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경북 경산시 아파트에서 학교폭력에 괴로워하다 목숨을 끊은 최아무개(15·고교 1년)군이 남긴 유서. 경산경찰서 제공
가슴치는 유족들
“상처 대수롭지 않게 넘긴 것 후회”
“기숙사 힘들다” 말한 사흘뒤 숨져
“상처 대수롭지 않게 넘긴 것 후회”
“기숙사 힘들다” 말한 사흘뒤 숨져
“내 아들이 학교폭력에 시달리고 있을 줄은 정말로 몰랐습니다.”
11일 경북 경산시 아파트에서 몸을 던진 고교생의 아버지 최아무개(49)씨는 12일 아들을 더 깊게 알지 못했다는 자책과 후회, 아들을 잃은 슬픔으로 눈물을 그치지 못했다. 학교도 경찰도 아들을 학교폭력에서 지켜줄 수는 없었나 하는 원망과 울분이 뒤섞인 목소리로 어렵게 말문을 열었다.
최군 주검을 안치한 경산시 경산중앙병원 장례식장 분향소는 어머니 황아무개(45)씨의 통곡과 대학생 누나(19)의 흐느낌으로 가득 찼다.
경북 칠곡군 왜관읍에서 공장을 운영하는 최씨는 아들을 ‘순둥이’라고 했다. 워낙 착하고 순진해서다. 4살 많은 누나가 야단을 치면 대들지도 못하고 누나의 말을 순순히 따랐다고 했다. 그런 아들이 1주일 전 고등학교에 입학하고 기숙사에서 지낸 지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짐을 싸들고 집으로 돌아와 말했다. “나 힘들어서 기숙사에서 안 살래.” 최씨는 ‘기숙사 생활이 불편하고 낯설어서 그러는구나’ 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그러고 사흘 뒤 둘째 주 월요일 등굣길에 나섰던 아들은 숨진 채 발견됐다.
두 눈이 벌겋게 충혈된 최씨는 자신의 가슴을 치듯 말했다. “1주일에 용돈을 2만~3만원쯤 줬어요. 가끔 하루 만에 다 써버리고 오는 일이 있어서 야단친 적도 있었죠. 간혹가다 얼굴에 상처가 있어도 남학생이 놀면서 그럴 수도 있겠지 하고 넘겼는데….”
어머니 황씨는 아들 영정을 가슴에 부둥켜안은 채 “○○아, 엄마한테 이러면 안 되지” 하며 오열했다. 누나는 어머니 손만 꼭 쥔 채 충격에 빠진 듯 말이 없었다.
최씨는 아들이 남긴 유서에서 ㄱ군 이름을 보는 순간, 눈을 의심했다고 한다. 아들과 친해서 2011년 겨울 몇 달 동안 집에서 거의 함께 살다시피 한 학생이었다. 최씨 가족은 밥도 주고, 빨래도 해주고, 차비도 이따금 챙겨줬다. 그런데 아들은 가해 학생으로 지목했다. “만일 알았더라면 ‘아들 좀 잘 봐달라’고 고기라도 사먹였을 텐데….”
정오께 아들이 진학한 고등학교의 담임 교사와 학생부장 교사 등이 분향소를 찾았다. 어머니는 이들을 부여잡고 눈물을 터뜨렸다. “도대체 이렇게 될 때까지 뭐 하신 겁니까?” 교사들은 ‘드릴 말씀이 없다’며 고개를 떨궜다.
경산/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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