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 천주석씨가 나옵니다.”
31일 오전 10시께 대구 달성군 화원읍 대구교도소 들머리에서 초조한 표정으로 모여있던 20명의 사람들 가운데 갑자기 누군가가 외쳤다. 사람들이 일제히 대구교도소 문을 쳐다보자 흰색 운동화와 남색 점퍼, 검은색 바지를 입은 50대 남성이 서있었다. 다소 피곤에 지친 모습이었다. 서울 용산참사 사태로 2009년 10월28일 징역 4년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가 이명박 대통령의 특별사면으로 풀려난 철거민 천주석(50)씨였다.
아내 김영희(49)씨는 남편을 향해 달려갔다. 한 손에는 꽃다발이 들려있었다. 부부는 서로 얼싸 안고 눈물을 흘렸다. 3년 3개월만의 포옹이었다. 주위에서는 박수 소리가 터져나왔다. 아내 김씨는 “정말 보고 싶었지만 집도 서울에 있고 혼자 먹고 살기도 바빠 그동안 남편을 잘 볼 수 없었다. 작은 아들(28)이 어제 아버지 돌아오신다고 집에 컴퓨터를 새로 사놨더라”고 말했다.
두부를 준비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하얀색 두부처럼 앞으로 깨끗하게 살아라’라는 의미를 지닌 두부가 천씨에게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이곳에 아무도 없었다.
용산참사 때 천씨와 함께 농성에 참여했다는 철거민 박영우(47)씨는 “천씨는 범죄자가 아니라 이명박 정권에 의한 잘못된 도시개발 정책의 피해자이며 국가폭력의 희생자다. 이명박 대통령이 수감된 철거민을 방패로 삼아 자신의 측근들을 사면시킨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천씨는 “나를 포함해 5명의 철거민들은 오늘 특별사면을 받아 출소했지만, 용산참사 때 함께 시위를 했던 다른 동료는 사면을 받지 못한 것이 마음에 걸린다. 용산참사의 진실은 곧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전국철거민연합, 대구경북양심수후원회, 인권운동연대 등 11개 철거·인권단체들은 이곳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번 특별사면에서 제외된 남경남(59) 전국철거민연합회 전 의장의 석방과 용산참사에 대한 진상규명을 등을 요구했다.
한기명 대구경북양심수후원회 대표는 “종교계와 시민사회는 남경남 전 의장을 포함해 여섯명 전원의 사면을 청원했지만 결국 다섯명만 사면됐다. 이명박 대통령이 측근 특별사면의 무마용으로 최소한으로만 용산참사 철거민을 이용했다고 볼 수 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대구/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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