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조현오 전 경찰청장이 20일 오전 1심 선고 공판이 열린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뉴스1
조씨 ‘노무현 거액 차명계좌’ 발언에
법원 “노 전 대통령 계좌로 볼수없어”
사자 명예훼손 혐의 징역 10월 선고
20여분간 엄중히 꾸짖은 판사
“고위공직자가 무책임한 언행 반복
허위사실 공표보다 더 나빠”
법원 “노 전 대통령 계좌로 볼수없어”
사자 명예훼손 혐의 징역 10월 선고
20여분간 엄중히 꾸짖은 판사
“고위공직자가 무책임한 언행 반복
허위사실 공표보다 더 나빠”
노무현 전 대통령이 거액의 차명계좌가 발견되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발언해 파문을 일으켰던 조현오(58) 전 경찰청장이 법정구속됐다. 고위공직자의 무책임한 언행에 법원이 엄중한 책임을 물은 것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2단독 이성호 판사는 20일 노 전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사자 명예훼손)로 불구속 기소된 조 전 청장에게 징역 10월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조 전 청장은 서울지방경찰청장으로 재직하던 2010년 3월 경찰 기동부대 지휘관 460여명을 상대로 한 강연에서 2009년 5월 노 전 대통령의 자살 사유에 대해 “무엇 때문에 뛰어내렸습니까? 뛰어내리기 바로 전날 이 계좌가 발견되지 않았습니까. 10만원짜리 수표가 든 거액의 차명계좌가…”라고 말했다. 또 “권양숙 여사가 (이를 감추려고) 민주당에 이야기해 특검을 하지 못하게 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발언은 그해 8월 그가 경찰청장으로 내정된 무렵 언론에 공개돼 파문을 일으켰다. 노무현재단은 즉시 조 전 청장을 서울중앙지검에 고소·고발했으나, 검찰은 2년여 뒤인 지난해 9월에야 조 전 청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법원은 노 전 대통령에게 차명계좌가 있다는 조 전 청장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이 판사는 “수사보고서 등 증거를 종합해보면, 피고인이 노 전 대통령의 차명계좌라고 지목한 청와대 행정관 2명의 은행계좌 4개는 잔고가 수천만원 수준이고 거래내역도 행정관의 사적인 용도가 대부분이어서, 이를 노 전 대통령의 차명계좌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조 전 청장은 그동안 자신이 한 발언의 구체적인 근거를 밝히지 않은 채 “수사 내용을 잘 아는 믿을 만한 사람에게 들었다. 강연에서 말한 내용은 그에게 들은 그대로다”라고 말해왔다. 또 그는 “강연 내용이 보도된 뒤 같은 해 12월 검찰 관계자에게서 더 자세한 얘기를 전해들었다”고 말해 논란을 더 키웠다.
이 판사는 고위공직자로서 이런 행태를 보인 것은 단순한 허위사실 공표보다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하며, 20여분 동안 양형 이유를 설명하면서 조 전 청장을 꾸짖었다. 이 판사는 “피고인은 한 개인이 아니다. 당시 서울지방경찰청장으로서 피고인의 발언은 사회적으로 비중있게 전달될 수밖에 없었다. 피고인의 허위 발언으로 국민들은 끊임없이 궁금증과 의심을 갖게 됐고, 국론을 분열시켰다”고 말했다. 이 판사는 이어 “피고인은 책임있는 위치에 있다는 걸 망각하고 경솔하게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후에도 사건을 침소봉대하는 무책임한 언행을 반복했다. 이는 허위사실 공표보다 더 안 좋은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 판사는 또 “피고인은 선고에 이르기까지 피해자에게 직접 사과한 적도 없다. 발언의 근거를 밝히기 어려우면 적어도 피해자에게 사과하고 분명한 입장을 취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 판사는 조 전 청장이 우발적으로 발언한 것이고 다른 전과가 없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밝혔지만 법정구속의 예외사유로 인정하지 않았다. 법정에 나온 조 전 청장은 무거운 표정으로 선고를 듣다가 판사가 실형을 선고하자 고개를 떨궜다. 조 전 청장은 이날 바로 항소했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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