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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원자력연구원, 하청직원 노조 탈퇴·소 취하 종용

등록 2013-01-28 08:17

간부가 “노조가 소송 이기면 적
삼성·현대 같았으면 아작” 발언
위험업무엔 하청노동자 배치도
국책연구기관인 한국원자력연구원의 간부가 하청업체 직원에게 노조 탈퇴 및 소송 취하를 종용한 사실이 드러났다.

27일 <한겨레>가 심상정 진보정의당 의원으로부터 입수한 녹취록을 보면, 지난 16일 한국원자력연구원의 ㅂ 부장은 하청업체 직원 정아무개씨와 이아무개씨를 불러 “내가 자네들 노조 탈퇴하라고 그랬어. 맞나?”, “자네는 탈퇴 안 했어?”라고 묻는 등 노조 탈퇴를 종용했다.

정씨와 이씨 등은 지난해 8월 출범한 원자력연구원 비정규직지회 소속으로, 이들은 “국가 주요시설이자 피폭 위험이 높은 원자로의 핵심 업무에 하청노동자를 투입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연구원에서 전원 직접 고용해야 한다”며 불법파견 중단 등을 요구해왔다.

비정규직지회가 지난해 10월 제기한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을 취하하라고 ㅂ 부장이 종용한 사실도 드러났다. 녹취록을 보면, ㅂ 부장은 “여기는 공공기관이고, 삼성이나 현대 같았으면 아작을 냈어”, “(소송에서) 이긴다 하더라도 나중에 정직원이 돼서 나랑 만났을 때 편할까?”, “거기(노조가) 이기는 순간 여기는 자동(으로) 적이야” 등의 말로 소송 취하를 요구했다. 비정규직지회는 원자력연구원이 상시 업무에 파견근로자를 배치하고 있다며, 정규직 지위를 인정해달라는 소송을 대전지방법원에 제기한 상태다.

대전에 위치한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원자로 연구개발, 핵기술자 양성 등을 주업무로 하는 국책연구기관으로, 연구용 원자로인 ‘하나로’를 운영하고 있다. 2012년 6월 기준으로 직원 2074명 가운데 비정규직은 850명이며 이 중 160명이 하청업체를 통해 간접 고용돼 있다.

원자력연구원 쪽이 위험 업무를 하청노동자들에게 떠맡기고 있다는 내용도 녹취록에서 확인됐다. ㅂ 부장은 “여긴 핵물질 다루고 하나로(연구용 원자로)하고 기장(부산 기장에 건설 예정인 연구용 원자로) 돌아가는 이상 무조건 돌려야 돼. 자네들 빼버리고 정직원 투입한다 그럼 더 욕먹어요”라며 정규직 대신 하청노동자를 원자로 관련 업무에 투입해왔다는 사실을 사실상 시인했다.

지난해 10월 김태년 민주통합당 의원이 밝힌 자료를 보면, 2011년 12월 한달 동안 연구원 직원들이 연구용 원자로에 출입한 2034건 가운데 71.3%인 1450건을 하청노동자들이 담당했다. 또 지난해 1월부터 9월까지 원자로 관련 근무 중에 방사능에 피폭당한 24명 가운데 75%인 18명이 하청노동자였다. 2011년 2월 연구용 원자로 내부에 방사능이 유출돼 백색 비상사태가 벌어졌을 때에도 현장에는 하청노동자 3명만 일하고 있는 상태였다.

권영국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장은 “원청업체가 하청 직원에게 노조 탈퇴를 종용하고 소송을 취하하라고 한 것은 부당노동행위다. 소송을 취하하지 않으면 보복하겠다고 암시한 것에는 협박죄도 적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ㅂ 부장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소송 당사자 자격으로 해당 직원에게 노조를 탈퇴했냐고 질문하고 소송과 관련한 대화를 나눈 것뿐이다. 어떤 강요도 없었다”고 밝혔다.

심상정 의원실과 원자력연구원 비정규직지회는 28일 국회에서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연구원의 직접 고용을 촉구할 계획이다.

정환봉 기자 bon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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