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오후 이용수(84)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가 대구시 중구에 있는 ‘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사무실에서 벽에 걸린 피해 할머니들의 사진과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여성부·대구시, 지원 요구에 난색
3년 떠돌다 민간서 건립 모금운동
“피해자 세상 뜨기전 역사 남겨야”
3년 떠돌다 민간서 건립 모금운동
“피해자 세상 뜨기전 역사 남겨야”
2010년 1월 어느 추운 겨울날, 대구의 한 병원에서 지병으로 입원 치료를 받던 김순악(84) 할머니가 한 많은 생을 마감했다. ‘방직공장에서 일할 수 있다’는 일본군의 꾐에 빠져 열여섯 꽃다운 나이에 고향인 경북 경산을 떠나 만주로 끌려갔던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다. 김 할머니는 ‘대구에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을 건립하는데 써달라’는 유언과 함께 5000만원을 남겼다.
김 할머니가 세상을 떠난 뒤 대구 시민단체인 ‘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시민모임)이 나서 여성가족부와 대구시 등을 상대로 역사관 건립에 나서달라고 수차례 요구했지만, 돌아오는 것은 “예산 사정으로 지원이 힘들다. 중복 지원할 소지가 있다”는 등의 답변 뿐이었다. 이인순 시민모임 사무처장은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 건립은 우리사회가 아픈 역사의 기억을 공유하고 기록으로 남기는 작업이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역사관을 만드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아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정부와 지자체의 외면 속에 대구 위안부 역사관 건립 사업이 3년째 표류하자 시민모임은 결국 민간만의 힘으로 역사관을 만들기로 했다. 피해 할머니들이 하나둘 세상을 떠나는 상황에서 역사관 건립을 더이상 늦출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시민모임은 두 달 전 대구시 중구 서문로에 있는 119㎡짜리 창신상회 건물을 역사관이 들어설 곳으로 정하고 건물 소유주와 계약을 맺었다. 김 할머니가 남긴 5000만원과 모금 등으로 마련한 3000만원을 더해 모두 8000만원을 중도금으로 지불했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건물 매입을 위해 추가로 1억5000만원이 든다. 여기에 건물 리모델링비와 전시물 설치 비용만 각각 1억5000만원과 1억8000만원으로 모두 4억8000만원이 더 필요하다. 이런 사정 때문에 시민모임은 위안부 역사관 건립을 위한 시민모금 운동에 들어갈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앞서 경기도 광주의 ‘나눔의집’에 1998년 문을 연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과 2004년 부산에서 개관한 ‘민족과 여성 역사관’이 민간 성금으로 만들어진 뒤 정부나 지자체가 위안부 역사관 건립을 지원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2002년 만들어진 ‘일제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생활안정지원 및 기념사업 등에 관한 법률’에는 국가와 지자체가 위안부 피해자와 관련한 역사적 자료를 수집해 전시하는 등의 기념사업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지난해 5월 서울시 마포구에 개관한 ‘전쟁과 여성인권 박물관’도 이 법률에 근거해 전체 25억원 사업비 가운데 5억원을 정부로부터 지원받았다. 당시 위안부 피해자 관련 단체 뿐만 아니라 국회 차원에서도 박물관을 짓는 데 정부가 나서야 한다는 요구가 높았다.
여성가족부에 등록된 대구·경북지역 위안부 피해 할머니는 26명이었지만, 현재 19명이 세상을 떠나고 7명만 남았다. 국내 등록된 피해 할머니는 모두 236명으로, 현재 생존해 있는 분은 58명이다. 나이도 대부분 여든이 넘었다. 이용수(84·대구 달서구 상인동) 위안부 피해 할머니는 “증언할 할머니들이 하나둘씩 세상을 떠나고 있다. 모두 눈을 감기 전에 아픈 역사의 기억을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고 말했다.
대구/글·사진 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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