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례법 대상인데 누범 조항 적용
서울 광진구 중곡동에서 주부를 성폭행하려다 살해한 서아무개(44)씨가 과거 검찰과 법원의 잘못된 법 적용 때문에 3년 이상 일찍 출소했던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20일 법원의 설명을 들어보면, 서울북부지법은 2004년 6월 20대 여성을 성폭행하고 금품을 훔친 혐의(특수강도강간)로 기소된 서씨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다. 앞서 강간치상죄로 징역 5년을 선고받고 2002년 출소한 서씨가 3년도 안 돼 다시 범행을 저지른 것이어서, 1심 법원은 형법의 ‘누범’ 조항을 적용해 형량을 가중한 것이었다. 형법 35조는 ‘누범의 형은 장기(최고형)의 2배까지 가중한다’고 돼 있다. 이에 따라 서씨의 형량 범위는 애초 양형 기준인 징역 5~15년에서 5~25년(유기징역 최고형이 25년)으로 늘어났고, 법원은 이 범위 안에서 형량을 선택해 7년을 선고했다.
그런데 서씨의 범행은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특강법)의 적용을 받는 범죄에 해당해, 이 법률이 적용돼야 했다. 이 법에서는 누범의 형을 정할 때 장기뿐만 아니라 단기(최소형)도 2배까지 가중하도록 돼 있다. 이 법을 적용하면, 서씨의 형량 범위는 징역 10~25년이 된다. 적어도 10년 이상의 형을 받아야 했던 것이다.
검찰은 특강법이 아닌 형법 35조를 적용해 기소했고 1심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서씨는 항소했고, 그해 8월 서울고법은 오히려 ‘법 적용이 잘못됐다’며 원심을 파기했다. 그런데 검찰이 항소하지 않았다. 검찰이 항소하지 않으면 피고인에게 불리하게 판결을 바꾸는 것을 금지한 ‘불이익 변경 금지 원칙’에 따라 법원은 원심과 같은 징역 7년을 다시 선고할 수밖에 없었다.
서씨는 형이 확정된 뒤 2011년 11월 출소했고, 9개월 뒤인 지난해 8월 중곡동에서 주부를 살해했다. 2004년 검찰과 법원이 제대로 법 적용을 했더라면 무고한 희생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서울북부지법 관계자는 “형법의 누범으로 기소됐을 때 공소장 변경 절차 등이 없는데도 법원이 직권으로 특강법의 누범 규정을 적용해야 하는지를 놓고 당시 하급심 판결이 엇갈렸다. 이 논란은 2012년 대법원에서 직권 적용하는 쪽으로 정리가 됐다. 앞으로 이런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충실한 심리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