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아무개(52)씨는 지난해 10월 구속된 친구 장아무개씨로부터 부탁을 받았다. 필로폰을 팔고 투약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던 장씨는 “마약 수사에 도움을 주면 형량을 적게 받을 수 있다”며 정씨에게 마약 사건을 수사기관에 제보해 달라고 요청했다.
정씨는 필리핀에 있는 마약상 이아무개씨와 상의한 뒤, “필리핀에서 한국으로 마약이 발송됐다. 수령지만 알고 수령인은 누군지 모르겠다”고 지난해 12월 검찰에 제보했다. 실제로 이들은 알고 지내던 마약 전과자 김아무개씨에게 ‘중고 골프채 카탈로그를 소포로 부치겠다’며 필로폰 1.3g을 A4 용지 서류철 귀퉁이에 숨겨 발송했다. 김씨에게서 필로폰 대금을 받은 것처럼 꾸미려고 “카탈로그를 부치고 숙소로 돌아가려는데 기름값이 없다. 10만원만 송금해달라”며 문자메시지로 수하물번호와 계좌번호를 보내는 등 치밀하게 움직였다.
검찰은 우편물을 확보해 ‘통제 배달’했다. 통제 배달이란 수사기관이 배달원을 가장해 마약사범을 검거하는 합법적 수사 방식이다. 김씨는 “골프채 카탈로그를 받았을 뿐”이라며 억울해했다. 마약사범들이 형량을 줄이기 위해 제3자를 함정에 빠뜨려 제보하는 이른바 ‘던지기’라고 의심한 검찰은 수사 방향을 틀었고, 장씨와 정씨의 구치소 접견 당시 녹취록 등을 통해 이들의 조작극을 확인했다.
김원철 기자 won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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