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빔밥 광고
혜문 스님, ‘이영애 비빔밥’ 광고 속 일본어 표기 문제제기
전문가들 “단순 실수 아닌 무리한 ‘한식 세계화’ 발단” 지적
전문가들 “단순 실수 아닌 무리한 ‘한식 세계화’ 발단” 지적
지난 2월13일 <뉴욕타임즈>에 실린 ‘이영애 비빔밥’ 광고에 대해 문화재 환수 운동가인 혜문스님(문화재 제자리찾기 사무총장)이 공식 문제제기를 하고 나섰다. 한식을 홍보하는 광고 속에 뜬금 없는 일본어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광고는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배우 이영애씨를 내세우고 그 위에 간결한 ‘BIBIMBAP?’이란 메인 홍보문구만을 달아 미국인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도록 만들었다.
국가 브랜드 홍보 전문가인 서경덕 성신여대 교양학부 교수가 주도하고 한 치킨 체인업체가 후원해 만들어진 광고는 공개되자마자 누리꾼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다. 특히 재능기부를 통해 광고 모델로 나선 이씨가 주연한 ‘대장금’은 음식을 소재로 한 드라마로, 해외에서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기 때문에 모델 선정부터 적절했다는 평을 받았다.
당시 사람들은 배우 이영애에 쏠린 관심 때문에 광고 하단 비빔밥을 설명해 놓은 ‘작은 문구’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았는데, 이번에 혜문 스님이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선 것이다.
혜문 스님이 지적한 문구는 ‘구운 노리(toasted nori)’다. 노리는 일본어로 ‘김’을 뜻한다. 한국 전통의 음식을 홍보하면서 김이라는 한국어 대신 ‘노리’라는 일본어를 쓴 것이다. 혜문스님은 “누군가의 경솔함으로 용어를 대충 처리한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혜문스님은 “김의 한국어 음가인 ‘Gim’을 쓰고 뒤에 김을 뜻하는 laver라는 영어 설명을 달았어야 옳다. 마치 김치를 기무치라고 쓰면서 한식을 홍보하는 것과 같은 상황이다”라고 주장했다.
미국인들에게 ‘김’이라는 말보다는 ‘노리’가 익숙할 수 있다는 항변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광고 문구를 보면 고추장을 ‘red pepper paste’라고 쓰는 등 재료들을 영어식으로 풀이해 놓았다. ‘노리’의 경우 김의 영어 단어인 laver로 썼다면 문제가 없다는 것이 혜문스님 주장이다.
혜문스님은 “일본 사람들도 한국 김의 우수성을 인정해, 한국에서 김을 사재기하고 있는 마당에 ‘김’이라는 단어를 알릴 생각을 안하고 ‘노리’를 썼다는 것은 분명 문제”라고 재차 지적했다.
비빔밥 광고가 문제된 것은 이번뿐만이 아니다. 작년 12월에 처음 <뉴욕타임즈>에 비빔밥 광고가 나왔을 때 교포사회에서는 “현지인들에게 어필하기 힘든 광고다”라는 문제제기를 했었다. 또 “광고 카피가 어색하고 코리아 타운을 코리안 타운으로 쓰는 등 오류가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관련기사 : http://www.koreadaily.com/news/read.asp?art_id=960990)
전문가들은 이번 ‘노리’ 건이 단순 실수로 보고 그칠 것이 아니라, 그 동안 ‘영부인 프로젝트’라고 불리며 정부가 줄기차게 주장해왔던 ‘한식 세계화’의 무리한 정책 추진이 낳은 결과가 아니냐고 말하고 있다. 광고를 기획한 서경덕 교수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지시로 설립된 청와대 국가브랜드 위원회의 위원이기도 하다.
이미 지난 26일, 국회는 본회의에서 한식세계화 사업에 대한 감사를 의결시켰다. 지난 4년 동안 이 사업에만 총 769억의 예산이 들어간 상태다. 혜문 스님은 “민족주의 내세워 졸속으로 한식 세계화 산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민간 단체도 덩달아 들뜬 상태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논란이 커지자 한식재단 정운천 이사장(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은 28일 오전 <문화방송>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과 <기독교방송>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잇달아 출연해 “정치적 논란이다. 억울하다”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 과다노출 범칙금…미니스커트·배꼽티 포함?
■ 포털, 이순신 논란 일자 ‘검색순위 급변경’
■ 홍영표 “안철수, 단일화 과정서 ‘미래대통령’ 요구 사실”
■ ‘최우수’ 희망제작소, 서울시 지원사업 신청 포기 왜?
■ 남들 따라 살다보니 허탈하다면…
비빔밥 광고
■ 과다노출 범칙금…미니스커트·배꼽티 포함?
■ 포털, 이순신 논란 일자 ‘검색순위 급변경’
■ 홍영표 “안철수, 단일화 과정서 ‘미래대통령’ 요구 사실”
■ ‘최우수’ 희망제작소, 서울시 지원사업 신청 포기 왜?
■ 남들 따라 살다보니 허탈하다면…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