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구속 기소됐다가 법정구속된 최태원 에스케이(SK) 회장(왼쪽 사진)과 구속 기소됐으나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동생 최재원 부회장이 31일 오전 각각 서울 서초동 중앙지법에 들어가거나 나서고 있다. 이정아 김경호 기자jijae@hani.co.kr
[최태원 SK회장 법정구속] 판결문 내용·양형사유 보니
2007년부터 무속인 통해 선물투자
기소안한 485억도 최회장 책임 규정 ‘최재원 부회장 단지 ‘도관’에 불과’
SK 재무팀 직원 문서 증거로 인정 잇단 위증 ‘최태원 구하기’ 무위로
재판부 “변명 일관 불리하게 작용” “최태원 회장은 이 사건 실체 규명을 위한 성실한 자세와 그 책임의 무거움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진실되게 보여주지 못했고, 오히려 공범으로 기소된 공동피고인(최재원 부회장, 김준홍 대표)에게 대부분의 책임을 전가하는 변명으로 일관했던 점은 불리한 양형사유로 참작하지 않을 수 없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재판장 이원범)가 최태원(53) 에스케이 회장에게 징역 4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하면서 양형 사유의 하나로 밝힌 대목이다. 최 회장이 주도적으로 회삿돈 횡령 범죄를 저질러 놓고도, 동생인 최재원(50) 부회장과 김준홍(48) 베넥스인베스트먼트(베넥스) 대표한테 죄를 떠넘겼다는 것이다.
판결문 내용을 종합하면, 최 회장은 2007년 4월부터 한번에 100억원 이상씩을 무속인 출신 김원홍(52·중국 체류·기소중지)씨에게 보내 선물 투자를 해왔다. 투자금은 주로 자신이 보유했던 에스케이㈜ 주식을 담보로 대출받아 조달했다. 2008년 9~10월 ‘리먼브러더스 사태’로 에스케이의 주가가 떨어졌고, 제1금융권은 물론 저축은행에서도 돈을 마련하기가 힘들어졌다. 결국 최 회장은 2008년 10월 말부터 12월 초까지 한달 사이에 에스케이텔레콤, 에스케이씨앤씨 등 주력 계열사들에 1000억원대 펀드를 조성하게 했다. 이 펀드 조성을 맡은 곳이 김준홍씨가 대표로 있는 베넥스였다.
그런데 펀드가 결성되기도 전에, 계열사에서 펀드자금으로 선지급된 돈 465억원(1차 출자)이 김준홍 대표 등의 계좌를 거쳐 김원홍씨의 계좌로 들어갔다. 나중에 펀드 결성 신고를 위해 자금이 필요하게 되자, 에스케이 계열사들은 다시 485억원(2차 출자)을 마련해 또다른 펀드를 출자했다. 결국 최 회장의 투자금을 메우기 위해 계열사 자금을 끌어와 ‘돌려막기’를 한 것이다.
검찰 수사 과정에서 최 회장은 혐의를 강하게 부인했고, 최 부회장은 자신이 “형 몰래 벌인 일”이라고 주장했다. 동생이 모든 것을 떠안고 가려고 한 것이다. 최 부회장이 구속 기소, 최 회장이 불구속 기소된 상태로 시작된 재판 과정에서는 김 대표 등 증인·참고인들이 최 회장에게 유리한 쪽으로 진술을 번복하기도 했다. 검찰은 결심공판에서 “증인과 피고인들이 수십억~수백억원의 수임료를 받는 변호인들의 ‘인의 장막’에 둘러싸여 진실을 왜곡하고 위증 잔치를 벌이고 있다”고 비난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들이 처음 검찰에서 했던 진술의 신빙성이 더 높다고 봤다. 수천억원대의 돈이 최 회장에서 최 부회장, 김원홍씨로 흘러들어가는 내용이 담긴 에스케이 재무팀 직원 박아무개씨의 문서도 유력한 증거가 됐다. 이 문서에는 ‘제이(J·최재원 부회장)는 단지 도관의 역할’이라고 적혀 있었다. 결국 김원홍씨에게 가는 자금의 주체가 최 부회장이 아닌 최 회장이라는 것이었다. 또 재판부는 최 회장 등 에스케이 쪽 변호인들이 ‘최 부회장이 잠시 빌려 썼다가 갚은 돈’이라고 주장한 465억원의 사용 주체가 최 회장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법원은 동생에게 책임을 떠넘기려 했던 최 회장한테는 징역형을 선고했고, 형의 죄를 떠안으려 했던 동생한테는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1차 출자자금 465억원 횡령에 대해 “최 부회장과 김 대표의 진술은 진술 번복 경위와 객관적 상황에 배치돼 신빙성을 부여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고, 돌려막기에 사용된 2차 출자자금 485억원은 “최 부회장이 자금 전용 행위에 기능적 행위 지배(범행에 본질적 기여)를 했다고 평가하기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1차 출자자금 횡령의 주범이 최 회장인 만큼, 2차 출자자금 횡령에도 최 부회장은 관여한 것이 없다는 얘기다.
최 회장이 동생인 최 부회장에게 죄를 떠넘기려 한 것이 결국 ‘부메랑’이 돼 불리한 양형 사유가 된 셈이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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