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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투신자살 고교생 가해 학생, 알고보니 ‘같이 살기도…’

등록 2013-03-12 16:04수정 2013-03-12 21:26

11일 아파트에서 몸을 던진 고교생 사건과 관련해 경북 경산경찰서 강신욱 수사과장이 12일 오후 경산경찰서 회의실에서 취재진에게 브리핑하고 있다. 경산/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11일 아파트에서 몸을 던진 고교생 사건과 관련해 경북 경산경찰서 강신욱 수사과장이 12일 오후 경산경찰서 회의실에서 취재진에게 브리핑하고 있다. 경산/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유서에 가해학생 5명 지목
폭력 주도 1명은 피해학생
집에서 함께 산 적도 있어
경북 경산시에서 고등학교에 갓 입학한 남학생이 중학교 시절부터 2년 동안 동급생들로부터 폭행 당하고 돈을 뺏기는 등 괴롭힘을 당했다는 유서를 남기고 아파트에서 뛰어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 학생은 유서에 ‘학교폭력은 지금처럼 해도 100% 못 잡아낸다. 반에도 화장실에도 폐회로텔레비전(CCTV)이 안 달려 있거나 사각지대가 있고, 괴롭힘은 주로 그런 데서 받는다’고 적었다.

 11일 저녁 7시40분께 경북 경산시 정평동 아파트 현관 지붕 위에 13층에 사는 최아무개(15·고교1년)군이 떨어져 숨져 있는 것을 경비원(70)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현관 어귀에는 최군의 가방도 떨어져 있었다.

 최군 가방에 들어 있던 공책에는 A4용지 1장을 조금 넘는 분량의 유서가 발견됐다. 최군은 유서에 ‘학교폭력은 폭력, 금품갈취, 언어폭력, 사이버폭력, 빵셔틀(빵심부름) 등이다. 이중 내가 당한 것은 물리적 폭력, 조금이지만 금품갈취, 언어폭력 등이었다’고 썼다. 또 ‘2011년부터 지금 현재까지 괴롭혀왔던 애들’이라며 자신과 같은 중학교에 다녔던 동급생 5명의 이름을 밝혔다.

 최군이 가해학생으로 지목한 이들은 모두 지난달 최군과 함께 경산의 중학교를 함께 졸업한 동급생이었다. 이 가운데 ㄴ(15)군과 ㅂ(15)군은 4일 최군과 함께 경북 청도군 특성화고교에 함께 진학해 같은 반에 배정됐다. 다른 특성화고교에 진학한 ㄱ(15)군은 2011년 겨울 최군 집에서 함께 지냈을 만큼 가까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북 칠곡군 왜관읍에서 공장을 운영하는 최군의 아버지(49)는 “내 아들이 유서에서 가해학생으로 지목한 ㄱ군은 2011년 겨울 부모의 이혼으로 끼니도 잘 못 챙겨먹고 해서 우리집에서 함께 몇달간 생활했다. 식사와 빨래도 해주고 차비도 주고 했고, 친한 사이인 줄로만 알았는데 내 아들을 괴롭혔다고 하니 믿겨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군 등이 함께 다녔던 ㅈ중학교 교감은 “최군은 문제를 일으키지도 않았고 착했다. 가해학생으로 이야기가 나오는 김군과는 ‘절친’ 사이로만 알고 있다. 괴롭혔다는 다른 학생들도 학교폭력으로 처벌받은 일은 없었다”고 말했다. 최군이 진학한 고교의 담임교사도 “착하고 잘 웃는 학생인 줄로만 알았다”고 말했다.

 경산경찰서 조사 결과, 최군은 목숨을 끊은 날 아침 6시21분께 집을 나와 같은반 친구 박아무개(15)군과 함께 열차와 버스로 등교했다. 하지만 아침 7시20분께 학교 앞에 도착한 최군은 학교에 들어가지 않고 혼자 다시 기차를 타고 경산역으로 되돌아왔다. 최군은 이때 휴대전화를 열차에 두고 내렸다.

 이후 최군은 저녁 6시48분께 자신이 사는 아파트로 들어가는 모습이 폐회로텔레비전(CCTV)에 찍혔다. 경찰은 최군이 아파트 23층 계단 복도로 올라가 유서를 작성한 뒤 창문으로 뛰어내린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은 최군이 학교폭력을 당했는지를 가리기 위해 부검을 하는 한편, 최군의 휴대전화를 입수해 친구들과 주고받은 통화내역과 문자메시지 등을 확인하고 있다.

 강신욱 경산경찰서 수사과장은 “최군이 유서에 학교폭력을 당했다며 가해 학생의 이름을 써놓은 만큼, 13일 최군의 장례식이 끝난 뒤 이번주 안에 이들을 불러 폭력이나 금품갈취 등 괴롭힘이 있었는지를 조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대구/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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