개시를 결정한 긴급조치 9호 위반 사건 4건에 대해, 서울중앙지검이 같은 달 28일 즉시항고한 것으로 3일 확인됐다. 서울중앙지검 공판부 관계자는 “상급 법원의 판단을 받기 위해 즉시항고했다”고 말했다. 검찰의 불복으로 인해 이들 사건의 재심 개시 여부는 서울고법 형사부가 다시 심리하게 된다.
앞서 2010년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긴급조치는 법률이 아닌 명령의 성격을 갖고 있어서 위헌 여부 판단을 헌법재판소가 아닌 대법원이 할 수 있다”며 ‘긴급조치 1호’를 위헌이라고 선언한 바 있다. 서울중앙지법은 이를 원용해 “긴급조치 9호의 내용이 긴급조치 1호의 내용과 다를 바 없으므로 마찬가지로 위헌”이라며 긴급조치 9호 사건에 대해 재심 개시를 결정했다.
긴급조치 9호 사건의 재심 개시 결정에 대해 검찰이 즉시항고한 것은 처음이다. 지난해 서울북부지법과 서울서부지법은 검찰의 즉시항고 없이 바로 재심을 개시해 무죄를 선고했고, 광주지법에서도 재심이 개시돼 심리가 진행중이다. 이 가운데 1건은 “긴급조치의 위헌 여부 심사기관이 법원이 아니라 헌법재판소”라는 취지로 검찰이 항소했지만, 서울고법은 지난해 11월 항고기각 판결했고 검찰이 상고하지 않아 그대로 확정했다.
긴급조치 9호 위반 관련 재심 청구 사건은 서울중앙지법에만 수십건에 이르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부 재판장들은 ‘사건이 접수된 지 1년이 넘도록 판단을 하지 않는 것은 사법부의 신뢰를 저버리는 것이다. 전향적으로 검토해 재심 개시 여부를 결정하자’고 뜻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1975년에 시행된 긴급조치 9호는 유신헌법을 부정·반대·왜곡 또는 비방하거나 그 개정·폐지를 주장·청원·선동·선전하는 행위나, 이런 내용을 담은 표현물을 제작·반포·판매·소지·전시하는 행위를 범죄로 규정하고 1년 이상의 유기징역과 10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하도록 했다.
■ 과거사 반성에 둔감한 검찰 재심 확정판결이 있어야 과거사 피해자들의 형사보상과 국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해 재심은 ‘시간과의 싸움’이다. 하지만 검찰은 법원의 재심 개시 결정에는 즉시항고, 판결에는 상소 등을 통해 피해 회복에 발목을 잡아왔다.
자살한 동료의 유서를 대필했다는 혐의로 옥살이를 했던 강기훈(51)씨 사건의 경우에도 2009년 서울고법이 재심 개시 결정을 했지만, 검찰이 즉시항고해 재심이 시작되기까지 3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지난달 28일 검찰은, 공동 피고인이 이미 대법원에서 무죄 확정판결을 받은 재심 사건에서 무죄를 구형하려 한 공판검사를 교체하려 하기도 했다. 법원이 “늦었지만 과거의 잘못을 바로잡아 진실을 밝히고 공적인 사죄를 할 필요가 있다”며 지난달 8일 무죄를 선고한 재일동포 간첩 사건 피해자 김종태(62)씨의 재심 사건에서도 검찰은 곧바로 항소했다.
검찰의 경직된 시각은 긴급조치 9호 재심 사건에서도 유지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8부(재판장 김상환)는 긴급조치 9호가 위헌이라고 판단하면서 “헌법의 정당성 유무에 대한 국민의 문제제기조차도 범죄로 규정해 금지하는 것에 다름 아니어서 국민주권주의에 대한 근본적인 침해”라고 판시했다. 긴급조치 9호는 대법원이 이미 위헌으로 선언한 긴급조치 1호보다 위헌성이 더 뚜렷하다는 지적이 학계와 법조계에서 제기돼왔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조차 지난해 11월 이른바 ‘긴급조치 보상법’을 발의할 정도로, 과거사 반성에 대한 사회적 여론이 형성돼 있는데도 검찰만 유독 이 흐름을 외면하고 있는 셈이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 박근혜식 복지확대…태클 거는 강경보수
■ 국정원 직원, 16개 아이디로 진보성향 ‘오유’ 게시판 활동
■ 국산콩 콩나물 중 풀무원 가장 비싸
■ F-X·헬기 예산삭감은 계약지연 탓…국방비 되레 3.9%↑
■ 이동흡 내정, PK 대법원장 있는데 또 ‘TK 강경 보수’…법조계 “최악 선택”
■ 청룽 ‘무기소지 의혹·막말’ 해명에 진땀
■ 맹추위, 이달 하순까지 계속된다
■ 박근혜식 복지확대…태클 거는 강경보수
■ 국정원 직원, 16개 아이디로 진보성향 ‘오유’ 게시판 활동
■ 국산콩 콩나물 중 풀무원 가장 비싸
■ F-X·헬기 예산삭감은 계약지연 탓…국방비 되레 3.9%↑
■ 이동흡 내정, PK 대법원장 있는데 또 ‘TK 강경 보수’…법조계 “최악 선택”
■ 청룽 ‘무기소지 의혹·막말’ 해명에 진땀
■ 맹추위, 이달 하순까지 계속된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