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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마약 친구’ 도우려 허위제보했다가 ‘쇠고랑’

등록 2013-02-12 18:07수정 2013-02-12 19:03

정아무개(52)씨는 지난해 10월 구속된 친구 장아무개씨로부터 부탁을 받았다. 필로폰을 팔고 투약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던 장씨는 “마약 수사에 도움을 주면 형량을 적게 받을 수 있다”며 정씨에게 마약 사건을 수사기관에 제보해 달라고 요청했다.

정씨는 필리핀에 있는 마약상 이아무개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사정을 들은 이씨는 “한국에 있는 김아무개에게 국제택배로 필로폰이 올 거라고 검찰에 제보하자”고 제안했다. 정씨와 이씨는 “필리핀에서 한국에 사는 김씨에게 필로폰이 배달될 것”이라고 검찰에 제보했다. 김씨는 알고지내던 마약 전과자였다. 하지만 제보자 신원과 제보 내용 등을 검토한 검찰은 낌새가 이상해 제보를 접수하지 않았다.

첫번째 작전은 실패로 돌아갔고 1심 선고일이 다가왔다. 급해진 정씨는 두 번째 작전을 시도했다. 이번에는 수령인을 숨겼다. 김씨라고 특정하면 제보 접수가 거부될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필리핀에서 한국으로 마약이 발송됐다. 수령지만 알고 수령인은 누군지 모르겠다”고 지난해 12월 검찰에 제보했다. 김씨에게는 ‘중고 골프채 카탈로그를 소포로 부치겠다’고 한 뒤 필로폰 1.3g을 에이(A)4 용지 서류철 귀퉁이에 숨겨 발송했다. 김씨에게서 필로폰 대금을 받은 것처럼 꾸미려고 “카탈로그를 부치고 숙소로 돌아가려는데 기름값이 없다. 10만원만 송금해달라”며 문자메시지로 수하물번호와 계좌번호를 보내는 등 치밀하게 움직였다.

검찰은 우편물을 확보해 ‘통제 배달’했다. 통제 배달이란 수사기관이 배달원을 가장해 마약사범을 검거하는 합법적 수사 방식이다. 김씨는 “골프채 카탈로그를 받은 것”이라며 억울해했다. 마약사범들이 형량을 줄이기 위해 제3자를 함정에 빠뜨려 제보하는 이른바 ‘던지기’라고 의심한 검찰은 수사 방향을 틀었고, 장씨와 정씨의 구치소 접견 당시 녹취록 등을 통해 이들의 조작극을 확인했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 박성진)는 친구를 도우려고 마약을 밀수한 혐의(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로 정씨를 지난 8일 구속기소했다고 12일 밝혔다. 필리핀에 있는 이씨는 기소중지한 뒤 여권 무효화 조처를 통해 국내로 송환할 계획이다.

김원철 기자 won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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