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인권위 강성준씨 청구
법무부 규정의 절반밖에 안돼
“남성 팔 펴고 발 뻗기 어려워”
법무부 규정의 절반밖에 안돼
“남성 팔 펴고 발 뻗기 어려워”
좁은 공간에 지나치게 많은 수감자들을 수용한 구치소가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하고 있다며 헌법소원이 제기됐다.
천주교인권위원회 활동가 강성준씨는 “1인당 1.24㎡(0.37평)에 불과한 서울구치소의 과밀 수용으로 인해 인간의 존엄성 및 행복추구권,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 등이 침해됐다”며 7일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구치소의 과밀 수용에 대해 헌법소원이 제기된 것은 처음이다.
강씨는 “형 집행의 목적인 교정·교화와 사회 복귀를 달성하기 위해선 수감자들이 일반 사회와 비슷한 조건에서 생활할 수 있어야 하지만, 서울구치소는 성인 남성이 바닥에 등을 온전히 대고 잠을 잘 수 없을 정도로 과밀 수용해 인권침해를 하고 있다”고 헌법소원 이유를 설명했다.
비정규직 해고에 항의하는 집회에 참석했다가 업무방해 혐의로 약식기소돼 70만원 벌금형이 확정된 강씨는 이후 벌금 납부를 거부해 지난해 12월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에 17일 동안 수감됐다. 당시 강씨는 6명을 수용하는 면적 8.96㎡의 수용실에 수감됐는데, 직접 면적을 측정해보니 실제로는 7.419㎡에 불과했다. “수용실의 1인당 면적이 1.24㎡로 평균 체형의 성인 남성이 팔을 펴거나 발을 뻗기 어려울 만큼 매우 비좁았다. 구치소가 표시한 면적 8.96㎡는 화장실 크기를 포함한 것으로 보이지만, 이를 감안해도 1인당 1.49㎡에 불과했다”고 강씨는 주장했다.
국가인권위 등이 파악한 자료를 보면, 교도소나 구치소 수감자 1인당 최소 2.58㎡(0.78평) 이상을 보장하는 규정이 법무부의 ‘법무시설기준규칙’에 명시돼 있다. 이는 수감자 1인당 7㎡를 최소 면적으로 지정한 독일의 절반도 안되는 기준이지만, 서울구치소 등에선 이마저도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는 것이다. 법무부는 ‘법무시설기준규칙’의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천주교인권위는 “이번 헌법소원을 계기로 우리 사회의 보편적 생활수준과 환경을 고려하면서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할 수 있는 수준의 수용면적 및 수용자 생활의 기준을 정립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앞서 2011년 7월엔 부산교도소 수형자 정아무개씨 등이 열악한 수용시설과 상습적 인권침해로 정신적·육체적 고통을 겪었다며 국가를 상대로 71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중이다. 정씨 등은 “2평 남짓한 좁은 감방에서 6~7명의 수형자들과 생활하느라 매일 밤 ‘칼잠’과 ‘새우잠’을 자면서 공황장애를 앓게 된 것은 물론 입실을 거부한다는 이유로 1평도 안 되는 조사방에 (징벌) 수용돼 병이 더 악화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독일 브라운슈바이크시 법원은 1984년 7.98㎡ 크기의 독거실에 2명을 수용한 것은 인간 존엄성을 규정한 헌법을 위반한 것이라는 판결을 한 바 있고, 1985년 프랑크푸르트 항소법원은 같은 이유로 3명을 11.54㎡ 크기의 방에 수감한 것은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박현철 기자 fk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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