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이혼·가난·친아버지한테 성추행까지
10대 여학생 2명 동반 투신
대구 아파트 11층서 뛰어내려 사망
10대 여학생 2명 동반 투신
대구 아파트 11층서 뛰어내려 사망
부모의 이혼과 경제적 어려움 등 비슷한 처지를 비관하던 10대 청소년 두 명이 아파트에서 함께 뛰어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들 중 한 명은 1년여 전 아버지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24일 새벽 5시51분께 대구시 달서구 감삼동 ㄱ맨션 바닥에 ㄱ(15·ㅅ고 입학 예정)양과 ㅇ(16·ㅎ고 1년 중퇴)양이 1m 간격으로 나란히 떨어져 숨져 있는 것을 아파트 경비원 김아무개(70)씨가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당시 아파트 11층과 옥상 사이 복도 창문이 열려 있었고, 계단에서는 스마트폰과 가방 등이 발견됐다.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앞서 새벽 5시30분께 ㄱ양과 ㅇ양이 함께 아파트 엘리베이터를 타고 11층으로 올라가는 장면이 폐회로텔레비전(CCTV)에 찍혔다. ㄱ양은 숨지기 전 스마트폰 채팅 애플리케이션으로 자신의 후배들에게 “이게 마지막이야”와 같이 자살을 암시하는 글을 보냈다. ㅇ양도 숨지기 전 자신의 남자친구와 수차례 전화통화를 한 뒤, 남동생(13·중2)에게 스마트폰으로 자신의 사진 수십장을 보냈다.
경찰 조사 결과, ㄱ양과 ㅇ양은 같은 중학교를 졸업한 선후배 사이로 그동안 부모의 이혼과 경제적 어려움 등으로 우울증에 시달려왔다. ㄱ양은 7년 전 부모의 이혼 뒤 아버지와 언니, 여동생과 함께 어렵게 살아왔으며, 3개월 전부터 자살 시도를 하는 등 우울증이 심해져 정신과 치료를 받아왔다. ㅇ양도 5년 전 부모의 이혼 뒤 할머니와 남동생과 함께 살아왔지만, 지난해 11월부터는 ㄱ양과 함께 ㄱ양의 아버지 친구 집에서 함께 살았다고 경찰은 밝혔다. 특히 ㅇ양은 이혼한 아버지로부터 1년6개월 전에 성추행까지 당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ㅇ양의 남동생은 경찰에 “누나가 평소 많이 힘들어하며 자살 시도를 한 적이 있다. 부모님과도 연락이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부모의 이혼 등으로 가정 해체의 위기에 직면한 청소년들이 방황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일은 이번만이 아니다. 지난 한해 동안 대구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던 청소년 11명 가운데 ‘가정문제’로 인한 것이 4건으로 가장 많았다. 청소년들의 잇단 자살 사건으로 오명을 쓴 대구에서 지난 한해 학교폭력으로 인한 청소년 자살이 2건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꽤 높은 비중이다.
김명희 대안가정운동본부 사무국장은 “비슷한 환경을 가진 10대 청소년 두 명이 함께 목숨을 끊었다는 것은 우리 사회에서 어디도 기댈 곳 없는 학생들이 자신들끼리만 서로 위안받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청소년 상담 사회복지사 인력을 늘리고 관련 복지시설을 확충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구/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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