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최태원 판결문 보니 ‘동생 죄 뒤집어썼던 이유…’

등록 2013-02-03 20:16수정 2013-02-04 15:33

계열사에서 선지급 명목으로 497억원을 빼돌리고 비자금 139억5000만원을 조성해 개인 용도로 사용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최태원 에스케이 회장이 지난 31일 오후 선고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서초동 중앙지법으로 들어가고 있다.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계열사에서 선지급 명목으로 497억원을 빼돌리고 비자금 139억5000만원을 조성해 개인 용도로 사용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최태원 에스케이 회장이 지난 31일 오후 선고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서초동 중앙지법으로 들어가고 있다.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법원 “1천억대 펀드출자 설명할 길은 최태원 영향력뿐”
법정구속 판결문 공개…‘동생에게 책임전가’ 정황 담겨
최회장 조사뒤 관련자들 진술 바꿔
‘최재원 부회장이 출자에 관여’ 주장
최 부회장도 “내 지시” 검찰에 자수

재판부는 ‘최회장이 범행 주도’ 판단
그룹 내부자료·직원 수첩 등 증거에
“형제간 상하관계” 동생 진술도 근거

지난달 31일 징역 4년 선고와 함께 법정구속된 최태원(53) 에스케이(SK)그룹 회장이, 동생인 최재원(50) 에스케이그룹 수석부회장에게 조직적으로 죄를 떠넘긴 정황이 3일 공개된 판결문을 통해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앞서 범행을 부인한 최 회장은 불구속 기소됐으나 법정구속된 반면, 검찰 수사 때 “형 몰래 한 일”이라고 자백한 뒤 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았던 최 부회장은 무죄를 선고받아 형제간에 엇갈린 재판 결과가 나왔다.

판결문을 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재판장 이원범)는 최태원 회장이 선물옵션 투자를 위해 회삿돈 465억원을 빼돌려 펀드 1차 출자 및 송금을 한 것은 물론, 최 부회장이 혐의를 쓴 펀드 2차 출자 등도 최 회장의 지시에 의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전체 471쪽 분량의 판결문에 최 부회장이 혐의를 뒤집어쓴 정황에 대한 구체적인 근거들을 상세히 담았다.

최 회장은 2005년부터 무속인 출신 선물옵션 전문투자자인 김원홍(52·중국 체류·기소중지)씨를 통해 선물옵션 투자를 시작했다. 당시 주변에선 우려를 쏟아냈다. 법조인 출신의 에스케이 고위 임원인 김아무개씨는 검찰 조사에서 “최 회장을 말리다가 그래도 안 돼서 ‘차라리 최 부회장 계좌를 통해서 투자를 하라’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최 회장도 “내 이름으로 하면 위험하니 가능하면 눈에 띄지 않게 동생 계좌를 이용하는 것이 좋겠다고 해 그렇게 했다”고 인정했다.

검찰은 수사 초기 이런 진술과 ‘최 회장→최 부회장→김원홍씨’로 이어지는 자금 흐름을 바탕으로 펀드 출자와 횡령 과정에 대한 최 회장의 혐의를 밝혀내는 데 집중했다. 최 회장과 펀드자금 횡령을 공모한 혐의로 징역 3년6월을 선고받은 김준홍(48) 베넥스인베스트먼트 대표는 2011년 12월 두차례 조사에서 “펀드 출자 지시를 최 회장이 했고 선입금도 최 회장이 알고 있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그런데 김준홍 대표가 12월6일 구치소에서 에스케이그룹 임원과 3차례 접견한 뒤부터 상황이 달라졌다. 김 대표는 검찰 조사에서 갑자기 최 부회장을 언급했고, 다음날인 7일 최 부회장은 검찰에 자수했다. 최 부회장이 혐의를 뒤집어쓰기 시작한 것이다. 이후 최 부회장은 “김원홍의 제안을 받고 김준홍에게 부탁했더니, 펀드를 통해 돈이 들어오는 방법이 있다고 해 그렇게 하라고 했다. 김원홍에 대한 송금도 내가 지시했다”는 취지로 말을 바꿨다. 최 회장이 조사를 받은 뒤에는 관련자들 진술이 ‘김준홍 대표가 최 부회장에게 펀드 관련 부탁을 했고, 최 부회장이 출자에 관여했다’는 취지로 일사천리로 바뀌었다.

그러나 재판부는 회삿돈이 펀드에 출자되고 김원홍씨에게 송금되기까지의 모든 과정을 최 회장이 주도했고 최 부회장은 무죄라고 사실관계를 바로잡았다. 1000억원대 펀드 출자가 단지 며칠 만에 계열사를 통해 계획된 뒤 결정도 되기 전에 500억원 가까이 선지급된 상황에 대해 재판부는 “이런 비합리적 상황을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방법은 최태원의 계열사에 대한 영향력뿐”이라고 밝혔다. 최 부회장은 그룹 안에서 이런 영향력이 없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최 부회장이 최 회장과의 관계에 대해 “상하관계다. 동생으로서 예우는 받았지만 권한은 전혀 없었다”고 검찰에서 진술한 내용을 근거로 들었다.

결국 재판부는 최 부회장이 자수하기 이전 상황에서 이뤄진 관련자 진술 등에 신빙성을 뒀다. 수사 초기 검찰이 확보한 에스케이그룹 내부 자료와 베넥스 임직원들의 수첩 등도 확실한 증거가 됐다.

판결문을 통해 다시 한번 확인되듯, 애초 최 회장의 ‘작품’으로 보고 이 사건에 접근했던 검찰이 초기의 ‘범죄 구성’ 논리를 스스로 부정하고 최 회장 대신 최 부회장만을 구속했던 것은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긴다. 한상대 전 검찰총장과 최 회장의 ‘특별한’ 인연 때문에 봐주기 수사를 했다는 의혹이 쏠리는 대목이다.

이들 형제가 항소심 전략을 어떻게 짤지도 관심거리다. 기존 전략대로라면, 최 회장의 무죄를 주장하기 위해선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최 부회장의 혐의에 대해 유죄를 주장해야 한다. 변호인들이 최 회장을 구하기 위해 최 부회장과 김준홍 대표에게 사실과 다른 진술을 하도록 한 사실을 1심 재판부가 인정한 터라 이를 반박할 논리도 최 회장에겐 필요하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안철수 “난 변신의 천재”, 미국서 금태섭 만나…
최태원 판결문 보니 ‘동생 죄 뒤집어썼던 이유…’
“돈맛에 빠진 사회서 배고파도 밤무대는 안선다”
경기 불황 여파…“새뱃돈 줄이거나 아예 안주겠다”
“저 아저씨는 왜 머리가 없어?” 민망한 호기심 천국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