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철용
[광복절풍경1] “60돌? 축하만 해서 되겠나”
“해방이 1년만 늦었어도 조선 사람들은 황국신민의 대우를 받았을 것”이라고 태연히 말하는 춘원 이광수에게, “가야마 미쓰로!”라고 부르자 그는 일본식으로 “옛!”하고 대답했다. 당대 최고 문인이라는 이광수에게 가졌던 일말의 동정심마저 사라졌다.
5개월 활동하다 친일경찰에 습격 당해
해마다 이맘때면 울컥…“친일청산해야”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반민특위) 조사관을 지낸 정철용(80)씨는 서울아산병원 병상에 누워 1949년 2월7일 소설가 이광수를 체포했던 일을 어제 일처럼 풀어냈다. 지난 10일 병원에서 만난 정씨는 지병으로 왼쪽 허벅지 주변에 고름이 차올라 몸을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고 2주째 병원에 누워 있었다. 그러면서도 한평생 그랬듯 말끝마다 ‘민족과 친일청산, 역사’를 빼놓지 않았다. “광복 60주년 기념행사를 한다고 정부에서 초대장이 왔어. 아픈 몸으로 좋은 자리에 갈 수 없어서 안 가기로 했어.” 손을 내저으며 행사에는 가지않겠다고 하면서도, 그는 “광복 60년이라고 좋아들하면서, 경찰이 과거사를 조사하는 데 반민특위 강제 해산은 들어 있지도 않더라”며 서운한 속내를 드러냈다. 반민특위 문제는 그의 개인적 한으로 남아 있음과 동시에 ‘온전한 광복’을 맞지 못한 우리 현대사의 상징이다. 49년 1월 신한공사 대전지점에 다니던 정씨는 제헌의회 의원의 추천으로 반민특위 조사관이 됐다. 그 해 6월6일 반민특위가 ‘친일’ 경찰에 의해 강제로 해산되기 전까지 5개월 남짓의 활동 경력을 그는 평생의 ‘훈장’으로 여기고 있다. 일제에 부역한 기업인과 군인, 경찰을 조사하고 체포했던 특위 활동을 “자랑스런 역사의 한 장면”이라고 했다. 그만큼 반민특위가 침탈당한 날의 분노는 삭지 않고, 해마다 이맘때면 울컥울컥 치밀어 오른다. 악질 부역자들 조사가 한창일 때, 백주에 서울 명동의 반민특위 본부를 습격한 경찰은 요원들에게 총부리를 들이댔다. 사명감으로 불타던 그도 총과 신분증을 뺏기고 무릎이 꿇리는 치욕을 맛봐야 했다. “친일 역사를 깨끗이 정리하고 새 역사를 연다는 자부심으로 일했는데, 그렇게 무참하게 맥이 끊어질 줄은 몰랐어!” 그 뒤 정씨는 괴한들로부터 “항상 따라다닐테니 조심하라”는 협박에 시달리면서 넉달 동안 친구 집을 전전하며 숨어 지냈다. 활동을 마치면 조사관 등의 신분에 맞먹는 직위를 보장받기로 약속받았지만, 강제해산되면서 반민특위 인사들은 하루아침에 실직자가 됐다. 정씨에게 생활고보다 더 못견딜 노릇은 세간에서 반민특위에 ‘빨갱이 집단’이라는 오명까지 뒤집어씌운 것이다. 독재정권을 거치면서 친일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금기시되다시피 했고, 반민특위 위원들은 뿔뿔이 흩어져 소식도 모른 채 지냈다. 일본 우익들이 독도문제를 들고 나오거나 역사를 왜곡하는 망언을 할 때마다, 정씨는 “우리가 자초한 일”이라며 가슴을 쳤다. 그는 “스스로 친일 역사를 정리하지 못하고, 아직도 친일파와 후손들이 큰소리치며 살고 있으니, 일본이 우리를 우습게 볼 수밖에 없지 않으냐”며 “반민특위 활동이 제대로만 됐어도 일본이 지금처럼 함부로 나오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광복 60돌을 맞는 감격으로 서울시청이 태극기로 도배되고, 곳곳에서 기념행사가 열리고 있다. ‘반민특위 마지막 생존 조사관’인 그는 “쾌차하셔서 광복절 기념행사에 참석하시라”는 말에 잦아드는 목소리로 되물었다. “내 할 일을 다 못하고 이렇게 누워버렸는데, 축하만 해서 되겠냐”고. 글·사진 박주희 기자 hope@hani.co.kr
친일파 후손 또 땅소송 [광복절풍경2] 일제귀족 이재극 손자며느리 “시조부 문산땅 들려줘” 대법원 판례 “반민족행위자 재산권도 보호해야” 일제에 부역한 대가로 얻은 재산권을 보호할 수 있느냐를 두고 사법적 논란을 불러왔던 친일파의 후손이 또 국가를 상대로 토지반환 소송을 냈다. 경술국치를 앞두고 일제에 왕실 동정을 제공하는 등 을사늑약 체결에 공을 세워 일왕으로부터 귀족 작위를 받기도 한 친일파 이재극의 손자 며느리 김아무개(82)씨가 최근 국가를 상대로 “시할아버지의 땅인 경기 파주시 문산읍 땅 1만5천㎡를 돌려달라”며 소유권보존 등기말소 청구소송을 낸 사실이 14일 확인됐다. 이에 앞서 김씨는 1996년 경기 파주시 도로 321㎡의 소유권을 주장하며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냈으나 서울지법 민사합의14부(재판장 이선희)는 “친일파 후손의 재산권은 보호할 가치가 없다”며 이를 각하했다. 이는 이완용의 증손자가 낸 토지반환 청구소송에서 “반민족행위 처벌법이 폐지된 뒤 반민족 행위를 단죄하기 위한 어떤 법률도 만들어진 적이 없으므로 반민족 행위자 후손의 재산권도 일반인과 똑같이 보호해야 한다”고 판단한 대법원과 견해를 달리하는 것이어서, 사법적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당시 1심 재판부는 “우리 헌법은 대한민국이 삼일운동 정신과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하고 있음을 천명하고 있고, 법원은 헌법기관으로서 헌법정신을 구현하고 헌정질서를 수호할 의무가 있다”며 “이런 헌법정신으로 볼 때 반민족 행위자가 반민족 행위로 취득한 재산의 보호를 구하는 것은 현저히 정의에 어긋난다”고 판단했다. 이 재판부의 ‘각하’ 판단은 대법원 판례를 따른 항소심 재판부에 의해 파기환송됐다. 그러나 파기환송심은 농지개혁 문서를 근거로 “이재극이 이 땅을 다른 사람에게 처분한 것으로 보인다”며 원고패소 판결함에 따라, 친일파 재산권을 둘러싼 법률적 판단 없이 마무리된 바 있다. 임헌영 민족문제연구소장은 “부정한 방법으로 얻은 재산을 몰수하고 추징하는 것은 법치주의와 자본주의 사회의 기본”이라며 “국회에서 준비 중인 친일반민족 행위자 재산환수 특별법이 조만간 통과될 것으로 보이며, 이 법이 발효되면 민족을 배신한 대가로 얻은 재산에 대해 친일파들의 후손들이 소유권을 주장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한쪽선 “북 환영” 카퍼레이드 한쪽선 “북한해방 대회 열래” [광복절풍경3] 국립현충원 참배라는 화해의 ‘선물’을 들고 온 8·15 민족대축전 북쪽 참가단을 환영하고 민족 화해와 통일의 분위기를 돋우려는 행사들이 곳곳에서 열리고 있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14일 오후 2시부터 남북축구대회가 열리는 서울 월드컵공원에서 ‘8·15 민족대축전 6·15 공동위 노동부문 발족과 전국노동자대회’를 열었다. 집회에는 5천여명의 노조원과 시민들이 참여했다. 전국민주택시노련 소속 택시 60여대는 여의도에서부터 월드컵공원까지 환영 카퍼레이드를 벌였다. 양대노총은 이어 밤 10시부터 서울 연세대 노천극장에서 ‘노동자 통일한마당’ 행사를 열었으며, 뒤이어 같은 장소에서 통일연대와 민중연대가 ‘자주평화통일을 위한 결의의 밤’ 행사를 했다. 그러나 연세대가 이 행사를 불허한다는 방침을 내려 집회 과정에서 일부 마찰이 빚어졌다.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도 낮 12시 북쪽 대표단 도착에 맞춰 서울 워커힐호텔 앞에서 환영행사를 열었다. 그러나 한쪽에서는 ‘보수’를 자처하는 일부 단체 회원이 북쪽 대표단이 참배한 국립현충원 앞에서 반북 구호를 외치는 일도 벌어졌다. 또 15일에는 국민행동본부와 반핵반김국민협의회가 정부 쪽의 광복절 행사와는 별도로 각각 서울역광장과 광화문에서 ‘북핵 폐기-북한 해방을 위한 국민대회’ 등을 열기로 했다. 이형섭 이정국 기자 sublee@hani.co.kr
친근감 못느끼는 나라 물었더니,
한국 고교생 “일본”·일본 고교생 “북한” [광복절풍경4] 한국 고교생들은 친근감을 못 느끼는 나라로 일본을 가장 많이 꼽았다. 일본 고교생들은 북한을 지목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충남지부와 일본 구마모토 고교교직원조합 문화역사팀은 최근 충남지부 사무실에서 ‘일본제국주의의 침략전쟁으로 인한 양국 민중의 피해’라는 주제의 학술 발표회를 열어 두 나라 고교생 의식조사 결과를 분석했더니 이렇게 나타났다고 14일 밝혔다. 두 단체가 두 나라 고등학생(한국 521명, 일본 618명)을 대상으로 벌인 의식조사 결과를 보면, 친근감을 못 느끼는 나라로 한국 학생들은 일본(44.9%), 미국(42.8%), 중국(7.5%) 등을 꼽았다. 일본 학생들은 북한(43%), 중국(7.9%), 이라크(6.1%) 차례로 답했다. 친근감을 느끼는 나라 조사에서 한국 학생들은 터키(16.1%), 네덜란드(15.1%), 북한(13.6%)을 차례로 꼽아 2002 한-일 월드컵 영향을 크게 받은 것으로 풀이됐다. 일본 학생들은 미국(31.4%)에 이어 한국(20.9%)을 선택했다. 그러나 일본에 친근감을 느끼는 한국 학생은 12.5%에 그쳤다. 두 나라에 대한 인식 조사에서 한국 학생들은 일본을 검소·청결·경제대국·예의·친절·질서의식 등을 긍정적으로 평가했지만, 식민지배·역사왜곡·퇴폐문화 등은 나쁘다고 대답했다. 일본 학생들은 한국이 친절·평화와 가장 가까운 나라, 물가가 싼 점들을 좋게 꼽았지만, 반일감정, 품위 없음, 역사인식에 대한 집착 등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라고 평가했다. 한국 학생들이 이순신 장군, 세종대왕, 유관순 열사, 안중근 의사 등을 일본 학생들에게 알리고 싶은 인물로, 일본 학생들은 일본 전국시대 통일의 기틀을 세운 오다 노부나가를 한국 학생들에게 알려주고 싶은 인물로 꼽았다. 대전/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해마다 이맘때면 울컥…“친일청산해야”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반민특위) 조사관을 지낸 정철용(80)씨는 서울아산병원 병상에 누워 1949년 2월7일 소설가 이광수를 체포했던 일을 어제 일처럼 풀어냈다. 지난 10일 병원에서 만난 정씨는 지병으로 왼쪽 허벅지 주변에 고름이 차올라 몸을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고 2주째 병원에 누워 있었다. 그러면서도 한평생 그랬듯 말끝마다 ‘민족과 친일청산, 역사’를 빼놓지 않았다. “광복 60주년 기념행사를 한다고 정부에서 초대장이 왔어. 아픈 몸으로 좋은 자리에 갈 수 없어서 안 가기로 했어.” 손을 내저으며 행사에는 가지않겠다고 하면서도, 그는 “광복 60년이라고 좋아들하면서, 경찰이 과거사를 조사하는 데 반민특위 강제 해산은 들어 있지도 않더라”며 서운한 속내를 드러냈다. 반민특위 문제는 그의 개인적 한으로 남아 있음과 동시에 ‘온전한 광복’을 맞지 못한 우리 현대사의 상징이다. 49년 1월 신한공사 대전지점에 다니던 정씨는 제헌의회 의원의 추천으로 반민특위 조사관이 됐다. 그 해 6월6일 반민특위가 ‘친일’ 경찰에 의해 강제로 해산되기 전까지 5개월 남짓의 활동 경력을 그는 평생의 ‘훈장’으로 여기고 있다. 일제에 부역한 기업인과 군인, 경찰을 조사하고 체포했던 특위 활동을 “자랑스런 역사의 한 장면”이라고 했다. 그만큼 반민특위가 침탈당한 날의 분노는 삭지 않고, 해마다 이맘때면 울컥울컥 치밀어 오른다. 악질 부역자들 조사가 한창일 때, 백주에 서울 명동의 반민특위 본부를 습격한 경찰은 요원들에게 총부리를 들이댔다. 사명감으로 불타던 그도 총과 신분증을 뺏기고 무릎이 꿇리는 치욕을 맛봐야 했다. “친일 역사를 깨끗이 정리하고 새 역사를 연다는 자부심으로 일했는데, 그렇게 무참하게 맥이 끊어질 줄은 몰랐어!” 그 뒤 정씨는 괴한들로부터 “항상 따라다닐테니 조심하라”는 협박에 시달리면서 넉달 동안 친구 집을 전전하며 숨어 지냈다. 활동을 마치면 조사관 등의 신분에 맞먹는 직위를 보장받기로 약속받았지만, 강제해산되면서 반민특위 인사들은 하루아침에 실직자가 됐다. 정씨에게 생활고보다 더 못견딜 노릇은 세간에서 반민특위에 ‘빨갱이 집단’이라는 오명까지 뒤집어씌운 것이다. 독재정권을 거치면서 친일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금기시되다시피 했고, 반민특위 위원들은 뿔뿔이 흩어져 소식도 모른 채 지냈다. 일본 우익들이 독도문제를 들고 나오거나 역사를 왜곡하는 망언을 할 때마다, 정씨는 “우리가 자초한 일”이라며 가슴을 쳤다. 그는 “스스로 친일 역사를 정리하지 못하고, 아직도 친일파와 후손들이 큰소리치며 살고 있으니, 일본이 우리를 우습게 볼 수밖에 없지 않으냐”며 “반민특위 활동이 제대로만 됐어도 일본이 지금처럼 함부로 나오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광복 60돌을 맞는 감격으로 서울시청이 태극기로 도배되고, 곳곳에서 기념행사가 열리고 있다. ‘반민특위 마지막 생존 조사관’인 그는 “쾌차하셔서 광복절 기념행사에 참석하시라”는 말에 잦아드는 목소리로 되물었다. “내 할 일을 다 못하고 이렇게 누워버렸는데, 축하만 해서 되겠냐”고. 글·사진 박주희 기자 hope@hani.co.kr
친일파 후손 또 땅소송 [광복절풍경2] 일제귀족 이재극 손자며느리 “시조부 문산땅 들려줘” 대법원 판례 “반민족행위자 재산권도 보호해야” 일제에 부역한 대가로 얻은 재산권을 보호할 수 있느냐를 두고 사법적 논란을 불러왔던 친일파의 후손이 또 국가를 상대로 토지반환 소송을 냈다. 경술국치를 앞두고 일제에 왕실 동정을 제공하는 등 을사늑약 체결에 공을 세워 일왕으로부터 귀족 작위를 받기도 한 친일파 이재극의 손자 며느리 김아무개(82)씨가 최근 국가를 상대로 “시할아버지의 땅인 경기 파주시 문산읍 땅 1만5천㎡를 돌려달라”며 소유권보존 등기말소 청구소송을 낸 사실이 14일 확인됐다. 이에 앞서 김씨는 1996년 경기 파주시 도로 321㎡의 소유권을 주장하며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냈으나 서울지법 민사합의14부(재판장 이선희)는 “친일파 후손의 재산권은 보호할 가치가 없다”며 이를 각하했다. 이는 이완용의 증손자가 낸 토지반환 청구소송에서 “반민족행위 처벌법이 폐지된 뒤 반민족 행위를 단죄하기 위한 어떤 법률도 만들어진 적이 없으므로 반민족 행위자 후손의 재산권도 일반인과 똑같이 보호해야 한다”고 판단한 대법원과 견해를 달리하는 것이어서, 사법적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당시 1심 재판부는 “우리 헌법은 대한민국이 삼일운동 정신과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하고 있음을 천명하고 있고, 법원은 헌법기관으로서 헌법정신을 구현하고 헌정질서를 수호할 의무가 있다”며 “이런 헌법정신으로 볼 때 반민족 행위자가 반민족 행위로 취득한 재산의 보호를 구하는 것은 현저히 정의에 어긋난다”고 판단했다. 이 재판부의 ‘각하’ 판단은 대법원 판례를 따른 항소심 재판부에 의해 파기환송됐다. 그러나 파기환송심은 농지개혁 문서를 근거로 “이재극이 이 땅을 다른 사람에게 처분한 것으로 보인다”며 원고패소 판결함에 따라, 친일파 재산권을 둘러싼 법률적 판단 없이 마무리된 바 있다. 임헌영 민족문제연구소장은 “부정한 방법으로 얻은 재산을 몰수하고 추징하는 것은 법치주의와 자본주의 사회의 기본”이라며 “국회에서 준비 중인 친일반민족 행위자 재산환수 특별법이 조만간 통과될 것으로 보이며, 이 법이 발효되면 민족을 배신한 대가로 얻은 재산에 대해 친일파들의 후손들이 소유권을 주장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한쪽선 “북 환영” 카퍼레이드 한쪽선 “북한해방 대회 열래” [광복절풍경3] 국립현충원 참배라는 화해의 ‘선물’을 들고 온 8·15 민족대축전 북쪽 참가단을 환영하고 민족 화해와 통일의 분위기를 돋우려는 행사들이 곳곳에서 열리고 있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14일 오후 2시부터 남북축구대회가 열리는 서울 월드컵공원에서 ‘8·15 민족대축전 6·15 공동위 노동부문 발족과 전국노동자대회’를 열었다. 집회에는 5천여명의 노조원과 시민들이 참여했다. 전국민주택시노련 소속 택시 60여대는 여의도에서부터 월드컵공원까지 환영 카퍼레이드를 벌였다. 양대노총은 이어 밤 10시부터 서울 연세대 노천극장에서 ‘노동자 통일한마당’ 행사를 열었으며, 뒤이어 같은 장소에서 통일연대와 민중연대가 ‘자주평화통일을 위한 결의의 밤’ 행사를 했다. 그러나 연세대가 이 행사를 불허한다는 방침을 내려 집회 과정에서 일부 마찰이 빚어졌다.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도 낮 12시 북쪽 대표단 도착에 맞춰 서울 워커힐호텔 앞에서 환영행사를 열었다. 그러나 한쪽에서는 ‘보수’를 자처하는 일부 단체 회원이 북쪽 대표단이 참배한 국립현충원 앞에서 반북 구호를 외치는 일도 벌어졌다. 또 15일에는 국민행동본부와 반핵반김국민협의회가 정부 쪽의 광복절 행사와는 별도로 각각 서울역광장과 광화문에서 ‘북핵 폐기-북한 해방을 위한 국민대회’ 등을 열기로 했다. 이형섭 이정국 기자 sublee@hani.co.kr
친근감 못느끼는 나라 물었더니,
한국 고교생 “일본”·일본 고교생 “북한” [광복절풍경4] 한국 고교생들은 친근감을 못 느끼는 나라로 일본을 가장 많이 꼽았다. 일본 고교생들은 북한을 지목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충남지부와 일본 구마모토 고교교직원조합 문화역사팀은 최근 충남지부 사무실에서 ‘일본제국주의의 침략전쟁으로 인한 양국 민중의 피해’라는 주제의 학술 발표회를 열어 두 나라 고교생 의식조사 결과를 분석했더니 이렇게 나타났다고 14일 밝혔다. 두 단체가 두 나라 고등학생(한국 521명, 일본 618명)을 대상으로 벌인 의식조사 결과를 보면, 친근감을 못 느끼는 나라로 한국 학생들은 일본(44.9%), 미국(42.8%), 중국(7.5%) 등을 꼽았다. 일본 학생들은 북한(43%), 중국(7.9%), 이라크(6.1%) 차례로 답했다. 친근감을 느끼는 나라 조사에서 한국 학생들은 터키(16.1%), 네덜란드(15.1%), 북한(13.6%)을 차례로 꼽아 2002 한-일 월드컵 영향을 크게 받은 것으로 풀이됐다. 일본 학생들은 미국(31.4%)에 이어 한국(20.9%)을 선택했다. 그러나 일본에 친근감을 느끼는 한국 학생은 12.5%에 그쳤다. 두 나라에 대한 인식 조사에서 한국 학생들은 일본을 검소·청결·경제대국·예의·친절·질서의식 등을 긍정적으로 평가했지만, 식민지배·역사왜곡·퇴폐문화 등은 나쁘다고 대답했다. 일본 학생들은 한국이 친절·평화와 가장 가까운 나라, 물가가 싼 점들을 좋게 꼽았지만, 반일감정, 품위 없음, 역사인식에 대한 집착 등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라고 평가했다. 한국 학생들이 이순신 장군, 세종대왕, 유관순 열사, 안중근 의사 등을 일본 학생들에게 알리고 싶은 인물로, 일본 학생들은 일본 전국시대 통일의 기틀을 세운 오다 노부나가를 한국 학생들에게 알려주고 싶은 인물로 꼽았다. 대전/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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