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낼 수 있는 기간 ‘진실규명뒤 6개월’ 판단
민간인학살 등 6건 잇단 원고패소
진실위 자료 도착전 재판 끝내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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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 시기 민간인 학살 피해자 유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서울중앙지법의 한 재판부가 ‘소송 기한이 지났다’는 이유로 대법원 판결 취지와 다르게 잇따라 원고 패소 판결해 논란이 일고 있다.
5일 <한겨레>가 서울중앙지법 민사20부(재판장 장진훈)가 판결한 한국전쟁 시기 보도연맹·군·경찰의 민간인 학살사건, 여순 반란사건 등 피해자 유족들의 손해배상 소송 6건의 판결문을 분석한 결과, 재판부는 모두 ‘소송을 낼 수 있는 시한이 지났다’는 이유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지난해 8월 대법원은 울산보도연맹 사건 피해자 유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재상고심에서 “공권력의 불법행위에 대해 국가가 소멸시효를 주장하는 것은 권리남용에 해당한다”는 취지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하급심 재판부는 대법원의 판례를 받아들여, 유족들이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객관적 장애가 사라진 시점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의 진실규명 결정으로 보고, 이때부터 3년 이내에 소송을 낸 경우 유족들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서울중앙지법 민사20부는 유족들이 손해배상 소송을 낼 수 있는 기간을 사건 발생으로부터 5년 또는 진실화해위 결정으로부터 6개월 이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1950년 한국전쟁 중에 일어난 충남지역 보도연맹 사건 등 대부분의 판결에서 “유족들은 경찰이 정당한 법적 절차 없이 피해자들을 살해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국가가 사건을 은폐하거나 책임을 부인하려고 한 점을 인정할 만한 자료가 없다. 전시 상황임을 고려해도 통상적인 법 절차를 통해 피해를 구제받을 수 없었다고 쉽게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한국전쟁 뒤 학살된 사람들이 좌익용공분자로 낙인찍힌 1950년대에, 그 유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냈어야 한다는 얘기다.
재판부는 또 “진실화해위 진실규명 결정이 내려진 뒤 소송을 준비하기 위해 별도로 시간이 필요했다고 볼 만한 사정을 찾기 어렵다”며 진실화해위 결정(2007~2010년)으로부터 6개월 안에 소송을 냈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유족들은 “70~80대의 고령인 경우가 많고 소송 비용을 마련하는 데 시간이 소요되는 경우가 많다”며 가혹한 잣대라고 주장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0부는 여순반란사건 피해자 유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진실화해위의 진실규명 관련 자료가 도착하기도 전에 재판을 마무리하기도 했다. 지난달 17일, 유족 대리인이 이에 반발해 재판부를 바꿔달라는 기피신청을 냈지만, 재판부는 다음날인 18일 각하 결정했다. 민사소송법에는 기피신청을 낸 날로부터 3일 이내에 이유서를 제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재판부는 이유서조차 받아보지 않은 채 각하해버렸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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