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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장준하 선생에 사과합니다”
재판부, 39년만에 무죄선고

등록 2013-01-24 20:38수정 2013-01-25 08:46

‘긴급조치 1호 위반’ 재심서 반성
“잘못된 과거, 뼈아픈 교훈 삼겠다”
검찰 “위헌판결 존중” 무죄 구형
박정희 유신정권이 긴급조치 1호를 발령한 뒤 이를 적용해 처음으로 구속했던 고 장준하 선생이 39년 만에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검찰은 긴급조치 1호가 위헌·무효라는 점을 들어 무죄를 구형했고, 재판부는 사법부의 과오를 반성하며 유족들에게 사과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6부(재판장 유상재)는 24일 장준하 선생의 아들 장호권(64)씨가 청구한 재심 사건에서 “긴급조치 1호가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해 유신헌법에도 위배되고, 현행 헌법에 비추어 보더라도 위헌이다. 이 사건 공소사실은 적용한 법령이 위헌·무효이므로 무죄를 선고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고인이 격변과 혼돈으로 얼룩진 한국 현대사에서 나라의 근본과 민주적 가치를 바로 세우고자 일생을 헌신하셨던 우리 민족의 큰 어른이자 스승이라는 역사적 평가에 재판부도 이견이 없다. 한평생 조국을 위해 헌신했던 고인에게 유죄를 선고했던 잘못된 과거사로부터 얻게 된 뼈아픈 교훈을 바탕으로 기본권 보장의 최후 보루로서 국민의 권익을 보호하고 보편적 정의를 실현하는 국민의 사법부가 될 것을 다시 한번 다짐하고, 재심 (무죄) 판결이 유명을 달리한 고인에게 조금이나마 평안한 안식과 위로가 될 수 있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이날 재판은 지난 10일 재심 청구 3년 만에 재심 개시가 결정된 뒤 처음으로 열린 재판이었다. 보통 형사재판은 선고까지 적어도 2번의 재판을 거치지만, 재판부는 첫 재판에서 선고까지 하는 ‘즉일선고’를 택했다. 검찰이 “2010년 긴급조치 1호가 위헌·무효라고 선언한 대법원의 판단을 존중한다”며 무죄를 구형했기 때문이다.

아버지 대신 피고인석에 선 장호권씨는 재판부에 거듭 감사의 인사를 했다. 장씨는 “이제라도 정의가 살아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아 다행이다. 재판부의 판결이 국민들이 갈망하는 대통합의 시발점이 될 수 있도록 정치인들이 어떤 식으로 국정을 운영할지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그는 “앞으로 아버지의 의문사 진상규명에 전념하겠다. 공권력에 의해 희생당한 역사를 정리하고 바로 세워 더이상 불행한 사태를 맞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버지도 무죄 판결이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하실 것 같다”며 웃음지었다.

장준하 선생은 일제 때 광복군과 임시정부에서 활동했고, 1953년 월간 <사상계>를 창간했다. 1973년 유신헌법 개정 청원운동을 벌이다가 백기완(81) 통일문제연구소장과 함께 긴급조치 1호 위반 혐의로 1974년 구속됐다. 긴급조치 1호는 유신헌법을 반대·비방하는 행위를 금지했고, 영장 없이 구속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장 선생은 재판을 받은 지 6개월 만에 징역 15년, 자격정지 15년의 확정판결을 받았다. 이후 협심증 등 건강상 이유로 형집행정지를 받아 풀려났으나, 이듬해인 1975년 경기도 포천 약사봉에서 의문사했다. 정권에 의한 타살 의혹은 아직도 풀리지 않고 있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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