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이틀째인 22일 오후 국회에서 이동흡 후보자가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가 불교 사찰에 현금으로 기부금을 냈다는 시점에 부인과 함께 국외출장 중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소득공제를 받기 위해 ‘가짜 기부금 영수증’을 발급받았다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서기호 진보정의당 의원이 24일 공개한 이 후보자의 기부금 영수증을 보면, 이 후보자는 지난해 4월12일 강원도 양양군 낙산사에 500만원을 기부한 것으로 적혀 있다. 지난해 9월3일 발급된 이 영수증은 ‘기부 내용’ 난에 기부 날짜를 별도로 표기하고 있다. 낙산사 종무소는 “기부금 내역을 모두 전산상의 기록으로 관리하고 있다. (영수증에 기재된 일자가) 기부한 날짜가 맞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후보자는 기부금을 냈다는 4월12일에 국외출장 중이었다. 이 후보자는 4월9일부터 19일까지 11일 동안 폴란드로 부인을 동반해 공무상 출장을 다녀왔다. 이 후보자는 인사청문회에서 기부금을 현금으로 냈다고 밝혔는데, 이 말이 맞다면 폴란드 출장 중에 낙산사에 현금 500만원을 전달한 것이다.
이 후보자는 21~22일 이틀 동안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기부금의 출처를 밝힐 수 있는 금융자료를 제출하라는 서기호 의원의 요구에 “현금으로 줬던 것 같다”, “계좌로 보낸 것은 아니다”라며 관련 금융자료를 내지 않았다. 서 의원은 24일까지도 이 후보자에게 기부금의 출처와 송금내역을 달라고 몇차례 요구했지만, 이 후보자는 끝내 거부했다. 서 의원은 “이 후보자가 허위로 기부금 영수증을 발급받은 것이 확실시된다”고 말했다.
이 후보자가 다른 사찰에 냈다는 기부금도 의심스러운 부분이 많다. 이 후보자는 2006년부터 2012년까지 몇몇 사찰에 모두 5336만원을 기부했다며 소득공제를 받았다. 대구 불광사에 10만원을 기부한 2008년 12월21일에도 이 후보자는 부인과 함께 미국 출장 중이었다. 또 지방의 사찰에 기부금을 낸 날짜 가운데 평일이 많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로 출근해야 했던 이 후보자가 어떻게 현금으로 기부금을 냈는지 의문이다. 이 후보자가 대구 불광사에 10만~50만원씩 기부한 2006년 5월10일과 7월31일, 2007년 11월30일, 2008년 5월19일은 모두 평일이었다. 강원도 인제군 봉정암에 500만원을 기부한 2006년 7월12일과 낙산사에 100만~300만원을 기부한 2007년 3월21일, 2009년 12월31일도 모두 평일이었다.
<한겨레>는 이 후보자에게 여러 차례 해명을 요청했지만, 답변이 오지 않았다.
윤형중 기자, 양양/박태우 기자 hjyoon@hani.co.kr
[관련영상]‘생계형 권력자’ 이동흡의 재테크 (한겨레 캐스트 #30)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