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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삼성, 불산 새는 곳 10시간 동안 ‘비닐봉지’로만 막았다

등록 2013-01-28 22:44수정 2013-01-29 10:43

직원 일부 방재복 없이 작업…사고수습중 대피명령 없었다
삼성전자 화성공장 불산 누출
불산 공급장치 이상 감지 뒤
10시간 지나서야 수리 시작
작업 전까지 비닐봉지로 막아
인근 11생산라인은 중단없이 가동
“별도 공간으로 위험성 없다” 해명

27일 오후 1시30분께 경기도 화성시 삼성전자 화성공장 반도체 생산구역인 11라인에 이 회사 협력업체 에스티아이(STI)서비스 직원 5명이 긴급출동했다. 11라인과 2~3m 떨어진 화학물질중앙공급장치(CCSS)에서 경보 센서가 작동했기 때문이다.

삼성은 오후 1시30분에 불화수소희석액(액체 상태로 50% 농도의 불산) 공급 장치의 이상을 감지하고 밤 11시부터 수리를 시작해 이튿날인 28일 새벽 4시46분께 끝냈다. 작업자 5명이 통증을 호소한 시각은 오전 7시30분이었다. 불산 누출 사고 사실을 경기도에 신고한 시간은 오후 2시42분이었다. 삼성 설명대로라면, 불산에 노출된 작업자들이 이상 증세를 보이기 시작한 지 7시간이 넘도록 신고하지 않았다는 얘기가 된다. 삼성전자 화성공장은 불산을 비롯해 15종의 유해화학물질을 연간 17만t가량 처리하고 있다.

삼성전자 고위관계자는 “일상적인 유지·보수 작업으로 시작된데다 작업 완료시점까지 아무런 사고도 보고되지 않았다. 작업 마무리 뒤 몇 시간이 지나 해당 직원이 통증을 호소하고 병원에 옮겨지면서 (삼성전자 쪽에) 보고가 왔고, 오후 1시55분께 해당 직원이 숨져 경기도에 보고했던 것이다. 결코 신고를 지연하거나 사고를 감추려 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삼성은 협력업체 직원들이 수리작업에 나서기 전까지 10시간 가까이 불산 누출 부위를 비닐봉지로 막아 놓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관계자는 “미량이어서 임시 조처를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삼성은 또 11라인에서 일하는 노동자 50여명에게 대피명령을 내리지 않았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불산 누출 지점이 생산라인과는 별도의 공간이어서 위험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해당 직원이 작업복을 제대로 갖춰 입지 않았던 것은 나중에 파악됐다”고 말했다.

삼성은 불산의 외부 누출 가능성은 없다고 공식 확인했다. 그러면서 28일 오후 뒤늦게 불산 누출사고 사실이 알려진 뒤에도 ‘위험’을 이유로 경찰 등의 현장 접근을 막는 데 힘을 썼다.

경기도 환경국 관계자는 “최소한 자체 응급조처가 끝나고 협력업체 직원들이 이상 증세를 호소했을 때는 적어도 즉시 신고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경북 구미 불산 누출사고 넉달 만에 일어난 이번 사고는 글로벌 기업으로 평가받던 삼성전자조차 유해화학물질 관리에 얼마나 둔감한지를 보여주고 있다. 자칫 대형 인명피해가 우려되는 사고인데도 삼성은 석연치 않은 대처로 사고를 축소하는 데 급급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키웠다.

현행 유해화학물질관리법과 시행령 등에는 ‘시설을 적절하게 유지·관리해야 한다’거나 ‘침하·균열·부식 등 안전상 위해 우려가 없어야 한다’는 규정만 있다. 유독물질을 처리하는 설비에 대한 구체적인 규정이 담겨 있지 않은 것이다. 환경단체들은 유독물질 취급 시설·장비 규격을 대폭 강화하는 등 관련 법규를 전면적으로 손질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앞서 지난해 9월27일 구미 국가산업단지 4단지 휴브글로벌에서 탱크로리 안의 불산가스가 누출돼 공장 노동자 5명이 숨지고 18명이 다치는 사고가 났다. 당시 신속한 조처가 이뤄지지 않아 병원 치료를 받은 사람이 1954명, 농작물 135㏊가 피해를 입었다.

수원/김기성 홍용덕, 김진철 기자 player0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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