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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종로 화마가 삼킨 ‘서민 추억’

등록 2013-02-18 20:33수정 2013-02-18 22:30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인사동 식당밀집지역에서 소방관들이 전날 발생한 대형화재의 잔불을 정리하고 있다. 쓰러진 목조 건물더미 옆에 ‘육미집’ 입간판이 덩그러니 서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인사동 식당밀집지역에서 소방관들이 전날 발생한 대형화재의 잔불을 정리하고 있다. 쓰러진 목조 건물더미 옆에 ‘육미집’ 입간판이 덩그러니 서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30년 실비주점 ‘육미집’ 소실…“젊을때부터 정붙인 곳인데”
새까맣게 그을은 목재들 사이로 붉은 간판만 앙상했다. 밤새 화마가 집어삼킨 목조건물 잔해가 여전히 눅진한 탄내를 풍겼다. 서울 종로구 종로타워 뒷편에 옹기종기 모인 식당·주점 사이에서도 끼니 때마다 문전성시를 이루던 30년 역사의 꼬치구이 주점 ‘육미집’ 풍경은 간 곳 없었다.

17일 밤 서울 종로구 인사동 255번지 건물에서 일어난 화재로 인근 19개 점포가 불에 타는 등 큰 피해를 입은 가운데, 24시간 영업과 저렴한 가격으로 서민들의 사랑을 받아온 ‘육미집’이 전소돼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18일 낮 육미집 앞에는 사고 소식을 듣고 몰려온 인근 30~40대 직장인들이 스마트폰으로 잔해를 찍거나 한참 동안 사고 현장을 바라보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회사원 서은아(36)씨는 “싼값에 후한 인심을 느낄 수 있어 일주일에 몇 차례씩 백반을 즐겨 먹던 곳인데 화재 사고로 갑자기 사라져 안타깝다”고 말했다. 또다른 직장인 정수철(44)씨도 “젊은 시절부터 아빠가 된 지금까지, 마음이 허전할 때면 가끔씩 육미집을 찾곤 했다. 재개발로 빌딩만 꼭꼭 들어찬 서울에 얼마 안 남은 정다운 곳이었다”며 혀를 찼다.

육미집이 지금의 자리에 문을 연 것은 1983년 무렵이다. 김진태(58) 사장 내외는 종로에서 10년 동안 리어카 장사로 돈을 모아 주점 겸 식당을 열었다. 처음에는 테이블 8개짜리 손바닥만한 곳이었다. 식당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24시간 내내 문을 열었다. 저렴하고도 푸짐한 안주로 입소문이 나면서 650석 규모의 인기 주점으로 변신했다. 군참새·홍어회·참꼬막·모듬꼬치 등 100여가지 안주를 갖춘 곳으로도 유명했다. 1990년대 중반부터는 하루 소주 판매량만 300병이 넘는 종로통 제일의 실비주점으로 자리잡았다. 2009년 재개발의 여파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가 “서울의 전통거리를 없애면 안된다”는 여론에 따라 기사회생했지만, 끝내 화마를 견디지 못했다.

경찰은 이날 화재 현장에서 최초 발화지점과 화재 원인 등을 찾기 위한 감식 작업을 벌였다. 어딘가에서 실의에 빠져있을 김 사장 내외는 이날 내내 전화를 받지 않았다.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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