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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미국으로 떠나며

등록 2013-03-01 20:43수정 2013-03-01 21:02

지난해 5월 입국하던 날 공항에 마중 온 가족들과 함께.
지난해 5월 입국하던 날 공항에 마중 온 가족들과 함께.
[토요판] 가족관계 증명서
어머니, 아버지! 막내딸로 모든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란 제가 드디어 결혼을 해요. 그것도 저 멀리 미국 땅으로요. 지금 이 편지를 읽으실 때면 미국에 있겠지요?

비자를 준비하는 9개월 동안 미국에 있는 신랑 마이크와 떨어져 있는 것은 아쉬웠지만 한편으로는 떠나기 전 가족과 보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을 얻어 기뻤어요. 막상 출국 날짜가 확정되고 나니까 이상하더라고요. 미국에 갈 수 있다는 기쁨보다는 이제 곧 가족을 떠나야 한다는 마음에 싱숭생숭했어요. 자식들을 위해서 고생하신 부모님을 생각하며 후회도 많이 들고, 그동안 마음만큼 잘해드리지 못한 게 많이 죄송했어요. 얼마 전, 옛날 사진 속 젊었을 때의 부모님 모습을 보면서 내 앞길 가기에만 급급해서 부모님이 나이 드신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는 생각을 했어요.

미국 가기 전 아버지와 함께 아침에 등산이라도 자주 하고 싶었는데, 그게 뭐가 그리 어렵다고 가지 못했는지…. 어머니 따라 아침상 차림 도와드린다고 해놓고는 도와드리기는커녕 늦잠 자고 어머니가 차려놓은 밥상만 받아먹은 것. 가기 전에 효도하는 모습만 보여드리겠노라고 다짐을 해놓고는 언니와 사소한 일로 다퉈 부모님의 심기를 불편하게 한 것까지…. 말보다 행동으로 실천해야 한다는 아버지의 말씀처럼 부모님께 믿음직한 모습을 보이고 떠나려고 했는데, 30대가 돼서도 아직 철이 들려면 멀었나 봐요.

한국에 있는 동안 저는 제게 이렇게 멋진 부모님과 가족이 있다는 사실이 한없이 기쁘고 자랑스러웠답니다. 사실 올해 저뿐만 아니라 언니의 혼사도 겹쳐 부담되실 텐데도 제가 미국에서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셔서 감사해요. 아버지 닮아 표현에 서툰 저지만, 부모님이 절 생각해주시는 마음 잘 알고 있어요. 비록 앞으로 예전처럼 자주 보지는 못하겠지만, 최대한 한국에 자주 들어오고 미국에도 자주 초대할 수 있도록 열심히 살게요.

사실 지금도 제가 파란 눈의 신랑을 만난 사실이 믿기지 않을 때가 있어요. 앞으로 겪게 될 문화 차이, 타국에서 생길 향수병 등 많은 걱정이 앞서기도 하고요. 하지만 아직 생기지도 않은 미래에 대한 걱정을 하는 대신 현실에 잘 적응하며 사는 것이 효도하는 것이라고 여길게요.

봉사활동으로 사랑을 베풀고 꾸준한 등산으로 자기 관리에도 적극적인 우리 아버지, 연로하신 할머니를 지극정성으로 모시면서도 봉사활동도 빠지지 않는 어머니를 보며, 두 분을 본받아 저도 진취적이고 남을 배려할 줄 아는 삶을 살고 싶어요. 편지로 표현하기에 한없이 모자라지만, 부모님을 존경하고 사랑하는 제 마음이 그 누구보다 크고 깊다는 것만 알아주세요. 진심으로 사랑합니다. 저 미국에서도 행복하게 잘 살게요.

막내딸 지선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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