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때 민간인 수천명 학살
“어떻게 왜 죽었는지도 모르고 대원골 산천에 55년 동안 묻혀 있던 원혼들이여! 어쩔 수 없이 임시 안치소로 모시게 되지만 억울함을 우리가 밝히겠으니 편히 쉬시옵소서!”
한국전쟁 당시 억울하게 학살된 수많은 민간인이 매몰된 것으로 추정되는 경북 경산시 평산동 폐코발트광산의 2차 유골 발굴 작업이 16일 시작됐다. 발굴 작업에 앞서 오전 11시 진행된 개토제에서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피학살자 경산유족회 이정우 사무국장이 원혼을 달래는 제문을 읽었다.
개토제가 끝난 뒤 바로 박현수 영남대 교수(문화인류학)의 지도 아래 유족회원과 학생 10여명, 전문인력들이 발굴을 시작했다. 유족회는 이달 말까지 약 보름간 발굴할 계획이다. 이번 발굴은 2001년 3월 제2 수평굴에 대한 발굴에 이어 두번째다. 유족회는 찾아낸 유골을 부근에 임시보관소에 보관한 뒤 작업이 끝나면 부근에 설치될 위령탑에 안치할 계획이다.
경산 폐코발트광산 대량 학살 현장은 2000년 주민들에 의해 처음 발견돼 세상에 알려졌다. 이곳은 1950년 7월 초에서 8월 말까지 약 2개월에 걸쳐 대구경북 지역 국민보도연맹원 1000여명과 대구형무소 수감자 등 수천 명이 학살될 당시 처형장으로 썼던 장소로 추정된다.
이 유족회 사무국장은 “당시 학살 현장을 목격한 주민의 증언에 따라 유해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6곳을 발굴하고, 그 결과에 따라 추가 발굴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산/박영률 기자 ylp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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