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구속 기소됐다가 법정구속된 최태원 에스케이(SK) 회장(왼쪽 사진)과 구속 기소됐으나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동생 최재원 부회장이 31일 오전 각각 서울 서초동 중앙지법에 들어가거나 나서고 있다. 이정아 김경호 기자jijae@hani.co.kr
재판서 추가 횡령혐의 드러난
최회장 ‘2차 출자’ 또 기소 안해
최회장 ‘2차 출자’ 또 기소 안해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최태원(53) 에스케이(SK) 회장과 무죄를 선고받은 동생 최재원(50) 부회장에 대해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윤석열)가 6일 항소했다. 최 회장도 지난 5일 항소장을 제출한 상태다.
앞으로 진행될 항소심 재판에서 관심을 끄는 건 이른바 ‘2차 출자’ 부분이다. 검찰은 최 회장이 계열사 자금 465억원을 횡령(1차 출자)한 혐의에 대해 유죄 판결을 끌어냈지만, 1차 횡령금을 메워넣으려고 에스케이 계열사 자금 485억원(2차 출자)을 추가로 횡령한 혐의에 대해선 애초부터 최 부회장에게만 책임을 물어 기소했다. 반면 1심 재판부는 2차 출자분에 대해 최 부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하면서 이 부분 또한 최 회장이 지시한 것이라고 적시했다. 검찰 기소가 잘못됐다고 지적한 것이다.
하지만 검찰은 2차 출자분에 대해 1심 재판 때와 같은 태도를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항소심 재판부도 2차 출자분에 대해 ‘최 부회장은 무죄’라고 판단하면 2차 출자에 대해선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상황이 올 수 있는 셈이다. 검찰 관계자는 “대법원 확정판결이 그렇게 나온다면 추가 기소를 검토할 수도 있지만, 지금은 그럴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게 복잡해진 건 ‘봐주기 기소’ 때문이다. 수사팀은 최 회장에게 ‘1차 출자’뿐만 아니라 ‘2차 출자’에 대한 횡령 혐의까지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지만, 검찰 수뇌부에 의해 묵살된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에 대한 항소 이유로 양형 부당을 주장한 것도 검찰로서는 민망한 상황이다. 1심 재판부는 최 회장의 혐의 가운데 비자금 139억원을 조성해 유용한 부분에 대해 일부 무죄 판단을 하면서도 형량은 검찰 구형량과 같은 징역 4년을 선고했다. 검찰 구형량이 낮았다는 걸 꼬집은 셈이다.
‘무죄가 난 혐의를 유죄로 판단해달라’고 항소심 재판부에 청하는 검찰로서는 양형 부당을 항소 사유에 넣지 않을 수 없다. 법원이 검찰의 구형량 그대로 선고했는데도 검찰이 ‘형량이 낮다’고 주장해야 하는 상황이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팀 의견대로 5년을 구형했어야 한다. 난처한 상황에 처했다”고 말했다.
김원철 기자 won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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