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에스케이(SK) 회장의 선고 공판이 열린 31일 법정 앞에서 에스케이 직원들과 기자, 방청객들이 뒤엉켜 입장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법정 스케치
유죄 선고에 ‘눈 질끈’…탄식 터져
최재원, 고개숙인채 “할말이 없다”
유죄 선고에 ‘눈 질끈’…탄식 터져
최재원, 고개숙인채 “할말이 없다”
31일 오후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에서 열린 최태원(53) 에스케이(SK) 회장 형제의 선고공판은 반전의 연속이었다.
동생인 최재원(50) 부회장의 혐의와 금액이 형인 최 회장의 혐의와 금액보다 더 많았고, 최 부회장은 구속기소된 반면 최 회장은 불구속 기소된 상태였다. 검찰도 최 회장에게는 징역 4년을, 최 부회장에게는 징역 5년을 구형한 터, 당연히 최 부회장의 형량이 더 많이 나올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최 회장이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반면, 최 부회장은 전부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장인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 이원범 부장판사가 판결 요지를 낭독하는 1시간 남짓 법정에서는 여러 탄식이 터져 나왔다.
첫번째 탄식은 최 회장이 펀드 출자금 465억원을 횡령한 혐의가 유죄로 인정되는 순간 터져 나왔다. 피고인석에 서서 판결을 듣던 최 회장은 질끈 눈을 감았고, 최 회장 양쪽에 앉아 있던 변호인들도 역시 눈을 감은 채 절망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이어 최 부회장의 다른 혐의들이 차례로 모두 무죄로 인정되자 법정에서는 또 한번 탄식이 터져 나왔고, 무죄가 인정된 최 부회장은 침통한 표정을 지었다.
재판장은 양형 이유에 이어 형을 선고한 뒤 “최 회장에게 법정구속의 예외를 인정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다”며 최 회장을 법정구속하겠다는 사실을 고지했다. “법정구속에 대해 소명할 사실이 있나요?”라는 재판장의 물음에 최 회장은 “제가 진짜 제대로 입증을 하지 못했는지 모르겠지만, 저는 이런 사건 전체를 하지 않았습니다. 이 일에 전혀 인볼브(관여)되지 않았고, 이 일에 대해 전혀 모릅니다. 이 말씀 하나입니다”라며 끝까지 울분을 표했다.
최 부회장은 책상에 두 팔을 기대고 고개를 숙인 채 형인 최 회장이 구속 피고인 통로로 빠져나가는 동안 고개를 들지 못했다. 최 부회장은 법정을 나선 뒤 심경을 묻는 취재진에게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합니다. 더이상 할 말이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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