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가 2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머리발언을 한 뒤 인사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책임회피·변명으로 일관
경비 개인계좌 입금 “비서관이”
관용차 2대 사용은 “서무계장이”
5차례 국외출장 부인동반엔
“비서관 역할로” 어이없는 답변도 위장전입·불법 정치후원금 등
명백히 드러난 사실만 사과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는 21일 제기된 특정업무경비 횡령 의혹에 대해 “비서관이 한 일”이라며 책임을 회피하려 했다. 다른 여러 의혹에 대해서도 ‘관행’으로 돌리거나 ‘실무자’에게 책임을 미룰 뿐, 고위공직자 스스로 갖춰야 할 윤리의식을 보여주지 못했다. 이 후보자의 책임 회피는 공금횡령 의혹에 대한 해명 과정에서 가장 두드러졌다. 최재천 민주통합당 의원이 “업무용으로 써야 하는 특정업무경비를 개인 보험료, 신용카드 대금 등이 지출되는 개인통장에 입금했다. 이게 가능한 일이냐”고 묻자, 이 후보자는 “그건 비서관이 (한 일)”이라고 얼버무렸다. 최 의원은 “그걸 왜 비서관 탓하나. 본인 개인계좌에 넣은 돈을 비서관이 어떻게 아나. 쓸 때는 본인이 쓰고 사용내역은 비서관들이 확인하라는 건가”라고 반문했다. 특정업무경비의 사용내역을 제출하지 않은 것에 대한 책임도 행정부서에 떠넘겼다. 최 의원이 “특정업무경비를 사용하면서 영수증을 제출한 적이 있느냐”고 묻자, 이 후보자는 “사무처가 그런 요구를 한 적이 없다”고 답변했다. 이에 최 의원이 “특정업무경비의 내역을 밝히는 것은 법에 정해진 사항이고, 국회와 감사원이 줄곧 지적해온 내용이다. 그런데도 요구하지 않는다고 제출 안 하는 게 맞는 건가”라고 되물었다. 그러자 이 후보자는 바로 말을 바꿔 “사무처에 제출한 걸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에너지 절약을 위한 승용차 홀짝제 시행 때 이를 피하기 위해 관용차를 2대 사용한 것에 대해서도 이 후보자는 실무자 탓을 했다. 이 후보자는 “서무계장이 ‘낡은 차가 2대 있는데 재판관들이 업무에 필요할 수 있으니 이용하게끔 했다’고 설명했다”며 “분당에서 직장이 너무 멀어 (홀짝제를 피해) 자가용이나 관용차를 이용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은 “홀짝제는 2008년 고유가 시대에 정부가 유류 절감에 모범을 보이자는 취지였다. 홀짝제에 걸린다고 개인차를 끌고 오라는 얘기가 아니라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라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9월 헌재 재판관을 퇴임하면서 헌재 도서관에 짐을 두고 간 것에 대한 해명도 비슷했다. 이 후보자는 “책 등이 많아서 어떻게 해야 될지 고민하고 있는데 도서관 책임자가 ‘빈자리가 있으니 나중에 사무실이 정해지면 가져가라. 다른 재판관이나 대법관도 이렇게 한다’고 말했다”고 해명했다.
9번의 국외출장 가운데 5차례나 부인을 동반한 것도 이 후보자는 ‘관행’이라고 주장했다. 이 후보자는 “(재판관들 사이에 부인 동반 출장이) 관행이었고, 다른 공공부처에서는 국외출장에서 수행하는 비서관이 있지만 (본인은) 혼자 출장을 가는 경우가 많아 부인을 수행하는 비서관 역할로 데려갔다”고 말했다. 박홍근 민주통합당 의원이 “부인이 비서관 역할을 했다면 공적 업무를 한 것인데 공식적으로 헌재에 지원 요청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비꼬자, 이 후보자는 “(헌재에서) 예산상 그렇게 해주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 후보자는 근거자료가 확실한 잘못에 대해서는 뒤늦은 사과를 했고, 자료가 없는 의혹에 대해서는 ‘기억이 안 난다’거나 ‘사실무근’이라고 답했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아파트를 분양받기 위해 1992년 4개월여 동안 가족들은 서울 송파구에 주소지를 두고 본인만 전입신고를 해 놓은 데 대해 “소위 재산증식을 위한 위장전입과는 완전히 다르다. (법) 위반이라고 비판한다면 그 부분은 수용하겠다”고 말했다. 장윤석 새누리당 의원에게 정치후원금을 기부해 국가공무원법을 위반한 것에 대해서는 “진중하지 못했다”고 사과했다.
수원지방법원장 시절인 2005년 송년회 경품추천 행사를 위해 삼성전자로부터 협찬 물품을 요구했다는 의혹에 대해선 “당시 수석부장에게도 확인을 했는데 그런 게 없다고 했다”고 말했다. 수원지법에서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용서 당시 수원시장을 법원 조정위원에서 해촉하지 않고 유임시켰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박태우 윤형중 이경미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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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용차 2대 사용은 “서무계장이”
5차례 국외출장 부인동반엔
“비서관 역할로” 어이없는 답변도 위장전입·불법 정치후원금 등
명백히 드러난 사실만 사과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는 21일 제기된 특정업무경비 횡령 의혹에 대해 “비서관이 한 일”이라며 책임을 회피하려 했다. 다른 여러 의혹에 대해서도 ‘관행’으로 돌리거나 ‘실무자’에게 책임을 미룰 뿐, 고위공직자 스스로 갖춰야 할 윤리의식을 보여주지 못했다. 이 후보자의 책임 회피는 공금횡령 의혹에 대한 해명 과정에서 가장 두드러졌다. 최재천 민주통합당 의원이 “업무용으로 써야 하는 특정업무경비를 개인 보험료, 신용카드 대금 등이 지출되는 개인통장에 입금했다. 이게 가능한 일이냐”고 묻자, 이 후보자는 “그건 비서관이 (한 일)”이라고 얼버무렸다. 최 의원은 “그걸 왜 비서관 탓하나. 본인 개인계좌에 넣은 돈을 비서관이 어떻게 아나. 쓸 때는 본인이 쓰고 사용내역은 비서관들이 확인하라는 건가”라고 반문했다. 특정업무경비의 사용내역을 제출하지 않은 것에 대한 책임도 행정부서에 떠넘겼다. 최 의원이 “특정업무경비를 사용하면서 영수증을 제출한 적이 있느냐”고 묻자, 이 후보자는 “사무처가 그런 요구를 한 적이 없다”고 답변했다. 이에 최 의원이 “특정업무경비의 내역을 밝히는 것은 법에 정해진 사항이고, 국회와 감사원이 줄곧 지적해온 내용이다. 그런데도 요구하지 않는다고 제출 안 하는 게 맞는 건가”라고 되물었다. 그러자 이 후보자는 바로 말을 바꿔 “사무처에 제출한 걸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에너지 절약을 위한 승용차 홀짝제 시행 때 이를 피하기 위해 관용차를 2대 사용한 것에 대해서도 이 후보자는 실무자 탓을 했다. 이 후보자는 “서무계장이 ‘낡은 차가 2대 있는데 재판관들이 업무에 필요할 수 있으니 이용하게끔 했다’고 설명했다”며 “분당에서 직장이 너무 멀어 (홀짝제를 피해) 자가용이나 관용차를 이용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은 “홀짝제는 2008년 고유가 시대에 정부가 유류 절감에 모범을 보이자는 취지였다. 홀짝제에 걸린다고 개인차를 끌고 오라는 얘기가 아니라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라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서영교 민주통합당 의원이 2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항공권 사본을 제시하며 해외출장 때 항공권 등급변경에 따른 차액 편취 의혹을 제기하자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뒷모습)가 이를 듣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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